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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곤궁한 노년’에 국가 손길을
	2004-01-16
‘곤궁한 노년’에 국가 손길을 연초에 언론을 통해 보도됐던 빈곤한 노인의 외로운 죽음과 한 노인의 투신 자살 사건은 우리 사회에서의 노인 문제에 대해 진지한 생각을 갖게 한다. 보다 솔직히 말하면, 중년의 나이에 들어선 나로 하여금 나의 노년 삶을 생각해 보게 한다. 난 우리 모두가 던져볼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질문들을 가져본다. 나는 노년에 어느 정도의 경제적 안정을 가질 수 있을까? 만약 내가 건강하지 못해서 장기적 보호가 필요한 경우, 누가 날 보호해 줄까? 나에게 할당될 수 있는 일들은 무엇이고 난 어떤 사회 활동을 할 수 있을까? 여러 가지를 따져 보지 않고도, 난 금세 노년의 삶에 대해서 매우 불안한 생각을 갖게 된다. 이런 질문들이 정말로 예사롭지 않게 느껴지는 것은 우리 모두가 언젠가는 노인이 된다는 사실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현재 우리 사회와 가족 구조가 너무나도 급격히 변해 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노인 인구가 매우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음에도 노인을 위한 사회 안전망이 부실하고 이러한 변화에 대한 국가적 프로젝트가 미비한 것이 현실이다. 통계 보고에 따르면,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 인구의 비율은 2000년 7.2%를 넘어섰다. 그리고 2010년에는 10.7%, 2020년에서는 15.3%정도가 될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노인 인구의 경제적 상황이 점점 나빠지고 있다는 사실, 즉 기초생활보장 노인의 비중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 치매와 중풍 등으로 인한 요양 보호가 필요한 노인의 규모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 취업이 가능하나 실제로 취업을 하고 있는 노인의 규모는 취업 가능자의 반도 되지 않는다는 사실 등에서 우리 모두는 우리나라 노인의 삶에 대한 우려와 함께 우리 자신의 미래에 대해 불안함을 느끼게 된다. 과거에 예기치 못했던 새로운 사회 문제를 대두시키며 엄청난 규모로 존재하게 될 우리나라의 노인 인구, 이 연령층에 대해 우리는 현재 어떠한 형태의 안정된 삶도 약속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현재 실행되고 있는 노인들을 위한 제도적 장치나 사회적 기회의 상황을 보건데, 우리나라에서 노년의 삶은 급격히 낮아지는 삶의 질과 불안정함의 연속일 것만 같다. 반면, 노인의 인구적 확대와 그들의 삶의 질 추락에 대한 위기 의식 속에서 선진국들은 지금 모두 하나의 선택을 향해 가고 있다. 그것은 적극적 노년(active ageing)이라는 정책의 선택이다. 이는 우리나라도 속해 있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핵심 과제의 하나이고, 세계보건기구(WHO)에서도 중요한 어젠다로 설정해 놓고 있는 과제이다. 노인 건강의 측면에서, 사회경제적 참여의 측면에서, 다양한 위험으로부터의 안전 측면에서 노인을 보호 하고 그들이 갖는 기회를 강화하여 노인의 삶의 질을 제고시키기 위한 구체적인 프로젝트들을 마련하고 실행하는 것을 선진국들은 사회정책의 핵심 과제로 설정해 놓고 있다. 이 쯤에서 우리는 무엇을 준비하고 있을지를 생각하게 된다. 다들 많은 걱정은 하고 있으나, 아직까지도 우리는 노인의 적극적 노년을 위한 국가적 프로젝트를 종합적으로 준비하고 있지 못한 상황이라고 본다. 너무 빠르게 변화하는 우리 사회와 가족 구조를 보건데, 과거와 같이 가족에게만 노인의 삶에 대한 책임을 전적으로 맡기는 것이 이제는 불가능하다. 경제 살리기와 청년 실업의 문제가 일차적인 사회적 관심이 되고 있는 시점에서, 우리는 현안에 대한 해결 노력과 더불어 우리 사회가 가까운 장래에 맞이하게 될 또 하나의 커다란 과제, 즉 노인의 삶의 질을 어떻게 책임질 것인지의 문제에 대해 보다 실제적인 국가적 프로젝트를 진행시켜야 한다. 노인의 소득 보장, 장기 요양 보호, 사회 참여 등 지금까지 개별적인 사안으로 논의돼 온 문제들을 종합적으로 다루면서 우리나라 노인의 삶의 질을 보다 안정화하기 위한 국가적 노력의 기획과 실천에 보다 적극적이어야 할 것이다. 분명히 이러한 프로젝트의 마련과 관련해서 사회적인 부담의 증가, 즉 젊은 세대의 부담 증가, 정부의 세원 확보 등의 문제가 따를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노인의 삶의 질 확보를 위한 이러한 부담을 공유해 내지 못한다면, 그리고 이를 위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국가적 프로젝트를 진행시키지 못한다면, 우리 노인들의 삶은, 즉 우리들의 미래는 두려움과 불안함으로 채워진 모습일 것이다. 2004년, 노령화가 가속화되고 있는 시점에서 노인의 삶에 대한 국가적 프로젝트가 실제적으로 진행돼서 우리 모두가 노년의 안정된 삶을 기대할 수 있었으면 한다. 강철희 (이화여대 사회복지학 교수) 출처 - 문화일보 2004. 1. 16 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