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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카드 교훈은 '정부의 실패'
2004-01-16
LG카드 교훈은 '정부의 실패' LG카드 사태가 정부의 미봉책으로 간신히 위기를 넘겼다. LG카드 위기 를 지켜보면서 느낀 소회는 금융시장 위기를 해결하는 정부의 관행이 외환위기 교훈에도 불구하고 크게 바뀌지 않았다는 것이다. 시장 불안요인이 발생하면 정부는 일단 채권금융단을 윽박지르거나 설 득해 부실기업의 생명을 연장시키고, 필요할 경우 정부가 스스로 공적 자금을 투입해 경기가 살아나기를 기다리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 물 론 운이 좋으면 금융시장의 대란을 피할 수 있고 부실기업도 어느 정도 살아날 수 있다. 그러나 경기가 살아나지 않으면 부실기업은 결국 파산되고 채권금융기 관의 부실이 심화된다. 죽어가는 환자를 살기기 위해 일회용 앰플 주사 를 놓는다고 해도 환부가 완전하게 치료되지 않기 때문이다. 공적자금이 투입될 경우는 국가 빚과 국민 부담이 그만큼 늘어난다. 더 큰 문제는 정부의 책임당국자 누구도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금융 부실은 한 번 발생하면 그 규모나 파급 효과가 워낙 막대하다. 따 라서 금융권 스스로 해결하기 어렵고 결국은 부실 금융기관이 청산되든 지 정부가 개입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정부는 여러 가지 경제적ㆍ정치 적 파장을 우려해 이번 LG카드 사태에서 보듯 청산보다는 개입을 선택 하게 된다. LG카드 사태의 일차적 책임은 경영을 방만하게 한 LG카드에 있다. 그리고 무책임한 신용카드 사용자, 불필요하게 매출 경쟁을 부추긴 LG 그룹, 위험관리를 제대로 못한 채권단 그리고 감독기능을 제대로 수행 하지 않은 채 부실기업의 생명을 연장시켜준 정부가 그 부실의 '공범' 이다. 이들 공범은 자신의 과오에 상응한 책임을 반드시 져야 한다. 국민 혈세로 운영되는 정부의 과오는 누가 책임질 것인가. 카드 대란에 관한 한 정부는 피할 수 없는 '원죄'가 있다. 경기부양을 목적으로 카 드 발급 규제와 현금대출 서비스 한도를 대폭 완화했고, 재벌기업에 카 드사의 시장 진출을 허용해줌으로써 카드사간의 과당 경쟁을 부추겼다. 무엇보다 카드사간의 부실관련 정보 공유 인프라스트럭처를 제대로 갖 추지 않은 채 규제를 완화했고 건전성 감독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이번 LG카드 처리 과정에서 나타난 정부의 문제점은 지난해 3월과 11월 두 번이나 관치금융의 비난을 들으면서도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했 으며 이번에 또다시 시장에 개입했다는 점이다. 물론 정부로서도 할 말은 있다. '금융대란의 가능성이 예견되는데 마냥 손 놓고 있을 수 없다'는 항변이다. 그러나 문제의 본질은 언제까지 시장원리를 거스르면서 이 같은 개입을 계속할 것인가 그리고 그 개입 결과에 대해 책임을 질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지난해 3월 카드대란이 발생했을 때 정부는 카드사들의 자구노력을 바 탕으로 채권단에 2조원 규모의 채권 만기연장을 사실상 강요했다. 당시 많은 전문가들은 눈 앞의 위기를 넘기기 위해 만기연장을 해주더라도 부실카드사 1~2개는 퇴출시키는 것이 카드시장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 필요하다고 지적했지만 정부는 모든 부실 카드사의 생명을 연장했고 그 후 LG카드는 또다시 부도위기에 처했다. 3조원이 넘는 부실로 정부의 공적자금을 투입하지 않고는 매각이 불가 능해진 LG카드를 수습할 방법은 청산과 채권단 관리에 의한 생명 연장 두 가지뿐이다. 청산의 경우 단기적으로 금융시장에 미칠 파장이 워낙 크기 때문에 지 금으로서는 두 방법 중 어떤 것이 확실히 더 낫다고 자신있게 말하기가 어렵다. 다만 간과할 수 없는 점은 정부의 이번 선택이 경기가 살아나면 LG카드 의 수익률이 증가한다는 일종의 요행수에 너무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 이처럼 요행에 의존하는 위험한 금융정책이 실패했을 경우 우리 경제 와 우리 국민이 치러야 할 대가가 너무 크다. 이번 일을 계기로 정부는 편법적인 경기부양이나 관치금융을 애초부터 해서는 안된다. 둘째로 금융기관의 부실은 사전에 예방하는 것이 중요 하고 이를 위해서는 금융감독 기능이 강화돼야 한다. 셋째, 부실금융 문제의 경우 이제는 시장원리를 확립할 때가 됐고 이를 위해서는 단기간의 금융시장 동요가 예상되더라도 문제가 불거진 초기 에 과감하게 부실금융사를 청산하는 정부의 용기가 필요하다. 그래야만 보다 적은 비용으로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이제는 '부실 발 생→정부 개입→부실 심화→정부 개입'이라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때 가 됐다. 나성린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 출처 - 매일경제 2004. 1. 16 테마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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