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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업고교가 계층갈등의 선전장이냐[중앙일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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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3-09 |
| 실업고교가 계층갈등의 선전장이냐[중앙일보]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전국 곳곳에서 실업계 고교를 찾고 있다. 당 지도부가 소속의원 143명 전원에게 실업계 고교에서 1일 교사로 강의하라고 요구한 데 따른 것이다. 명분은 "실업계 고교 문제가 교육양극화 해소의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이라지만, 돌아가는 품새가 수상쩍다. 실업계 고교 방문을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려는 냄새가 물씬 풍기기 때문이다. 정치인이 초.중.고교와 대학을 찾아가 강의하거나 학생들과 대화하는 것을 탓하자는 게 아니다. 정치인은 다양한 국민의 목소리를 들을 필요가 있고, 학생들도 정치를 이해하는 기회를 갖는 것은 나쁘지 않다. 문제는 시기와 강연 내용의 적절성 여부다. 열린우리당 김한길 원내대표는 그저께 한 실업고를 방문해 "부자 부모를 만난 아이들은 비싼 과외로 공부해 좋은 학교에 가고 사회적으로 성공하는 기회도 많고, 부자 부모를 못 만난 아이들은 비싼 과외를 못해 좋은 학교에 못 가고 계속 못살게 되는 것이 양극화 현상"이라고 했다. 그는 또 "실업계고에 다니는 학생이 강남의 소위 일류 고교에 다니는 학생에 비해 성공의 기회를 덜 갖게 된다는 것은 잘못"이라는 말도 했다. 이런 내용의 강의는 실업고 학생들의 자괴심을 깊게 하면서 '강남'과 '가진 자'에 대한 증오를 부추길 뿐이다. 여당이 의원들을 동원해 실업고 1일 교사 행사를 벌이면서 이런 취지의 발언을 계속하는 데는 목적이 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양극화 문제를 정치 이슈로 부각하자는 것이다. 사회의 갈등을 조장하고 편 가르기 해 표를 얻자는 얄팍한 행태다. 정치인들이 부추긴 지역 갈등으로 우리 사회가 치르고 있는 고통만 해도 엄청난데, 이제는 계층 갈등을 일으켜 정치적 이득을 보겠다는 것인가. 더구나 그것도 정서적으로 민감한 10대 후반의 고교생들을 상대로 말이다. 실업계 고교생을 정치적 선전선동의 매개체로 이용하려는 시도는 당장 중단돼야 한다. 학교 측도 정치인의 강의가 학생들의 교육에 도움이 될지 판단해 수용 또는 거부할 수 있어야 한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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