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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무현의 음모론 그것을 분석한다
	2002-03-30
아래 동아일보 전진우 논설위원이 노풍에 대한 분석을 참 예리하게 잘 한 것 같다. 노풍의 음모설에 대하여는 권모술수의 9단이라는 김대중도 처음부터 노풍을 구상하고 실천했다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이기도 하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유종근이나 한화갑의 사퇴시기 등을 잘 따져 보면 김대중일파의 음모가 처음부터 있었다는 가정도 무시할 수는 없어 보인다. 가령 노무현에게 처음부터 전라도 표를 몰아주기 위하여 유종근을 팽한 것은 아닌가 하는 의혹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사실 광주에서의 경선에서 노무현은 근소한 차이로 이인제를 눌렀는데 이는 유종근이 있었다면 달라졌을 수도 있었을 것이고 지금과 같은 노풍은 없었을 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광주에서의 근소한 차이가 커다란 상징적 효과를 가져오면서 광풍을 몰아온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광주 경선의 결과가 김대중 일당에게 절호의 기회를 준 것 같고 그들은 여기서 세미하게나마 희망을 보았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이때부터 김대중 일당은 같은 전라도 출신인 한화갑도 물러나게 하면서 전방위 작업을 시작한 것은 아닌가 하는 추측은 매우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어차피 한화갑은 전라도가 아니더라도 가능성이 없는 인물이다. 이 친구야말로 대권이 아니라 당권에 군침을 흘리고 있는 친구니까 당권이라는 당근을 쥐어 쉽게 설득했는지도 모르겠다. 전진우 논설위원 말대로 광주의 노무현 선택은 동서화합을 위해서가 아니라 냉철한 이해득실에 따른 집단이기적 행동이었다. 어차피 이인제로는 안된다는 것이 정립된 여론이었고 따라서 조금이라도 가능성이 있는 노무현을 밀자는 것은 광주로서는 너무도 논리에 맞는 당연한 선택인 것이다. 그런데 이런 광주의 선택이 왜 김중권의 사퇴를 가져왔어야 하는 가에 대한 당위성은 매우 찾기가 어렵다. 김중권으로서는 어차피 광주에서 대단한 표를 기대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경상도 경선에서 그의 세 과시를 할 수 있었을 것이고 이는 이번 대선에서 보다는 차기를 바라보기 위하여도 중요했을 것이고 또 자신의 향후 정치생명을 위해서도 중요한 사안인데 3위로 잘 나가고 있던 김중권이 갑자기 사퇴한 것은 설명이 안되는 것이다. 어차피 그가 대통령에 당선될 가능성이 없다는 것은 처음부터 잘 알고 있었던 사실 아닌가. 반면 김대중일파에게는 김중권의 사퇴가 절대적 필요조건인 것이다. 이미 울산이라는 표본에서 지역이기주의의 힘은 증명이 되었으니 김중권의 사퇴하면 김중권의 표가 모두 노무현에게 몰릴 것은 불을 보듯이 뻔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김중권의 사퇴는 김중권이 자발적인 측면보다 김대중 일파의 외압으로 더욱 설득력 있게 설명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김중권이 사퇴의 대가로 도대체 무엇을 받았을까하는 의문이 생기는 것이다. 만일 김대중 일당이 사퇴의 대가로 수 십억 또는 수 백억원의 대가를 제공하면서 아울러 김중권의 약점을 들이대며 체포하겠다는 엄포를 놓았다면 유종근의 꼴을 본 김중권으로서는 아마도 선택의 여지가 없었을지 모르겠다. 