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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기는 학교, 뛰는 학원
2006-02-27
<문화일보>기는 학교, 뛰는 학원 서울의 어느 유명 대학입시 학원 관계자가 지난 겨울방학 기간에 중학교 3학년 대상의 특별 강좌를 운영한 경험담을 최근 한 사 석에서 털어놓았다. 사교육 시장의 지나친 비대화를 막고, 공교 육의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은 어제오늘 나온 것이 아니지만, 그의 체험담은 그런 지적이 여전히 공허한 구호일 뿐이라는 사실을 확인시켜 준다. 그 요지는 이렇다. “경기도의 외진 산골에 분원 형태로 건립한 학원에서 방학을 이용해 40일간 합숙 교육을 시킬 ‘예비 고1반’을 모집했다. 물론 학부모와 학생들이 지원 여부에 가장 큰 요소로 고려하는 강사진의 면면은 미리 자세히 공개했다. 학원 운영자들이 가장 고심 하는 일 중의 하나가 뛰어난 실력의 강사 확보인 만큼 치열한 유 치경쟁 끝에 모셔온 강사들이었다. 비싼 수강료와 숙식비에도 지원자가 넘쳤다. 시험을 거쳐 300명을 뽑았다. 일정한 수준 이상 의 실력을 갖춘 학생들이 서로 자극을 주고받으며 경쟁하는 분위 기가 자연스럽게 조성됐다. 어느 교육청의 학력평가 시험에서 최 상위권이었던 학생도 전국에는 자신보다 훨씬 우수한 학생이 적 지 않다는 사실을 체감, 기를 쓰고 공부에 열중했다. 학원측과 강 사들은 항상 학부모들의 기대가 무엇인지를 학부모 입장에서 헤아려 학습 지도는 물론 생활 지도에 빈틈이 없도록 진력했다. 철저하게 수요자 맞춤형 교육을 제공했다.” 그 학원 관계자는 “유명 학원들은 예외없이 그런 식으로 운영되고 있고, 그러지 않으면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렵다”고 말했다. 학원 강사 역시 잠시라도 게으름을 피우면 치열한 경쟁에서 뒤처 지고, 인기가 절정이다가도 순식간에 학생들의 외면을 받게 된다 는 것이다. 공교육과 교사들은 과연 어떤가. 그 학원 관계자가 소개한 학원 운영 방식과 학생 지도 내용을 학교 교육과 수평 비교하는 것은 무리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공교육과 교사들은 대개 경쟁의 무풍지대에서 안주하다시피하고 있고, 사교육과 학원 강사들은 무한경쟁을 통해 갈수록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는 사실을 부인하기 어렵다. 그러잖아도 학부모와 학생들의 기대에 턱없이 못미친 채 한참 뒤 처져 있다는 지적을 받은지 오래인 공교육이다. 정신을 바짝 차리고 숨이 턱에 닿도록 내달려도 시원찮을 공교육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기어가고, 이미 앞서가는 사교육은 수요자의 요구와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더 빠른 속도로 달린다면, 그 거리는 갈수록 더 벌어지는 것이 당연하다. 공교육의 경쟁력이 사교육보다 크게 뒤지는 것은 거의 전방위에 걸친다. 특목고 등 극히 일부 예외를 제외하면, 공교육에서는 학교 선택권이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있지 않다. 학원과 달리 교사진의 실력과 인격 등을 미리 따져보고 진학할 학교를 고를 수 없 다. 학교 입장에서는 학생 선발권이 없는 셈이다. 학력이 아주 높은 학생부터 아주 낮은 학생까지 뒤섞인 교실에서 고만고만한 수준의 수업이 이루어진다. 그런 수업에 흥미를 느끼는 학생이 많지 않은 것은 오히려 자연스럽다. 교사가 학원 강사만큼 학부모 입장을 헤아린다고 보기도 어렵다. 무능 교사의 교단 퇴출은 고사하고, 비리·범법 교사조차 죄질이 지극히 나쁜 경우 말고는 교단에서 퇴출시킬 길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앞으로도 마찬가지다. 교육 당국은 지난해 9월 전교조 등의 반발로 실질적인 교원평가제의 전면 시행을 유보하는 대신 부적격 교사의 퇴출 방침을 밝혔으나, 그마저도 흐지부지될 가능 성이 크다. 16개 시·도 교육청이 교육부의 초안에 따라 일제히 교직복무심의위원회 구성을 위한 시행규칙을 입법 예고하면서 성적 조작, 금품 수수, 성폭력, 학생에 대한 신체적 폭력 등 4가지 유형의 비리·범법 교사일지라도 해임이나 파면에 해당하는 징계 가능성 이 있어야만 심의위원회에 회부할 수 있도록 엄격히 제한했기 때 문이다. 서울 도봉구의 경우, 강남 지역의 유명 입시학원 분원 유치 등을 통해 쌍문동에서 방학동까지 1㎞ 거리를 학원가로 조성할 계획을 추진중이라고 한다. 교육 여건 개선을 위해 지방자치단체까지 유명 학원 유치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사교육은 앞서가 고 있는데, 교육정책 당국은 공교육 정상화를 언제까지 말로만 되뇌고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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