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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 발목잡는 '이름뿐인 복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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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1-12 |
| 성장 발목잡는 '이름뿐인 복지' 주거·교육부담 출산율 저하케…'복지도 투자' 발상의 전환을 정부가 사회복지제도의 주요 축인 기초생활보장제에 일대 메스를 가할 것이라고 한다. 우리 사회의 주류적 가치 중에 ‘사회복지에 대한 국가지출이 경제성장을 저해한다’는 믿음이 있다. 사회복지비는 기본적으로 비생산적 지출이므로 적으면 적을수록 성장에 도움을 주며, 사회복지는 근로의욕을 저해하므로 성장을 저해한다는 것이다. 경제학의 한 분파에서 개발된 이 논리는 사회간접자본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시장에 의한 대규모 고용창출이 가능했던 개발독재시기에 하나의 ‘신앙’으로 우리 사회에 자리 잡았다. 이 신앙의 논리적 귀결은 간단하다. 시장에 가면 일자리가 널려 있고, 월급으로 생활이 가능한데 복지제도가 왜 필요하냐는 것이다. 복지는 불우이웃 돕기 수준이면 된다는 것이다. 개발독재시기의 성장정책의 결과 우리 사회는 주거비, 교육비, 의료비, 아동양육과 노인부양비 등 핵심적 가계소비가 모두 시장과 가족에 의존하는 체계가 되었다. 대부분의 국민들은 주택을 구입하고, 아이를 교육시키며, 병원에 가는 비용의 대부분을 월급으로 해결하고 있다. 아동양육과 노인부양을 가족, 특히 여성이 떠맡는 구조는 그동안 경제성장에도 불구하고 변하지 않았다. 즉, 시장과 가족에 대한 ‘과잉의존’구조가 만들어진 것이다. 우리는 IMF 구제금융기를 전후하여 개발독재시기에 만들어진 ‘시장과 가족의 과잉의존구조’가 오히려 성장의 발목을 잡고, 성장잠재력을 훼손하는 상황을 목격하고 있다. 흔히 시장과 기업의 불확실성을 증폭시켜 성장의 발목을 잡는다고 비난 받는 노동운동의 ‘전투화’도 여기에 근본적 책임이 있다. 월급만으로 천문학적 가격의 주택을 구입하고, 살인적 사교육비를 충당해야 하는 구조에서 전투적인 임금인상 투쟁은 오히려 당연하다. 예컨대 가격이 저렴한 공공주택이 전체 주택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영국, 독일의 경우 20% 수준인데 우리나라는 3.4%에 불과하다. 사교육비 지출은 연간 40조원에 달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 최고다. 또한 공공보건의료 비중은 세계 최악이라는 미국보다도 못한 실정이다. 월급 인상 없이는 늘어나는 주거, 교육, 의료비를 충당하기 힘든 노동자들은 모든 부담을 기업에 요구하는 전투적 임금인상 투쟁을 전개할 수밖에 없다. 복지정책이 너무 부실하여 노동시장에서 퇴출되는 즉시 가계의 생존을 위협 받는 상황에서는, 합리적 수준의 산업구조조정조차 노동자들의 극단적 저항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다. 부실한 복지정책이 출산율을 저하시키고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를 저해해 성장잠재력을 훼손시키고 있다. 한국의 출산율은 1.17로 세계 최하위권으로 떨어졌다. 출산과 아동양육의 복지적 지원 없이 이 부담의 대부분을 시장과 가족에 의존하는 구조가 지속되면 생산가능인구가 극단적으로 감소하여 머지 않아 성장잠재력에 치명타를 안겨줄 것이다. 출산전후 연령인 30세를 전후하여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율이 15% 정도 급격히 감소하는 것도 부실한 아동복지, 여성복지정책과 관련이 있다. 여성의 경제활동참여를 지속시킬 수 있는 복지정책이 보완되지 않으면 출산율이 급격히 떨어지는 상황에서 전체적인 노동력 공급을 감소시켜 성장잠재력을 훼손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은 뻔히 보이는 일이다. 경제수준에 걸맞은 효율적인 복지정책은 성장을 촉진하고 성장잠재력을 확대시킬 수 있다. 복지 확대는 최근 급격히 악화되는 소득분배구조의 개선, 그리고 회복의 기미를 보이지 않는 내수시장의 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다. 복지정책을 단순히 소비적인 지출이 아닌 우리 사회의 성장잠재력을 높이는 ‘투자 전략’의 일환으로 접근하는 사고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한국은 지금 복지가 성장을 저해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부실한 복지정책이 성장잠재력을 결정적으로 훼손하는 상황임을 직시해야 한다. 김연명 (중앙대 사회복지학 교수) 출처 - 한국일보 2004. 1. 12 시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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