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후보 시민단체 토론회] “남북관계상 主敵개념 당연”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대통령 후보는 23일 시민단체인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와 ‘비전@한국’ 초청 정책토론회에 참석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요지.

―향후 5년의 우리나라 상황을 어떻게 보나?

“산업화와 민주화 시대를 거쳤고 향후 5년은 선진화의 시대이다. 선진화 시대의 문턱을 넘기 위해선 민주화 시대에 완성 못한 민주화와 시장경제 질서를 먼저 바로잡아야 한다.”

―현행 헌법 하에서 권력분산을 이룰 수 있다고 보나?

“4년 중임제를 해야만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단을 막을 수 있다고 보지 않는다. 현행 헌법으로도 권력기관의 중립을 담보하면 권력집중 폐단을 막을 수 있다. 남북관계 진전이나 정치상황 발전에 따라 헌법을 근본적으로 손댈 때가 올 것이다. 그러나 부분적인 중임제의 이점을 살리기 위해 개헌하자는 데 동의하지 않는다.”

―이 후보의 대북 상호주의는 북한이 변하지 않는 한 아무것도 줄 수 없다는 것이냐?

“김대중 정부만큼 많이 준 정부가 없었다. 그러나 이토록 주고도 변하지 않는데 더 준다고 변한다는 보장은 없다. 엄격한 상호주의가 아니라 인도적 지원은 예외로 인정하는 선택적 전략적 의미의 상호주의를 의미한다.”

―대북 포용정책과 주적(主敵) 개념이 공존할 수 있나?

“남북관계는 170만명이 휴전선에서 군사적으로 대치하고 있으면서 북한을 평화를 위한 교섭 파트너로 인정해야 하는 이중성의 구조이다. 대치하는 상대방에 대한 상황적·군사적 개념으로서 주적 개념은 당연하다. 대립관계가 해소되면 자연스레 주적 개념은 없어진다.”

―보수와 진보를 아우를 수 있다고 보나?

“현대 정당에는 보수와 진보가 병존한다. 우리가 지향하는 방향성 밑에서 건전한 보수와 합리적 진보가 함께 간다는 것은 정체성의 혼돈이 아니다.”

―이 후보가 대통령이 돼도 레임덕이 오는 것 아니냐?

“국정운영이 과시형 인기영합주의에 빠지면 취임 초라도 바로 레임덕이 올 수 있다. 반짝 효과를 거두려 하고 포퓰리즘적으로 하면 정권에 대한 신뢰를 잃게 한다. 또 부정부패에 대한 청산이 제대로 안 되면 국민의 멸시를 받게 된다.”

―다음 대통령은 2004년 총선 공천이 끝나면 레임덕이 온다는 얘기도 있다.

“앞으로의 대통령은 소속 정당을 다수당으로 만들어 국회를 관리하는 식으로는 대통령을 할 수 없다. 권력분립 차원에서 국회를 설득하는 정치를 해야 한다. 정당도 공천권으로 장악하려 해서는 안 되며 공천은 상향식으로 가고 있다.”

―당선되면 정부 개혁의 범위를 어느 정도로 생각하나?

“내각 통할권을 실질적으로 총리에게 줘야 한다. 권력기관의 중립화와 편중인사 배격이 절실하다.”

―탈북자 문제에 대해 중국과 우리 정부가 취해야 할 조치는 무엇인가?

“중국은 탈북자를 생활고나 경제적 이유로 월경한 사람으로 처리하면 안 되고, 북한체제로부터 탈출하려는 탈출민이기 때문에 난민 대우를 해야 한다. 우리나라도 동포를 다 수용하겠다는 자세를 취해야 한다.”

( 宋東勳기자 dhsong@chosun.com )
출처 - 조선일보 2002. 5. 24 정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