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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박한 북한의 결단
2004-01-10
임박한 북한의 결단 최근 북한이 보이고 있는 두 가지 움직임을 놓고 북한 핵문제 해결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우선 미국의 민간 대표단을 초청해 6일에서 10일까지 북한 핵시설 일부 를 공개하는 행사를 열고 있다. 또 6일에는 조선중앙통신의 논평 내용 중에 북한이 핵실험과 생산을 하지 않으며 평화적 핵에너지 개발마저 포기할 수 있음을 내비친 것이다. 곧 제2차 6자회담 일정이 잡히고 핵 해결의 실타래가 풀릴 것이라고 전 망하는 견해의 분석은 다음과 같다. 민간인 자격의 방문이긴 해도 북한 당국이 미국 의회의 의원보좌진, 핵 과학자, 전직 관료들에게 영변 핵시설의 가동정지 상태를 확인시키고 핵 투명성을 과시해 핵 동결 내지 포기를 전제로 한 6자회담에 참가하 려는 절차를 밟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견해다. 또 지난해 미국 행정부가 민간 핵 전문가의 방북을 만류하던 자세를 바 꾸어 이번 방북단의 방문을 묵인한 것은 북한과의 대화 재개에 미국 정 부 나름대로의 관심을 드러낸 것이기도 하다는 해설까지 추가된다. 게다가 북한의 관영통신이 핵무기 생산은 물론 경제적 용도로서의 핵 에너지 포기 문제까지 언급한 것은 중대한 변화로 드디어 미국과의 일 괄타결안을 구체화하는 절차가 시작되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똑같은 현상을 놓고도 정반대로 해석할 수 있다. 만일 북한이 미국 방북단에 사용 후 연료봉의 재처리를 이미 끝낸 텅 빈 수조를 보여준다든지, 아니면 다른 모종의 증거물을 제시해 돌이킬 수 없을 수준의 핵 능력을 과시한다면 어떻게 되는가. 완성 단계에 있 는 핵 능력을 포기하라는 것은 상당히 무리한 요구이니 이에 상응하는 크나큰 보상이 필요하다는 협상력 제고 차원의 메시지가 될 수 있을 것 이다. 나아가서는 미국이 강경한 태도를 풀지 않고 북한만 일방적으로 몰아붙 이려고 할 경우 협상을 끝내고 핵 보유국을 공식 선언하는 절차를 밟을 수도 있다는 극단적 가능성이 내포돼 있을 수도 있다. 핵 프로그램을 폐기할 선의의 의지를 정말 갖고 있다면 북한은 미국의 민간 방북단 대 신 2002년 말 그들이 쫓아냈던 국제원자력기구(IAEA) 인력을 다시 불러 들여야 했다. 그러기에 미국 백악관과 국무부는 6자회담 밖에서 활동하 는 어떠한 단체나 개인들도 미국 행정부를 대리해 활동하는 것으로 봐 서는 안된다는 견해를 명백히 하고 있다. 핵무기 생산 중지뿐 아니라 평화적 핵 에너지의 포기 가능성을 처음으 로 제기한 것은 분명 고무적인 일이다. 하지만 이 두 가지 행동의 전제 조건으로 6자회담의 일괄타결을 위한 요구조건이 여전히 명시돼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대북 경제제재 해제, 중유ㆍ에너지 지원, 미국의 대북정책 전환 등 북한이 핵을 해체하는 것 만큼이나 중대하고 시간이 소요되는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여기서 6자회담이 이어진다는 것과 북한 핵문제가 해결된다는 것은 서로 별개 문제임을 분명히 해둘 필요가 있다. 6자회담은 문제 해 결을 도모하기 위한 다자간 협의체요, 따라서 북한의 핵 능력 제거라는 외교정책 목표를 달성하는 데 시도되는 수단적 성격을 갖는다. 동북아 지역의 주요 행위자들이 모두 참가하는 대화 창구라는 점에서 성공한다면 가장 이상적인 방법으로 어려운 문제를 푸는 개가가 될 것 이다. 그러나 북한 핵문제는 6자회담이 아닌 다른 방법과 절차를 통해 풀릴 수도 있으며, 아니면 문제 자체가 인위적인 어떤 노력으로도 해소 되지 않고 북한의 명운과 함께 끝까지 남아 있을 수도 있는 문제다. 왜 그럴까. 미국이 조금만 친절하게 나와주고, 북한이 만족할 만한 경 제보상만 마련되면 북한이 결심할 것으로 보이는데 왜 자꾸 6자회담이 간단하지 않다고 하는 것인가. 이유는 두 가지다. 핵무기란 김정일 정권에 있어 안보능력을 키우고 경 제보상을 끌어내는 데 유용한 외교카드이기에 앞서 군과 주민을 결속시 켜 온 북한 인민의 심리적 결속물이요, 상징이기 때문이다. 또 이번 6자회담은 94년 제네바 합의와 달리 북한이 '정말로' 핵을 포 기하는 결심을 내리지 않으면 파기될 회의라는 것을 누구보다도 북한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싹을 보면 나무의 앞날을 알 수 있듯이 6자회담 논의의 시작이 기본 가 닥을 잡아야 희망을 걸 수 있다. 기본이 바로 된 시작은 북한 핵포기의 대원칙을 안심하고 믿어도 되는, 그래서 지금부터는 그것을 어떻게 실 행할 것인가라는 문제에만 집중하면 되는 그러한 시작을 뜻한다. 신사 적인 대화로 풀 것인가, 아니면 한 번 더 행운을 빌며 벼랑 끝까지 가 볼 것인가. 북한의 선택은 거의 임박했다. 김태효 (외교안보연구원 교수) 출처 - 매일경제 2004. 1. 10 테마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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