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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 없인 일자리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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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1-15 |
| 중소기업 없인 일자리 없다 공장포기 후 임대로 전환 … 기업이라도 할수있는 환경을 지금 우리 중소기업들은 외환위기 때 이상으로 기업을 경영하기 어렵다. 땅값 40배, 임금 10배, 세금 2배. 이는 한국의 대표적 중소기업공단인 반월공단과 중국 칭다오(靑島)공단을 비교한 수치다. 게다가 중소기업의 65%는 ‘3년을 버티기 힘들다’고 대답하고 있다. 지난해 중소기업진흥공단의 유휴(遊休)설비 등록 현황을 보면 매물이 5000건이 넘는 반면에 매입은 600건에 불과했다. 이제는 아예 제조업을 포기하고 공장 임대나 창고임대를 하든지, 서비스업으로 업종전환을 하든지 슬픈 고민을 해야 하는 처지가 되었다. 말 그대로 지금 중소기업은 심리적 공황 상태로 깊숙이 빠져들고 있는 것이다. 지난 연말 모임 때 만난 중소기업 사장들의 화두(話頭)는 ‘자네 아직도 기업하는가’였다. 건실한 기업 경영을 한다고 소문났던 K사장은 “공장 내놓고 부동산 임대사업자가 된 지 넉달 됐다”고 털어놨다. “IMF 때는 그래도 견딜만 했지. 그런데 이번엔 수출 오더는 받아놓았는데 만들 사람이 있어야지. 은행은 지난해보다 매출이 떨어졌다고 실적을 내놓든지, 아니면 그냥 돌아가라고 하니 어디 가서 자금을 변통하나. 공장 임대 놓고 편하게 사는 게 백번 낫다는 생각이 들었네….” 그의 넋두리는 기업을 하는 입장에서 공감 가는 대목이 많았다. 어디 그뿐인가. 기업으로선 비용 부담은 기술력과 사업구조 개선으로 만회해 볼 수 있지만, 기업의 장래가 담보되지 않는 상황에서 일관성 없는 정책을 믿고 경영을 하기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과거에는 주로 노동집약 업종에서 설비를 뜯어 해외로 이전했지만, 지금은 고부가가치 업종, 핵심산업까지도 고비용-저효율의 구조를 이기지 못하고 이전을 계속하고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정부의 시각과 기업의 시각은 사뭇 차이가 난다. 분명 제조업의 공동화는 개별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경제 전체의 차원에서 접근하고,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데 힘을 쏟아야 하는 사안이다. 산업구조가 고도화되면서 당연히 발생하는 현상이고, 그만큼 외국투자를 유치하면 된다는 미온적인 처방에서 벗어나 이들이 한국을 떠나야만 이유가 무엇인지, 기업활동의 장애는 없는지, 기업이 해외보다는 국내에서 투자를 늘릴 수 있도록 뒷받침해 주는 대책이 우선해야 한다고 본다. 그러나 지금의 상황은 어떠한가. 노사관계를 비롯해 사회적 갈등이 표면화되고, 핵 폐기장, 파병문제 등 현안에 묻혀 제대로 된 중소기업 정책이나 비전 제시는 별로 없다는 것이 중소기업인들의 공통된 얘기다. 제조업이 빠른 속도로 허물어지고 있지만 이렇다 할 대체산업을 찾아주지 못하고 있으며, 내수(內需)를 중심으로 하는 중소기업의 침체는 전망을 더욱 어둡게 하고 있다. 산업의 공동화를 걱정하고, 지식의 공동화를 우려한다면 다시 중소기업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 대통령이 말한 것처럼 일자리 창출로 실업문제를 해결하고, 국내경기를 살리려면 지금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중소기업인의 기를 살려주는 일이다. 일본이나 중국의 거침없는 성장을 옆에서 지켜만 보고 있을 수는 없다. 중소기업이 설 땅이 없으면 국민소득 2만달러도 없고, 일자리도 없으며, 한국 경제의 미래도 보장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다가 중소기업들의 올해 화두는 ‘기업하기 좋은 환경’이 아니라 ‘기업이라도 할 수 있는 환경’이 될지 모른다. 김영수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회장) 출처 - 조선일보 2004. 1. 15 시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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