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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자본 적대시해서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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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1-10 |
| 외국자본 적대시해서야 최근 재벌을 등에 업은 일부 언론과 관료들, 심지어 한국은행까지 나서서 토종자본과 외국자본을 적대적 시각에서 분리하는 부정적 논리를 펴고 있다. 이들의 주장은 다음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는 핵심 기업을 헐값으로 매각하고 안방을 내주었다는 것이다. 둘째는 은행의 경우 펀드들에 매각했기 때문에 전혀 경영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셋째는 외국자본이 국내 금융시장의 안정정책 집행에 비협조적일 뿐 아니라, 기업대출은 기피하고 가계대출에만 치중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들이 문제 삼는 펀드자본주의의 한계가 없는 것은 아니나, 외환위기 직후 펀드일망정 외국계 자본의 국내 진출이 국내에 끼친 공로를 전혀 무시할 수는 없다. 외환위기 당시에 펀드가 아닌 전략적 투자가인 전문금융회사가 국내에 진출하는 것이 더 좋았을 것이라는 데에 이의가 없지만, 당시 국내 금융업의 여건상 전략적 투자가를 유치하기가 난망했던 것은 사실이다. 오히려 외국계 자본이 국내 시장에 진출하여 금융시장의 안정에 기여하고 그런대로 기업지배구조상의 국제적 모범 규준을 보여줬을 뿐 아니라, 무모하기 짝이 없는 관치금융의 제어판으로 작용한 것도 부정할 수 없다. 그 결과 최근 시티은행이나 홍콩상하이은행(HSBC)과 같이 국제적 명성이 매우 높은 전략적 투자가들이 우리 시장에 높은 관심을 보인다는 것만으로도 우리 금융시장이 발전했다고 할 수 있다. 최근의 펀드자본에 대한 국내 금융기관의 헐값 매각 및 무리한 풋백옵션(사후손실보전)과 관련한 비판은 펀드였기 때문에 생긴 것이 아니라, 매각전략에서 우리 관료들의 수준과 국제적 매각전문가의 실력 차이로 인한 결과로 해석하는 것이 옳다. 또한 한국은행을 위시한 일부 관리들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외국계 자본이 경영하는 금융회사들의 경우 기업대출을 기피하고 개인영업에만 치중하는 문제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는 아직도 영업을 통해 이자도 갚지 못하는 비정상적인 기업들이 많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오히려 기업들의 생산성과 경쟁력이 시장의 리트머스 시험지를 통과할 수 있게 강한 체질로 바뀌도록 시장원리에 맡기는 것이 장기적으로 더 바람직한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언제까지나 유치산업론에 입각해서 경쟁력 없는 기업을 지원해 주고, 그 결과 금융기관 부실채권 문제로 경제 시스템이 발목 잡힐 수는 없다. 외국자본은 점령군이라는 논리는 결코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재벌들의 금융지배를 허용하자는 주장은 더욱 위험한 논리적 비약으로 대안이 될 수 없다. 금융전업가들을 양성하고, 아울러 우리의 실력을 키우는 것이 더 중요하다. 동시에 관치금융으로 허약해져 부실화된 금융기관을 헐값에 무작정 빨리 팔아치워 문책을 모면하려는 정부 관료의 양극단적인 매각전략을 경계해야 한다. 공적자금이 투입된 부실금융회사의 경우에도 구조조정과 경쟁력 강화를 통해 매각가치를 높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대항군이라는 논리 하에 진행되는 국내 사모펀드도 결국은 언제가는 재매각을 해야 하기 때문에 누가 매입할 것이냐는 똑같은 문제에 직면할 뿐 아니라, 해외펀드보다 더 나은 대안이 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이러한 논란의 근본적 배경은 결국 국내 금융업이 낙후되어 실력이 없다는 데 있다. 이는 수출제조업은 세계시장에서 외국 제품과 치열한 경쟁을 통해 경쟁력을 배양한 반면, 금융업은 관치에 길들여져 허약체질이 됐기 때문이다. 따라서 점령군의 논리보다는 관치의 폐해를 없애 국내 금융업이 자생력을 배양하도록 시장원리에 충실하는 것이 최적의 대안이다. 권영준 (경희대 경영학 교수) 출처 - 세계일보 2004. 1. 7 시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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