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꽃피는 ‘소망 공부방’을 찾아

공부, 공부, 또 공부! 공부 노이로제에 걸린 것 같은 불쌍한(?) 어린이들에게 방과후 공부방을 운영한다는 것은 일대 모험일 테지요. 누가 감히 학교에서 시달린 어린이들에게 다가가 “놀자”가 아닌 “공부하자”는 비인기 발언을 입 밖에 낼 것인가 말입니다.

시민회의는 상황이 이럼에도 불구하고 인기 폭발의 한 방과후 공부방을 찾아내는 데 성공했습니다. 저소득층 집단 거주지역인 서울 수서동 도시개발 영구임대 아파트 6단지에 자리하고 있는 수서소망선교관의 ‘소망 공부방’이 그곳입니다.

“서로 사랑할 줄 아는 어린이에게 더 이상 무엇을 바라겠어요?” 사랑의 교육을 공부방 모토로 삼고 어린이들의 다정한 벗으로 인기 만점인 박소현(33) 선생님의 뼈있는 한 마딥니다.  

저소득층 맞벌이 부부를 위해 마련된 소망 공부방은 어린이들의 교과지도는 물론이고 생활지도까지 담당하고 있답니다. 학교에서, 심지어 가정에서까지  견딜 수 없는 외로움에 시달리는 어린이들이, 이 공부방에서 서로 보듬어주는 ‘서로 사랑’을 배우고 있다니 참으로 대견스럽지 않습니까?

공부방 분위기에 젖어들어 보니 박 선생님의 ‘사랑할 줄 아는 어린이’가 마구마구 좋아집니다. 왜 우리는 그 동안 갑갑한 교실에서 어린이들을 줄 세우는 작업에 에너지를 소모했을까요.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제 어린이들에게 사랑을 가르쳐야 할 때가 온 것 같습니다. 아니, 너무 늦었다는 느낌입니다.

열린 교육, 자율 교육, 체험 교육의 산실인 소망공부방엔 다양한 특별활동도 준비돼 있습니다. 이 가운데 매주 화, 금요일에 실시되는 피아노 연주, 매주 금요일의 자연체험 학습 등이 손꼽힙니다.

이밖에도 빼놓을 수 없는 프로그램이 더 있습니다. 특정 아동을 대상으로 열리는 표현미술 교실(금요일)과 놀이치료 교실(토요일), 열린 네트워크(www.opennet.or.kr) 후원의 샘틀 공부방 선생님들과 함께하는 토요 특별활동(과학탐구, 중국어, 십자수, 컴퓨터, 연극 등)이 그것입니다. 일주일에 한 번씩은 중,고등학생들도 이 방을 찾아 영어와 국어, 수학 등을 배운다고 하니 소문이 참 빠르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린이부대’의 대장인 박 선생님은 어쩔 수 없이 직업의식을 드러내고 맙니다. 오는 7월 20일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열리는 ‘장애인 차별 금지법 제정을 위한 장애인 국토순례대행진’에 꼭 참석해 달라고요.

2002. 6. 24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 김유원 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