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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경영학자들 왜 나섰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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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1-20 |
| 경제·경영학자들 왜 나섰나 기업 위축되고 일자리 줄어 … 교육·투자증대 주력해야 정치란 국민들로 하여금 안전하고 편안한 삶을 영위할 수 있게끔 국가를 운영하는 데 존재 이유가 있다. 그런데 우리는 지난 수년 동안 정치 우선의 사회를 살아왔다. 이를 통해 민주화도 이루어냈고, 또 남북관계에서의 진전도 있었음을 시인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정치 우선의 사회를 살면서 정작 많은 국민들이 가장 크게 걱정하는 경제 문제가 도외시되었다면 정치의 목적이 달성되었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오늘 우리의 경제를 보자. 한국 경제의 성장 동력(動力)은 지금 죽어가고 있다. 기업가정신은 추락하고 있으며, 투자를 생각하기는커녕 외국으로 공장을 이전할 궁리만 하고 있다. 그러니 일자리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대학을 졸업한 청년들이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가계부채와 신용불량자 문제가 모처럼 맞은 세계 경제의 회복 속에서도 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 소득과 자산의 양극화 현상은 더욱 심화되고 있으며, 빈곤층은 생존조차 위협받고 있다. 가난의 대물림 현상이 고착화되지 않을까 염려된다. 이렇게 위기에 처한 우리 경제를 그대로 방치한다면 우리 경제는 서서히 무너져 버릴 것이 자명하다. 위기의 징조는 도처에 있다. 경제모범국이었던 우리가 왜 이렇게 낙제생으로 전락하였는가. 한마디로 말해 정치가 제구실을 못하였기 때문이 아닌가? 민생을 걱정하고 경제 위기를 타파하기 위한 노력을 경주하기보다는 정치인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만을 앞세워온 정치가 오늘의 경제적 위기를 초래한 것이 아닌가? 말로는 경제를 앞세운다고 큰소리를 치지만 정치적 목적을 위해 이해집단들의 제 살 뜯어먹기식의 투쟁을 방치하며, 정책의 일관성을 상실해 온 것이 아닌가? 실업문제와 가계부채문제, 그리고 농업문제의 근본적인 해결보다는 도덕적 해이를 유발하는 인기영합주의적 정책만 남발해 온 것이 아닌가? 이제 우리에게는 시간이 없다. 중국과 일본 사이에 만들어진 호두까기에 끼여 있는 우리 경제를 살리는 길을 조속히 이끌어 내야 한다. 올바른 교육과 투자증대를 통해 성장잠재력을 높이고 일자리를 창출해서 현재의 소득을 증대시켜야 한다. 그래야만 소득분배의 문제도, 청년실업의 문제도 해결될 수 있다. 모름지기 경제·경영학자들은 연구실과 교실에서 연구와 교육에 열심을 기울이는 것이 본분이다. 그러나 지금은 온 국민이 정부와 함께 경제살리기에 나서야 할 때이다. 그러기에 요 며칠 사이에 수백명의 학자들이 아무런 정치적 목적 없이, 순수히 자발적 의사로 온 국민과 정부에 오늘의 우리 경제의 위급성을 알리고 정부가 시급히 서둘러야 할 몇 가지 일을 제안하기 위해 나선 것이다. 대통령은 경제살리기에 집중해야 할 것이고 국회는 한·칠레 FTA비준을 비롯한 민생법안을 조속히 처리해야 하며, 검찰은 대선 관련 수사를 엄정하게, 그러나 조속히 진행하여 경제를 위축시키지 말아야 하고, 노사는 합심하여 고용창출과 임금안정을 동시에 달성하는 노동시장을 이루어야 할 것이다. 더 이상 정치를 위한 정치 때문에 우리의 후손들이 삼등국가에 살게 해서는 안 된다. 경제·경영학 교수들이 연구실과 교실에서 본연의 임무를 다할 수 있도록 정치가 이제는 국민의 경제생활을 최우선시해 주기를 기대해 본다. 이영선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출처 - 조선일보 2004. 1. 20 시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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