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사회를 만드는 사람들 - 새판을 짜야 국민이 산다

「국민연금은 사회 총체적 문제로 경제와 분리해서 생각해서는 안 된다. 국민연금의 본격적인 급여가 시작되는 2008년부터는 가입자의 불만이 걷잡을 수 없을 만큼 커질 것이다. 그리고 현재 60조원 이상 적립된 연금기금이 2003년이면 100조원에 달하며 정부에서 저리로 차용해 공적자금에 투자하는 등 연금 기금 관리에도 커다란 구멍이 생기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고치지 않으면 의료보험 재정 파탄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국가적 재난을 불러 올 것이다.」

2002년 6월 4일 오후 3시 여의도에 있는 한 연구소에서 공직생활 27년간 의료보험제도 도입, 국민연금제도 도입, 영 유아 보육제도도입과 같은 한국의 복지정책 근간을 만드는데 주도적 역할을 했으나 대통령의 공약사업인 의료보험 통합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반대하다 면직 처분된 김종대경산대교수(전 보건복지부 기획관리실장)를 만났다.

그의 첫 인상은 국민의 복지를 최우선 가치로 생각하고 면직처분이 될 상황에도 소신 있게 자기주장을 펼 친 줏대 있는 지식인의 모습 그 자체였다.

김종대교수는 우리나라의 연금제도 도입 상황을 구라파의 복지정책을 차용해 실시하던 일본의 제도를 그대로 들여 온 것으로 72년 시행하려 했으나 오일쇼크로 연기되었다가 88년에야 겨우 시행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도입 당시에는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한 근로자 복지 연금으로 만든 제도였는데 국민의 정부에 들어와 근본적인 제도 개선 없이 전 국민을 대상으로 시행했다며, 자영자나 농어민 등을 대상으로 한 전 국민연금을 실시할 경우 새로운 제도를 다시 만들어야 함에도 있는 옷을 늘려 억지로 껴입은 것과 같다고 비판했다.

그리고 연금제도 등의 사회복지제도를 만들 때는 철학적 배경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사회복지의 개념은 1880년대 서구 유럽 등에서 시작된 것으로 시작 당시의 사회적 환경, 독일 프랑크푸르트학파의 사회주의적 통합 등의 철학적 배경 하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공업화초기 농민들의 도시유입이 초래되고 대부분 근로자생활로 생계를 책임지던 당시 근로자 위주 복지의 연금형태를 사회적, 시대적 배경이 다른 우리나라에 그대로 도입하는 것은 자유주의와 시장 경제체제 깨는 위험한 발상이라 지적했다.

사회복지를 실행함에 있어 우리의 취약한 사회구조를 감안해 좀더 신중하게 적용해야함에도 불구하고 완전 사연금으로 전환한 칠레, 그나마 소득이 잘 파악되는 자영자와 근로자를 위주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에 부합하는 복지정책을 실시하는 스웨덴, 미국 등과는 다르게 새로운 제도 마련과 충분한 검증 없이 단지 대선 공약으로서 대중에 영합하기 위한 정책적 포퓰리즘으로 전 국민 연금정책을 실행한 현 정부는 마땅히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당시 실무책임자, 1999년 1월 연금법안의 전 국민확대를 통과시킨 국회의원들을 찾아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그래야 앞으로도 이러한 사태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며 연금제도 개혁을 위한 국민연대에 적극적인 동참을 표명하며 자신의 말을 마쳤다

2002년 6월 4일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 안진석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