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사회를 만드는 사람들 - 우리 궁궐 지킴이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는 우리 사회의 숨은 곳에서 묵묵히 일하는 자원봉사자들을 찾아 이들의 활동을 알리고자 한다. 우리나라가 진정한 선진 사회로 가기 위해서는 경제력뿐만 아니라 성숙된 시민의식이 필요하다는데 동감하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성숙된 시민의식이야 말로 앞으로 우리 사회를 밝게 비추는 역할을 할 것이라 기대한다. 이에 ‘진정한 시민사회를 만드는 사람들’이라는 기획으로 자원 봉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연재물로 만들어 갈 계획이다.

4월 13일 토요일, 주말을 맞은 경복궁은 관람을 위해 온 외국인들과 주말 학습을 위해 모여든 학생들로 너무나 활기찬 모습이었다.

이날 필자는 서울의 주요 궁궐을 찾는 내외국인들을 대상으로 궁궐의 유래와 역사를 설명해주는 자원봉사활동 단체인 '우리 궁궐 지킴이'회원들을 만날 수 있었다.

‘우리궁궐 지킴이’는 문화유산 전문답사단체인 겨레문화답사연합(대표 이혜림)이 펼치는 문화유산 보호사업에 공감해 참여한 자원봉사자 모임으로 대학생부터 68세 노인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자원봉사자들이 참여하고 있다. 이들 가운데는 일어·영어 등 외국어 능통자도 상당수 포함돼 있어 외국인 관광객 안내도 가능하며, 초·중·고교 학생들의 궁궐 현장학습 때에도 사전 신청을 하면 자원봉사자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산뜻한 개량 한복을 차려입은, 은퇴한 미술교사 출신으로 경복궁 지킴이를 하고 있는 이향우씨는 “기존의 수박 겉핥기식 관람에서 벗어나 우리 궁궐의 역사를 제대로 알 수 있는 관람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미래 우리나라를 이끌 청소년들에게 소중한 우리 문화를 안내하는 것에 큰 보람을 느낀다며 환한 웃음을 보였다.

그렇지만 해외교포나 외국인과 같이 온 한국인들이 우리 역사에 대해 외국인들에게 잘못된 역사를 전달할 때 안타까움을 느낀다며, 자신들에게 관람을 요청하는 것이 더 낳을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문화재 전문위원과 대학교수로 구성된 강사진에게서 문화유산의 이해, 문화재 법령, 조선궁궐사 등 이론 수업과 궁궐별로 현장 답사를 하며 실습교육을 받은 전문가들로서 50여시간의 집중교육을 받은 이들은 공식 안내원이 있는 창덕궁을 제외한 경복궁, 창경궁 , 덕수궁 , 종묘에서 토요일 오전 10시, 오후 1시, 2시, 3시 등 4차례 활동한다.

평상시의 격주 토요일 자원봉사에서 월드컵을 맞아 비상체제로 전환해 매주 토요일 뿐만 아니라 외국인들이 인터넷을 통해 신청할 경우에는 주중에도 봉사를 한다고 한다. 비록 몸이 피곤하지만 한국을 알리는데 큰 보탬이 되는 것 같다며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말로 끝을 맺었다.

2002. 4. 15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 안진석 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