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정보공개- ③ 프랑스

고등학교가 우리처럼 학군제로 평준화되어 있는 프랑스의 경우, 누구라도 교육부가 마련해놓은 인터넷 사이트에서 1400여개의 프랑스 고등학교에 관한 평가표라고 할 수 있는 여러 지표들을 참조할 수 있다. 검색을 위해서는 고등학교의 이름을 직접 입력하여 단일 학교의 지표를 확인하거나, 해당 지역의 학교에 어떤 고등학교가 있는지 알아보고자 하는 경우 해당 지역을 입력하는 방식을 취하면 된다. 물론 기본이 되는 것은 프랑스 공교육이 목표삼고 있는 바칼로레아 학력 수준을 어느 정도 달성했는가의 여부이지만 단순히 바칼로레아 합격률을 비교하는 차원이 아니라 각 고등학교의 교과 과정의 특성과 학생들의 출신 사회 계층까지 고려하여 각 고등학교가 얼마만큼 효율적인 학업 성취를 이룩했는가를 알아보게 하고 있다.

프랑스의 학교정보공개에 관한 웹 사이트에서는 크게 세 가지 지표 - 바칼로레아 합격률, 바칼로레아 접근률 (고1, 고2생들의 예상 합격률이라고 할 수   있다), 전학생, 자퇴생,  졸업생 등 그 학교를 거쳐 간 학생들의 바칼로레아  합격생 비율 - 를 접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성적 이외의 지표들을 제공하는  까닭은, 학생들이 원하는 바칼로레아 계열에 따른 선택 과목을 폭넓게 개설한 학교와 그렇지 못한 학교의 경우, 그리하여 전학을 가게하고 특정 계열을 집중 교육하여 합격률을 높인 경우, 또는 유급 제도를 활용하여 합격할 때까지 학생들을 책임지는 학교와 그렇지 못한 학교 등의 차이들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또한 프랑스의 학교정보공개 틀에서는 특이할만한 점은 단순히 학교의 정보만 통계 처리하여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의 특성을 구분하여 4개의   그룹으로 분류하고 그에 따라 기대치를 산출한다는 점이다. 학생학군 기준 기대치와 전국 기준 기대치를 제시하여 비교한다. 이 기대치는 학생의 연령과 출신 계층에 따라 산출한 것이다. 그리하여 기대치와의 차이를 향상치 (valeur ajoutee)로 평가한다. 사실, 고등학교의 성취도는 이 향상치도 평가되어야 한다고 본다.  바칼로레아 합격률만을 놓고 따지면 원래 잘 할 수 있는 좋은 학생들을 데려다가 공부시킨 학교와 힘든 학생들을 데려다가 향상시킨 학교의 학업 성취 효과의 차이를 제대로 평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기대치를 산출하기  위해서는  학부모의 사회적, 직업적 지위에 따른 범주의 설정이 불가피하다.

이러한 기대치 산출을 위해서는 네 개의 카테고리로 “매우 유리(tres favorisee)”, “유리(favorisee)”, “보통(moyenne)”, “불리(defavorisee)”한 계층으로 출신을 분류하고 있다. 출신 계층과 학업 성취가 밀착되어 있는 현실을  외면하지 않고 이를 기대치에 반영하고 있다. “매우 유리한” 계층의 직업은   전문 자유직, 간부 공직자, 교수, 정보, 예술, 공연 종사자, 회사의 기술 간부직, 기술자, 교사, 10명 이상 종업원을 둔 회사의 사장들이며 “불리한” 계층은 노동자, 농업 노동자, 퇴직자, 실업자들이다.

학교정보공개에 의해 프랑스의 고등학교들은 크게 네 개의 부류로 나눠질  수 있다(이병애, 2004). “고성취(performants)”, “저성취(peu performants)”,“선별 성취(selectifs)”, “만성취(accompagnateurs)” 그룹이라 할 수 있는데, 고성취 그룹은 좋은 성적을 내고 있는 학교들로 40%의 고교가 이에 해당된다.    선별 성취 그룹은 합격율은 높지만 유급을 시키지 않고 전학을 많이 시켜  합격률이 올라간 경우로 22%의 고교가 해당된다. 만성취 그룹이란 반대로 별로  유리하지 못한 학생들을 유급시켜가며 끝까지 가르쳐서 성취시키는 학교로 1/4인 25.4%의 고교가 해당된다. 문제가 되는 것은 13%가 속해 있는 저성취 그룹 고교이다.

프랑스 교육부가 발표한 한 연구 보고에 따르면, 저성취 학교들은 “불리”한 계층 출신(노동자, 무직자)의 학생 비율이 평균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고성취, 선별 성취 고교들은 “유리”한 계층 출신 학생을 더 많이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의 계층 이동이 용이하지 않은 것이다. 그러다보니 이러한 교육부의 공개의 역효과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실제로 프랑스에서도 좋은 고등학교가 있는 지역의 집값이 더 비싸고 주거 환경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인이 되고 있는 등의 현상이 감지되고 있으며, “불리”한 계층이 많은 저성취 학교의 입학을 꺼리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이류 고등학교는 없다”는 것이 학교 평가 고등 위원회의 확언이고 이러한 자신감이 학교 평가 공개의 바탕을 이루고 있기는 하지만 이러한 공개가 오히려 좋은 학교의 명성을 높이고 그렇지 못한 학교에 오명의 낙인을 찍는 것은 아닌가하는 문제가 제기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프랑스 교육부는 벌써 11년째 이러한 공개를 계속하고 있고 정확한 현실 인식 위에서 드러난 문제들의 해법을 찾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출처: 강인수 교수(수원대 교육대학원장)
            '학부모의 알 권리와 학교·교육내용선택권'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