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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작년 이맘 때 철도공사에 들어간 아들이 1년도 안되어 용서할 수 없는 불효자식이 되어버렸습니다. 노조단체행동에 대비하여 침낭을 챙겨가면서, 자기는 노조주장에 동의하지는 않지만, 전체행사라서 어쩔 수 없이 형식적으로 참여한다고 하기에 걱정하지 않았는데,불법파업으로 들어가면서 핸드폰도 끊기고 찾을 길도 없어져 줄곧 가슴이 탔습니다. 아들놈은 어느덧 [너 죽고 나도 죽자]를 고집하며 투쟁하는 노조에 세뇌되어 파업현장의 조직에 충실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한평생 군정보장교로 복무한 본인이 보기에, 김정일 좋아하는 일만 골라하는 민주노총의 충실한 병사가 되어있었던 것입니다.
2. 파업막바지에 회사로부터 아들놈의 소재를 전해 듣고 자정이 넘은 시간에 송탄의 모자동차회사를 찾아갔는데, 놈은 그 회사 노조사무실에 숨어서 이른바 빨치산 식 파업행위를 하고 있었습니다. 수위실에 찾아가 어머니가 죽어서 아들을 데리러 왔다고 사정하여 겨우 연락이 되었으나 아들은 거짓말이라고 믿지 않으며 한사코 나오기를 거부하였습니다. 마침내 그놈 있는 곳에 들어가려다 그 회사 노조원들과 몸싸움이 벌어지고 1시간 이상 소란이 계속되어도 아들놈은 얼굴도 비쳐 보이지 않았습니다. 단 10분만 면회실에 와서 대화를 나누자고 사정을 하여도 거절하였습니다.
3. 어리석은 소견에 파업이 정당하다고 생각했어도 그 밤중에 자기가 걱정되어 찾아 온 부모에게 그리 불경하고 매정해야 했을까요? 그리고 파업이 어쩔 수 없는 방법이라고 해도 자기 회사 건물이나 관련시설에서 통상적인 방법으로 할 것이지, 어찌 남의 회사 노조사무실 깊은 곳에 숨어서 비겁하고 졸렬한 방법으로 하느냐 말입니다. 어떤 말로도 설득할 수 없는 무모한 행동으로 보였습니다.
4. 아들놈은 정문에 정보과 형사들이 잠복근무하고 있어서 나가면 당장 체포되는 줄 알고 있었는데, 아비가 절대로 그렇지 않다고 강조하여도 믿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샅샅이 살펴보아도 잠복근무하는 체포조는 찾을 수 없었고, 정문 밖 닭장차 안의 의경들은 모두 잠에 곯아 떨어져 있었습니다. 노조에 충실하기 위해 국민을 실망시키고, 자기를 오직 사랑으로 키워 온 아비를 비참하게 만들고, 자신을 망치려는 어리석은 자식에게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일었습니다. 지금 나와서 대화하지 않으면 자식이라고 생각하지 않겠다고 겁을 주어도 막무가내였습니다. 결국 포기하고 돌아오면서도 마지막 희망을 걸고 딸을 시켜 교통사고가 나서 아비가 죽었다고 연락을 해도 찾지 않았습니다.
5. 이 빌어먹을! 천하에 몹쓸 불효자식아! 나는 네가 국립대에 다니면서 그 흔한 장학금 한 푼 받지 못했어도 나무라지 않았고, 공부하지 않아 대우 좋은 회사나 기관에 들어가지 못했어도 서운해 하지 않았고, 대학을 나와 기술사 자격증까지 따고도 철도공사에 들어가 기능사 밑에서 막노동꾼처럼 일한다는 말을 들었어도 희망을 가지라고 격려했었다. 다만, 네 놈이 학생 때 열심히 준비하지 않아 실력 없는 자는 사회에서 대우받지 못한다는 것을 뼈저리게 터득하기를 바랐고, 그래서 못나고 실력 없는 자기를 받아 준 회사에 먼저 고마워하며, 이제부터라도 더욱 열심히 공부하고 기술을 연마하여 조직에서 자기 가치를 높이기를 바랐는데, 바보 머저리들과 한 패거리가 되어 회사에 저항하는 것부터 배우며 스스로 가치를 떨어뜨리고 쓸모없는 인간으로 전락하겠다는 말이냐?
6. 그리고 어떤 일이라도 네 책임아래 있는 사람의 생사를 가름하는 것이 아닌 바에는 가족에 우선할 수는 없어야 한다. 네 놈은 네가 하고 싶은 일을 하기위해 자식이기를 거부하였느니, 나도 그 날 밤 경고대로, 앞으로 적어도 십년간은 네 아비이기를 거부하겠다. 결혼도 네 마음대로 하고, 네놈이 죽었다고 해도 찾지 않을 것이다. 원망하려거든 어리석은 네 자신에게 하라.
7.또한 철도공사에서도 노조원에게 가족까지를 포함한 대외접촉을 차단한 일이 있다면 그 관련자를 찾아내 엄중히 응징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