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 정책 간담회 - NGO 향후 활동방향

인권 변호사 박원순씨, 시민회의에 은은한 향기를 남기고 떠나다.

날씨는 무덥고 몸은 나른한 6월 7일 금요일 오후, 박원순 변호사의 방문은 시민회의 사무국 상근 간사들의 지친 몸과 마음을 가다듬게 하는, 권토중래를 기하게 하는 좋은 기회였다.

흑백논리에 길들여진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박원순 변호사는 먼저 지적하였다. 참여연대, 경실련, 시민회의의 성격이 조금씩 다르고, 행동하는 기준에서 차이가 나더라도 다양성 즉, 다원주의를 핵심 이념으로 하는 민주주의 원리에 비추어 볼 때 다양한 시민단체들이 활동하고 상호 경쟁하는 것은 매우 긍정적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영국과 미국에서의 유학 생활을 하면서 변화와 혁명의 차이는 냉철하게 인식해야 한다고 박원순 씨는 말한다. 프랑스 혁명(1789) 이후 보수반동(왕정복고) 시대가 도래했듯이 역사는 직선적으로 발전하지 않고 나선형으로 지그재그 식으로 발전한다고 볼 수 있다.

시민단체가 과도한 권력을 행사한다고 비판하는 측도 있지만 시민단체들이 존재할 수 있고, 시민들이 시민운동가들을 따르는 근본 요소는 시민단체의 가장 중요한 존재의미인 도덕성에 있다. 시민운동의 핵심은 상근 운동가가 아니라 일반시민들의 참여에 있다고 주장한다. 시민단체가 정부와 기업을 감시하고 비판하듯이 시민들은 시민단체의 도덕성을 감시하고 비판해야만 한다.

기존의 시민운동은 주로 큰 주제, 대의명분 중심으로 활동하였다. 하지만 이제는 큰 주제, 큰 이념보다 비록 작지만 소중한 이슈를 개발해야만 한다. 시민들의 일상과 밀접하게 연결되고 피부로 직접 느낄 수 있도록 하는 시민운동이 되어야 한다고 박원순 변호사는 말한다. 참여연대가 시작은 미약했지만 지금은 다른 단체들보다 클 수 있었던 것은 회원(시민)이 주체가 되는 운동을 하였고, 재정문제 등에서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유지하였기 때문이다.

시민회의 간사들과의 질의 응답에서 시민단체가 정치권(제도권)으로 편입하여 활동하는 것에 대한 질문에 모든 시민단체들을 일괄적으로 묶어서 정치권으로 진입하는, 선거출마와 같은 행동을 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할 수는 없지만, 기본적으로 시민단체는 정치적인 중립을 지켜야만 하는 위치에 있다고 말했다.

박원순 변호사는 시민운동가도 당당한 직업으로 인식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시민단체에 대한 시민들의 신뢰가 높아지도록 시민운동가들이 더욱 노력해야 하고, 시민들의 가슴에 다가갈 수 있는, 인간미가 넘치는 시민운동이 필요하다고 한다. 남들이 다 알고 주장하는 것보다 사회가 간과하고 생각하지 못한 사회적 부조리를 제기하고 올바른 변화를 추구하는 마이너러티 운동이 진정한 시민운동이라고 말했다.

시민회의 사무실을 등뒤로 하고 떠나는 박원순 변호사의 체구는 작지만 그의 정신은 매우 커보였고, 행색은 초라하지만 그가 시민회의에 남긴 언어는 아름다운 흔적으로 남아 나의 가슴속에 은은한 향기로 맴돌았다.

2002. 6. 8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 고영민 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