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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칠레 FTA 살려내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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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1-10 |
| 한·칠레 FTA 살려내야 오늘 아니면 가을까지 표류 … 전 국민 입장서 통과시켜야 지난 1월 1일은 세계의 자유무역협정(FTA) 강화 추세와 관련해 특별한 의미가 있는 날이었다. 이날 중국·홍콩, 중국·마카오, 대만·파나마 등 3건의 FTA가 발효되면서 중화권 4개국이 FTA 미(未)발효국 대열에서 벗어났다. 반면 우리는 그 이틀 전 국회에서 한·칠레 FTA 비준동의안 처리가 무산되는 것을 지켜보았다. 이로써 한국은 WTO(세계무역기구) 회원국 중 FTA를 갖고 있지 않은 두 나라 중 하나가 됐다. 또 하나의 FTA 미발효국은 몽골이다. 만약 8일 폐회되는 임시국회에서 한·칠레 FTA 비준안이 통과되지 않는다면 상당 기간 실현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이런 상황과 관련해 우리 국회의 FTA 비준 절차에서 몇 가지 짚고 넘어갈 게 있다. 첫째, FTA의 보완 대책 협의과정은 국회·정부·농민·일반 납세자가 당사자인 다면(多面) 협상이다. 국회가 일반 납세자의 대리인이라는 성격을 감안하면 사실상 3자 협상인 셈이다. 국회는 마땅히 농민 지원 못지않게 일반 납세자 부담 경감이라는 두 가지 요구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야 한다. 그러나 국회는 일반 납세자의 이익은 도외시한 채 마치 제3자처럼 농민 입장만 대변하고 있으며, 때로 다른 당사자인 정부에 농민단체 동의를 얻어오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는 국회가 책임 있는 협상 당사자이기를 포기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둘째, 원하는 것만 얻고 민감한 것을 전혀 양보하지 않을 수는 없다는 것은 통상협상의 기본이다. 그러나 국내 분위기는 농업에 대한 어떠한 피해도 용납할 수 없다는 식이다. 협정의 영향을 냉정히 살펴보자. 협상 타결 직후 국내 어느 대학에서 내놓은 분석결과에 따르면 예외로 처리했다는 사과와 배에는 피해가 없고, 겨울에 들어오는 포도와 과실가공품에서 발생하는 피해가 연간 450억원이다. 간접피해 45억원까지 합친 전체 피해 규모는 연간 620억~630억원이라고 한다. 이 정도는 우리 경제 규모에 비추어 큰 어려움 없이 부담할 수 있다. 정부와 국회는 이미 각종 특별지원법안과 상당한 액수의 기금 규모에도 합의했다. 이런 배경에서 보면 많은 농민단체가 정부의 지원대책을 받아들이면서 비준을 촉구하고 나선 사정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셋째, 비준을 ‘도하개발아젠다(DDA) 이후’로 미뤄야 한다는 주장은 DDA와 FTA가 전혀 다른 성격의 협상이란 점을 간과한 것이다. FTA 발효시점을 DDA 타결시점과 연계해야 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 작년 칸쿤 각료회의의 실패에서 보았듯이 DDA는 시한 내 타결 여부가 극히 불투명하다. 이 때문에 많은 국가는 FTA 체결을 가속화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DDA 협상과 FTA를 연계시키는 것은 결단코 실리 우선의 접근이 아니다. 국회는 대승적 결단을 내린 농민단체들의 용기와 타협정신을 헛되게 하지 말아야 한다. 아스팔트 위에 나선 농민뿐 아니라 국민 대다수의 말 없는 목소리도 크게 듣고, 그 침묵의 의미를 충분히 헤아려야 한다. 한·칠레 FTA 비준안 처리는 오늘이 사실상 ‘마지노선’이다. 8일에도 처리되지 않으면 올가을이나 돼야 논의를 재개할 수 있을 것이다. 그동안 한국 기업은 칠레 시장에서 계속 밀려날 것이다. 국회는 고통스럽더라도 즉시 한·칠레 FTA를 살려내야 한다. 김철수 (세종대 총장 / 前 상공자원부 장관) 출처 - 조선일보 2004. 1. 8 시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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