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사회를 만드는 사람들 - '사랑채' 김금복

매일 아침 출근길에 필자는 사무실을 가기 위해 종묘공원을 가로질러 가야만 한다.

그때마다 점심때면 노인들에게 무료로 식사를 제공한다는 소식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도대체 어떤 사람들이 그런 일을 하시는 건지 궁금했었다.

기대와 설레임으로 사무실 밖을 나와 종묘공원에 도착했을 때는 예상과는 다르게 '오늘은 한국야쿠르트에서 식사를 대접하겠습니다.'라는 프랭카드와 함께 많은 직원들이 어깨띠를 두르고 막 식사 대접을 시작하고 있었다. 본래 '사랑채'라는 단체에서 식사대접을 매일 하는데 한국야쿠르트는 매주 목요일마다 종묘공원에 나와 사랑채를 도와 노인 분들을 모신다고 한다.

길게 줄지어 서있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제일 앞에는 식판에 국을 퍼주는 분이 있었다.

아담하고 소박한 개량 한복!

컬컬하면서도 부드러운 목소리!

검게 그을린 환한 얼굴!!

"아! 저 분이겠구나"라고 한눈에 느낌이 와 닿았다.

주위에서 김회장으로 통하는 이 사람은 지금까지 20년이라는 세월 동안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하루도 거르지 않고 한결같이 식사를 준비, 대접한다고 한다. 10명 남짓밖에 안 되는 이들 자원봉사자들이 자그마치나 500∼600명분을 준비한다는 말씀을 하셨을 때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인정머리가 반푼 어치도 없는 각박한 세상이라고들 하지만 그래도 이 세상을  살만한 가치가 있는 이유는 이들처럼 보이지 않는 음지에서 따스한 온정을 펼치는 분들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끝없이 보이던 긴 행렬도 어느새 사라져 노인들이 각자의 자리로 흩어졌을 때, 순간 필자는 식사를 준비한 분들의 정성과 진정한 사랑을 마음 속에서 느끼기 위해 노인 분들과 같이 식사를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도 갑자기 내 마음속에 '나는 저 분들과는 틀려! 저 사람들이 먹는 것을 내가 어떻게 먹을 수 있어.'라는 교만한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더욱 용기를 내어 마지막 줄을 이어 식판에 밥과 반찬을 받아먹었다. 그 순간 마음이 얼마나 평안했던지! 얼마나 밥이 맛있었는지! 마지막 반찬까지도 깨끗이 먹을 수 있었다.

어느 누가 그랬던가?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은 사랑도 받을 줄 아는 사람이라고...

김회장이 필자에게 건네준 명함에는 사답법인 사랑채(www.src.or.kr) 회장 '김금복'이라는 이름이 적혀 있었다. 김회장에게 혹시 힘든 점이 없었냐는 질문을 했을 때 그는 "작년에 1억 5천이 적자가 날 정도로 힘들었지만 나보다 더 힘든 노인 분들을 생각하면 더 분발해야한다는 다짐이 들기도 했습니다"라고 말했다.

김회장과 헤어지고 혼자 걸어오는 길에 필자는 사랑채처럼 소외된 사람들을 돕고 우리사회를 좀더 아름다운 모습으로 만드는 많은 단체들이 나타나길 기도했다.

♡결식 노인 무료 급식/ARS 060-700-0070/1통화 1,000원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 임종희 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