전라도에서 전라도 후보를 미는 것이나 경상도에서 경상도 출신자를 미는 것은 단순한 지역정서만은 아니다. 여기에는 지역 집단이기주의의 냉철한 이해득실 계산이 있는 것이고 이런 집단이기주의는 극심한 지역편중인사로 인해 김대중 정권에서 더욱 심화되었다. 지금 김대중 일파가 노리는 것은 경상도 출신으로 알려진(?) 노무현을 전라도가 밀면서 동서화합이라는 명분도 살리고 아울러 차기 정권하에서의 신변보장 및 신정권에서의 일정 지분 확보라고 생각하면 틀림없을 것 같다. 노무현에게 가장 치명적인 것은 노무현의 진짜 고향이 전라도 강진이라는 소문인 것이다. 이 소문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노풍은 허풍으로 끝나게 될 것이다. 그래서 이 소문을 시작한 어떤 넷티즌이 구속됐는지도 모르겠다. 한편 노무현 진영은 이 치명적이 될 수도 있는 소문에 대하여 긍정도 부정도 안하는지 모르겠다. 이 사안은 호적을 조사해 보면 쉽게 알 수 있는 일인데 말이다. 김영삼, 김대중은 무능력한 대통령이었다. 김영삼은 무능한 중에서도 금융실명제라는 한가지 획기적인 성취를 했으나 김대중은 나라만 망쳐놓았을 뿐 해놓은 것이 별로 없다. 이제 광주의 계산대로, 또 김대중 일파가 학수고대하는 대로 노무현이 정권을 이어받게 되면 김대중시대가 연장된다고 보면 틀림없다. 그의 언동, 말 바꾸기, 국가경영에 관한 한 단순 무식함(권모술수에는 7단?)은 김대중의 그것을 빼 닮았다. 김대중은 성씨와 나이까지 속이는 사람인데 노무현이 고향을 속이고 있다면 이런 것까지 닮았다고 할 수 있겠다. 사실 김대중은 그의 고향이 전라도이기 때문에 문제가 아니고 그가 김대중이기 때문에 문제인 것이다. 노무현도 마찬가지. 그의 고향이 경상도건 전라도건 그것은 전혀 중요하지 않다. 사실 노무현의 문제는 그가 노무현이라는 사실에 있고 한편 그가 고향까지 속이는 거짓말쟁이라면 이것이 더 큰 문제인 것이다. 우리 국민들은 정말 정신차려야 한다. 사족: 내가 아는 사람 중 원적이 전남인데 부산고등학교를 나온 사람이 있다. "부고"하면 그래도 부산에서는 명문이고 부산상고와는 거리가 먼 학교다. 이 친구는 김영삼 정권당시는 전라도는 티도 안내고 거의 경상도 사람 행세를 했는데 물론 주위 사람들 대부분이 그의 원적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 김대중 정권이 들어서기가 무섭게 이번에는 사투리까지 바꿔 쓰는 것을 보았다. 서울대 출신으로 그래도 능력 있는 친구였는데 이래야 살아남는 우리나라는 참 슬픈 나라다. 하여튼 누가 나서서 노무현의 고향을 속 시원히 밝혔으면 속이 시원하겠다. **************** 민주당 경선이 오늘과 내일 경남과 전북에서 치러진다. 총 16개 권역 중 지난 주말까지 6개 권역이 끝났으니 바야흐로 중반전에 접어드는 셈이다. 그런데 이미 승부는 끝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하니 하는 쪽이나 보는 쪽이나 맥이 풀릴 노릇이다. 결과가 뻔하다는 경선을 뭣하러 하나 싶기도 할 것이다. 어쨌든 이인제(李仁濟) 후보가 하나마나한 경선에 들러리나 서란 말이냐고 역정을 낸 것이 그럴 만 했던 것인지, 아닌지는 이번 주말에 표로 판가름될 것이다. 이 후보가 경선 포기 직전까지 갔었던 것을 보면 뜻밖의 결과가 나오기는 어려울 모양이다. 여기 저기 다 알아보고 짚어보고 아무래도 안되겠다 싶으니까 때려치울 생각을 했겠지, 엄연히 선두를 달리고 있는 주자가 뜬금없이 판을 깨려야 했겠는가. ▼광주의 전략적 선택과 ´노풍´▼ 이쯤에서 지나간 판을 되짚어보기로 하자(이하 존칭 생략). 3월9일 제주 경선. 한화갑(韓和甲) 1위, 이인제 2위, 노무현(盧武鉉) 3위. 워낙 바닥이 좁은 탓에 한화갑의 조직표가 힘을 발휘했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3월10일 울산. 노무현 1위, 김중권(金重權) 2위, 이인제 3위., 영남 출신이 1, 2위를 한 것으로 보아 지역주의가 꽤 작용했음을 알 수 있다. 3월16일 광주. 