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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개혁 성공하려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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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1-15 |
| 사법개혁 성공하려면 우리 사회의 3대 개혁과제로 꼽히는 것이 있다. 개혁할수록 개악이 된다고 하는 교육개혁, 계속 개혁해도 별로 달라지는 것이 없다는 정치개혁, 그리고 개혁을 말로만 하고 실제 개혁은 되지 않는다는 사법개혁이 그것이다. 그런데 요즘 다시 사법개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사법개혁위원회의 활동이 본격화하면서 이제는 진정한 의미의 개혁이 이루어질 것인가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최근 10여년 동안에도 대대적인 사법개혁이 몇 차례 계획되었다. 특히 김영삼 정부 당시의 로스쿨 도입 논의와 연계되었던 사법개혁 논의는 언론의 집중적 조명을 받으면서 한동안 나라 전체를 뜨겁게 달구었다. 그러나 그 결과는 허무할 정도로 빈약했고, 오히려 우리의 논의에 자극받은 일본이 먼저 로스쿨 제도를 도입하게 되었다. 그러한 과거 경험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법개혁에 대해 좀 더 기대를 갖게 하는 것은 사법부가 개혁에 대해 과거와는 달리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사실 사법부의 적극적 참여 없는 사법개혁은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으며, 무엇보다 사법부의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도 사법부가 주체가 되는 개혁이 중요하다. 또한 국민의 다양한 목소리와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하기보다는 정치권 일각에서 소수에 의해 기획되고 언론매체를 움직여 여론을 몰아가려고 했던 과거와는 달리, 사법개혁위원회를 중심으로 차분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새로워진 개혁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사법개혁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여전히 유의해야 할 점들이 몇 가지 있다. 첫째, 집단이기주의가 사법개혁의 발목을 잡아서는 안 된다. 과거 사법개혁이 용두사미로 늘 마무리되었던 이유는 결국 개혁을 통해 발생되는 국민적 이익보다는 그로 인해 손해 보는 집단의 반발이 먼저 고려되었기 때문이다. 둘째, 기존의 사법체계나 법체계와의 조화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 우리 법체계는 영미법과 구별되는 대륙법 체계, 그중에서도 독일법 체계를 따르고 있으며, 우리 현실에 맞게 변형되어 있는 부분도 적지 않다. 이를 근본적으로 변경하는 것은 단기적으로 불가능하므로 기존 제도와 어느 정도 잘 조화를 이룰 수 있을지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 셋째, 국민의 현실적 수요에 잘 부합되는 제도의 적극적 검토가 필요하다. 사법개혁위원회의 안건에서도 잘 드러난 법원의 전문성 강화방안 등은 그런 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충분한 시간을 갖고 관련 당사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합리적 토의를 통해 정리해내는 절차를 꼭 거쳐야 한다는 것이다. 개혁은 쾌도난마라는 고정관념 때문에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다가 결국은 개혁 자체의 좌절로 이어졌던 과거의 예를 더 이상은 답습하지 말아야 한다. 민주사회의 개혁은 합의를 통해서만 힘을 얻을 수 있고, 합의의 전제는 정당한 절차이기 때문이다. 장영수 (고려대 헌법학 교수) 출처 - 세계일보 2004. 1. 15 시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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