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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 많이 만들려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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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1-14 |
| 일자리 많이 만들려면 매년 초가 되면 전국의 대학교에서는 졸업생들의 막바지 취업전쟁이 벌어진다. 학교에서는 졸업생 한 명이라도 더 원하는 직장에 취업시키려고 신경을 곤두세우고 교수들까지 나서서 제자들의 취업을 알선하고 결과에 가슴을 조이게 된다. 그런데 금년의 사정은 심상치가 않다. 경제가 나빠 일자리도 적지만 외국에서 취업이 어려워 돌아오는 유학생들도 가세하여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오죽 청년실업이 심각하면 이십대 태반이 백수(이태백)이랴. 경제 성장이 일자리를 창출(創出)한다고 하나 실은 성장률이 생산성 증가율보다 높을 때 일자리가 생긴다. 전체 경제는 성장해도 생산성 향상이 훨씬 빠르면 오히려 일자리는 줄어든다. 생산성 향상은 경쟁력을 위해 필수적이므로 일자리를 늘리려면 경제 성장이 훨씬 더 높아야만 한다. 작년도 우리나라 경제의 생산성 증가율은 기대에 못 미치는 3%대였으나 경제성장률은 더 낮은 2.8%에 그쳤으며 그 차이만큼 일자리를 잃었다. 실제로 매년 30만개 이상 생기던 일자리가 작년에는 약 4만개나 줄었다. 청년실업률도 평균 실업률의 배가 넘는 10%에 육박하고 있다. 일자리를 창출하려면 무엇보다도 정부 규제를 과감히 없애고 노사 갈등을 해소하면서 정치 부패를 청산하여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래야 설비 투자가 살아나고 급격히 줄어든 외국인 직접 투자도 다시 활성화돼 일자리가 창출된다. 그러나 문제는 원론적인 대 전제(前提)에는 모두가 동의하고 있으나 구체적인 각론(各論)에 들어가면 각 경제 주체들의 이해에 얽혀 전혀 움직여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일자리 창출을 위해 정부가 내놓은 구체적인 방안은 기술혁신형 중소기업과 벤처, 그리고 서비스산업의 육성이다. 이 모두 일자리 창출효과가 상대적으로 크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벤처기업은 버블의 조정기를 거치며 아직도 어려움이 많지만 정부는 이를 재정비해 젊은이들의 꿈을 키우고 기업가 정신의 활력을 불어넣는 역할을 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선진국의 중소기업이 일자리 창출·기술혁신의 핵심 역할을 하는 데 비해 우리나라 중소기업은 아직도 열악한 환경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중소기업이 대기업의 단순 하청업체로 전락하여 낮은 투자와 기술 수준에 머무르는 악순환의 고리를 벗어나려면 정부의 역할과 함께 대기업이 중소기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등 파트너로서 동반 성장하는 체계가 활성화되어야 한다. 또 일자리 창출의 핵심은 서비스산업의 육성에서 찾을 수 있다. 우리나라 제조업이 수출을 주도해 나라를 먹여 살리는 기둥 역할을 하고 있지만, 급격히 첨단 업종으로 구조 개편이 진행되면서 일자리가 줄어드는 것은 막을 수 없다. 이 자리를 서비스산업이 메워 주어야 한다. 우리나라의 서비스산업은 내수 중심으로, 수출 기여는 아직도 미미한 수준이다. 금융, 교육, 관광, 유통, 물류, 소프트웨어, 비즈니스 컨설팅 등의 서비스산업 중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산업은 거의 없다. 특히 서비스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은 고급 인력 양성과 사회의 개방성 여부에 따라 좌우되므로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아일랜드나 인도의 소프트웨어산업의 예에서 보듯이 양질(良質)의 인력과 스마트한 정부의 정책이 뒷받침된다면 황무지의 서비스산업도 수출산업화가 가능하다. 결국 일자리 창출과 경제의 지속적인 성장을 동시에 이루기 위해서 우리가 서둘러 해야 할 일은 글로벌 경쟁력 있는 지식 기반 서비스산업을 육성하는 것이다. 박성주 (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장) 출처 - 조선일보 2004. 1. 13 시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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