노무현 1위, 이인제 2위, 한화갑 3위. 여기서 파란이 예고된다. 영남출신인 노무현이 광주에서 1위를 하다니! ‘광주는 위대하다’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나왔다. 동서화합의 ‘역사적 장(場)’을 열었다는 것이다. 물론 그같은 의미 부여에 인색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한꺼풀 벗겨보면 그것은 ‘광주의 전략적 선택’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광주의 전략적 선택이란 한마디로 본선에서 한나라당 이회창(李會昌) 후보를 꺾을 가능성이 높은 ‘대항마’를 밀어주자는 것이고, 이인제보다는 노무현이 낫겠다는 것이다. 광주 경선 이틀 전에 발표된 몇몇 여론조사 결과, 즉 이회창과 맞붙을 경우 이인제는 여전히 열세를 면치 못하는 반면 노무현은 오히려 우세하다는‘놀라운 소식’이 광주의 전략적 선택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점은 어렵잖게 추정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광주에서 노무현은 이인제보다 104표를 더 얻었을 뿐이다(득표율은 노무현 37.9%, 이인제 31.3%). 당연히 앞설 것으로 믿고 있던 이인제로서는 충격이었겠으나 광주의 전략적 선택이란 관점에서 보면 도리어 이인제의 잠재력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보여준 결과로도 해석될 수 있을 것이다. 광주의 결과는 ‘노풍(盧風)’을 부르면서 ‘충청의 전략적 선택’으로 이어진다. 대전(3월17일)과 충남(3월23일)에서 이인제는 득표율 67.5%, 73.7%의 몰표를 얻는다. 언제까지 영호남이냐, 이번만큼은 우리 쪽에서도 대통령 한번 내야 하지 않겠느냐는 ‘충청인의 열망’이 결집된 것이다. 본선에서 이회창과 이인제가 맞붙을 경우 누가 이겨도 충청 출신 아니냐는 이심전심(以心傳心)이 작동했을 법도 싶다. 여기까지 보면 이인제가 주장하는 ‘음모론’은 어째 좀 이상하다. 광주에서부터 ‘김심(金心)’이 실린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했다면대전과 충남의 결과는 무엇인가. 그곳은 원래 ‘이인제 땅’이어서 잠시 손을 거두었다는 것인지, 손을 썼는데도 약발이 듣지 않았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굳이 ‘음모의 냄새’가 난다면 강원(3월24일)에서 이인제가 노무현에게 7표 차로 진 다음날 3위를 달리던 김중권이 돌연 사퇴한 것을 들 수는 있겠다. 김중권이 물러남으로써 TK표가 대부분 노무현에게로 넘어갈 공산이 커졌으니까. 그러나 ‘음모론’이 설득력을 얻으려면 어느 정도나마 구체적이어야 한다. “연기가 나오면 어딘가 불이 있고 그림자가 있으면 실체가 있는 것” 정도로는 곤란하다. ▼´포지티브 게임´을 하라▼ 노무현의 ‘오버’도 눈살을 찌푸릴 만하다. 아무리 예상점수가 나왔다고 해도 경선이 끝나려면 아직 멀었는데 벌써부터 후보가 다됐는지 아는 모양이다. 정계개편 얘기는 김칫국부터 마시는 격이다. 방식도 그렇다. ‘민주당식 생각’을 하는 한나라당 사람들을 데려와 몸집을 불리겠다는 것인데 그럴 경우 ‘한나라당식 생각’을 하는 민주당 사람들은 어떻게 하나. 명분이야 어떻든 인위적 정계개편은 민의(民意)를 무시하고 왜곡시키는 것이다. 이미 경선 무대는 노-이 간 이념논쟁으로 옮겨졌다. 말릴 일은 아니다. 한 나라의 대통령이 되겠다는 인물의 이념검증은 철저할수록 좋다. 다만 서로 삿대질하는 ‘네거티브 게임’ 말고 내 생각은 이런데 귀하의 생각은 어떠시냐는 ‘포지티브 게임’을 하기 바란다. 제발. 전진우 논설위원 youngj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