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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은 '선수'가 아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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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1-10 |
| 대통령은 '선수'가 아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4월 총선에서 정치가로서 자신의 정치적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서 역할을 하고 싶다고 하였으며, 그 역할의 한계를 묻고 싶다고 하였다. 정치가로서 정치적 이상을 실현하고 싶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희망이다. 현실적으로도 국회의 정당 간 의석분포가 총선 이후에도 지금처럼 지속된다면 정치적 이상을 실현하기는커녕 대통령으로서 남은 임기를 다 채울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 총선에서 여당과 집권세력이 승리하기 위해서는 대통령의 업적이 유권자들부터 긍정적으로 평가받아야 한다. 대통령 임기 중에 실시되는 총선은 전통적으로 현직 대통령의 업적을 평가하는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1년으로는 평가받기에 너무 짧다고 할지 모르나, 야당 입후보자의 선거운동 기간을 고려한다면 그렇지도 않다. 또한 우리나라 유권자들이 어디 보통 유권자들인가. 지난 대선에서 열세를 거듭하던 자신을 대통령으로 선출해준 유권자들이 아닌가. 유권자들의 판단을 믿고 총선 결과를 대통령 스스로가 겸허하게 기다리면 된다. 이미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1년간 자신과 자신의 지지세력이 표방하였던 정치적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서 여러 가지 정치적 행동과 발언과 토론을 지속적으로 해왔다. 많은 국민은 국가과제로서 경제성장 또는 빈부격차 해소와 서민경제 안정 등 경제문제를 우선적으로 생각하였으나, 노 대통령은 정치개혁을 최우선과제로 삼고 개혁 움직임을 주도하였다. 정치개혁을 달성하기 위해서 자신을 대선후보로 선출하였고, 대통령으로 당선시켜준 정당을 버리고 새로운 정당을 창당하였다. 또한 국민들 사이에서 논란이 많았던 김정일 정권에 대한 포용정책 기조를 계속 유지하고 있다. 대미 자주노선을 표방하면서 이라크에 추가파병의 결단을 내리기도 하였다. 정부 관료들과 격의 없는 토론으로 토론공화국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만족스럽지 않을지 모르겠으나 대통령으로서 업적을 쌓았으며, 그러한 업적에 의해서 유권자들의 평가를 받으면 된다. 대통령의 업적을 평가받기 위해서 선거기간 중에 여당에 유리하도록 대통령의 권한을 사용하여서는 안 된다. 지난 대선기간 중에 정치지도자로서 신선한 이미지를 만들어 주었던 러브샷의 마술을 또 한번 보이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총선기간 중에는 새삼스럽게 대통령이 특별히 역할을 할 것이 아니라, 임기 중에 소신껏 행했던 정치적 발언과 행동, 그리고 그로 인한 정치·경제·사회적 결과를 유권자들부터 평가받으면 된다. 대통령은 정치지도자이기도 하지만 국가 원수의 지위에 있으며 행정부 수반이기도 하다. 행정부는 선거라는 중요한 정치과정을 관리하기 때문에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은 선거관리의 최고책임자이다. 스포츠 경기에서 심판의 역할을 하도록 요구받고 있는 것이다. 심판이 공정하게 경기를 진행시키지 않으면 관중은 경기 결과에 승복하지 않을 것이다. 전체 국민의 세금에 의해 유지되고 있는 정부조직이 특정 정파의 이익을 위해서 운영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은 법률 이전의 상식이다. 어느 나라 선거법도 특정 정파의 주장을 배척하거나 선택하는 정치 과정에서 전체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정부조직이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는 할 수 없도록 금지하고 있다. 대통령직도 국민의 세금에 의해서 유지되고 있으며, 그 세금은 특정한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는 국민들도 납부하고 있다. 심판의 역할을 하도록 요구받고 있는 대통령이 스스로 선수가 되어서 경기장을 뛰어다녀서는 안 될 일이다. 김호섭 (중앙대 정치학 교수) 출처 - 세계일보 2004. 1. 8 시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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