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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련에 직면한 對美정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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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1-19 |
| 시련에 직면한 對美정책 한국의 대미 정책이 시련을 겪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15일 외교통상부 북미국 일부 직원의 대통령 폄하 및 대미 정책 비판에 대한 문책으로 윤영관 장관을 전격 경질했다. 이 결정은 즉각 국내 보수세력과 미국 등 국내외의 비상한 관심과 우려를 자아냈다.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한 듯, 청와대는 반기문 외교보좌관을 신속히 후임으로 임명하는 등 우려 확산 방지와 수습에 나섰다. 적임자로 보이는 반 장관 취임으로 충격과 파문이 진정 기미를 보이고 있음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외교장관 교체에도 불구하고 외교·국방정책을 둘러싼 우리 사회 내부의 진통과 혼선은 계속될 것으로 생각된다. 장관교체 문제는 몇몇 북미국 직원의 부적절한 발언에 그치지 않고, 그 배경에 국가와 민족의 생존과 발전이 걸린 대미정책이 있기 때문이다. 현 정부는 한·미 동맹의 중요성을 인정하되 보다 자주적인 대미관계를 강조함으로써, 보수적인 부시 행정부와의 갈등을 심화시켜 왔다. 문제 발생의 배경에는 엄청난 내·외 환경 변화가 있음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동유럽 사회주의국가들의 붕괴와 옛 소련 해체 , 중국의 과감한 개혁·개방정책 등은 국제질서를 근본적으로 변화시켰다. 미국은 지구촌의 유일한 초강대국이 됐으며, 미국의 동북아·한반도 정책도 재조정되기 시작했다. 9·11 사태의 발생은 미국의 안보정책을 크게 변화시켰으며, 미국과의 우호협력 정도를 중심으로 동맹관계를 평가하려는 경향이 커졌다. 한편 냉전의 종식에 따른 중·러와의 관계 진전과 더불어 한국전을 모르는 전후세대의 진출과 미국에 대한 자주적 입장을 강조하는 노무현 정부의 출현이 한·미 관계를 변화시키고 있다. 따라서 이번 사태를 ‘자주파’ 대 ‘동맹파’의 대결구도로 파악하기보다는 급변하는 국내외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갈등과 혼란으로 보는 편이 타당할 것이다. 청와대 측이 외교부의 조직 특성이나 관행 등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고 충격적 조치를 취한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다. 신임 반기문 장관 앞에는 신속히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놓여 있다. 첫째, 노무현 대통령과 NSC 주요 정책 결정자들에 대한 미국의 우려와 불신감을 해소하는 일이다. 둘째, 남남갈등이 심화되지 않도록 국민을 이해·설득하는 작업에 나설 필요가 있다. 셋째, 외교부 관료의 의욕과 사기를 회복시켜야 한다. 넷째, 대통령을 지근거리서 보좌하던 반 장관은 이제 멀리서 대통령과 NSC의 젊은 참모들을 설득하고 ‘균형 잡힌 실용주의 외교’를 추진해야 하는 어려움을 감수해야 한다. 끝으로 사기가 저하된 외교부 직원들을 격려하면서 눈앞에 다가온 6자회담 준비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국제정치 현실을 이해하고 외교부의 조직 특성과 입장을 대변하다 좌절당하고만 윤 전 장관의 벽을 넘어, 반 장관이 한국의 독자성과 한·미 동맹 사이의 ‘균형외교’를 슬기롭게 추진하기를 빈다. 전인영 (서울대 국제정치학 교수) 출처 - 세계일보 2004. 1. 19 시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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