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 > 보도자료
 |
'카드위기' 고리 끊으려면 |
|---|---|
 |
2004-01-10 |
| '카드위기' 고리 끊으려면 한 원로 경제학 교수의 표현에 따른다면 우리 경제는 지금 ‘위기의 만성화’에 빠져 있다. 외환위기, 금융위기, 소비자 신용위기, 농업위기, 노사관계위기, 청소년 실업위기…. 그리고 또 다른 위기가 오지 않을까 걱정이다. 도대체 왜 이렇게 위기가 만성화되어 가는가? 우리가 겪은 외환·금융위기의 본질은 국내의 높은 저축률도 모자라서 외국자본까지 가져다가 중복과잉 투자한 결과였다. 물론 그 이면에는 정부와 금융기관 사이의 관치금융의 관행이 도사리고 있다. 기업이 부실화되어도 정부가 지급을 보증해주는 한, 금융기관은 무조건 대출해 주는 관행이 금융기관과 기업을 도덕적 해이에 빠져들게 한 것이고 이 도덕적 해이가 온 기업과 금융을 부실화한 것이다. IMF 관리체제에서 조기졸업하였다고 자랑하던 정부가 다시 만들어낸 것이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소비자금융 위기, 즉 카드 위기다. 경기회복에 혈안이 된 정부가 소비를 진작시키기 위해 거래의 투명성을 높인다는 명분으로 신용카드거래를 장려하였고, 금융기관의 무분별한 신용카드영업을 묵인해 준 것이다. 이것이 바로 신용카드의 남발과 소비자 금융연체의 급속한 확대를 가져 왔다. 뿐만 아니라 카드회사의 파산을 두려워한 정부의 대증요법은 소비자들로 하여금 정부가 빚을 탕감해 줄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게 하였으니 이제 소비자들마저 도덕적 해이에 빠지게 된 것이다. 농업을 구제하겠다고 40여조원을 쓰고서도 남은 것은 농민의 빚밖에 없다는 사실도 바로 정부의 정책에 의해 야기된 농민의 도덕적 해이의 결과가 아닌가. 노동조합 결성률이 12%밖에 안 되는 나라의 노조가 세계에서 가장 투쟁적으로 비쳐진 이유도 바로 불법을 동반한 파업으로 노조원들이 손해를 보는 법이 없기 때문이다. 정부가 뒤에서 적절히 조정해 줄 것이라는 믿음이 노동조합을 일단 파업을 감행하게 하는 것이다. 청소년 실업위기도 다름 아닌 노사문제에서 비롯된다. 이미 일자리를 확보한 노동 기득권자들은 투쟁을 통해 임금을 올려놓을 뿐 아니라, 자신들의 일자리를 더욱 확고히 해 놓는다. 기업은 이미 고용한 사람들에게 높은 임금을 주어야 하니 신규 채용을 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여차하면 외국으로 공장을 이전해 버리는 것이다. 청소년 실업위기도 결국은 정부의 노사정책 실패에서 비롯된 셈이다. 이제 우리는 그 원로 교수께서 왜 ‘만성적 위기’라고 하지 않고 ‘위기의 만성화’라고 하였는지 깨닫게 된다. 위기를 만성화하도록 정부가 만들기 때문이다. 지금껏 정부가 취해온 대증요법적 경제정책은 시장기구가 작동하게 하기보다는 일부 해당 부문을 일방적으로 지원하고 보호함으로써 그 피해를 전 국민에게 전가하는 식으로 진행해 온 것이다. 이러한 정책은 모든 국민들의 도덕적 해이를 야기하여 결국 국가경제를 위기에 몰아넣는다. 이제 이 ‘위기의 만성화’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더 이상 연이어 오는 위기들을 미봉책으로 막아 낼 수는 없다. 고통이 뒤따르더라도 규율을 세워야 한다. 잘못 투자한 기업은 망해야 하고, 과도 소비한 소비자는 빚을 끝까지 갚게 해야 한다. 불법 파업한 노조는 응분의 대가를 치르게 해야 한다. 정부의 온정주의적 정책으로 국민을 도덕적 해이에 빠지게 하는 일이 시정되지 않고서는 2만달러 시대는커녕 1만달러 시대도 유지하기 힘들 것이다. 이영선 (연세대 국제학대학원장) 출처 - 조선일보 2004. 1. 10 시론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