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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제는 '초등학생'인가?
2002-03-26
아래 연합뉴스 기사를 보니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 나서고 있는 이인제가 심각한 고민에 빠져 있는 모양이다. 모든 유세 일정 등을 포기하고 자택에 칩거하면서 자신의 경선본부 선대위원장에게 전화를 걸어 “참모들과 지방당원, 국민 의견을 광범위하게 순차적으로 수렴해 달라”고 했다 하니 그가 안고 있는 고민이 얼만큼 큰 것인지 짐작이 된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 이인제는 지금 참으로 사치한 고민을 하고 있다. 고심하거나 장고할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다. 지금 당장의 구도만을 보자면 '경선 사퇴'라는 카드가 지난 날의 한나라당 탈당이라는 경력과 맞물려 무척 옹색한 논리를 제공할 것도 같지만 그러나 장기적으로 보자면 반드시 그런 것만도 아니다. 현재의 경선에 계속 참여하여 끝까지 가는 게 오히려 더욱 좁은 입지를 낳을 뿐이다. 경선 계속을 주문하는 사람들의 논리는 한 가지이다. 이번에도 경선 사퇴를 한다면 그것은 이전의 한나라당 경선 결과 불복 사태와 함께 정치인 이인제를 끝장낼 수 있다는 논리이다. 하지만 이런 주장에는 몇 가지 잘못된 전제가 깔려 있다. 나아가 그 안에 몇 가지 함정까지가 내포되어 있다. 그럼에도 이인제와 이인제 캠프에 있는 이들은 한나라당 경선 결과 불복이라는 덫에 빠져 그것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고 그 결과 저들의 주장에 단 한마디의 제대로 된 반론 하나 펴지를 못한 채 질질 끌려다니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먼저 이번에 민주당 경선 후보 사퇴를 하는 경우 정치인 이인제는 끝장이라 주장하는 사람들의 논리를 보자. 여기에는 이인제가 사퇴하든 사퇴를 하지 않든 노무현이 당연히 민주당 대선 후보가 될 거라는 게 기본적으로 전제되어 있다. 그러나 과연 그런가? 대답은 아니오이다. 이인제가 경선 후보를 사퇴하지 않는 경우 민주당 대선 후보는 당연히 노무현이다. 지금까지의 경선 결과만으로도 그것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만일 이인제가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사퇴한다면 어떻게 될까? 그것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일이지만 그때는 노무현이 아닐 수도 있다. 이인제의 경선 후보 사퇴는 곧 정계 개편으로 이어질 수 있고 그런 경우 노무현이 현재와 같은 유리한 카드를 계속 잡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그렇다면 이런 상황에서 이인제가 굳이 노무현의 둘러리를 계속해서 서야 할 이유가 어디 있을까? 깨끗한 정치인의 이미지를 위해서? 노무현 진영과 이인제 측근 일부가 주장하고 있는 이런 발상이란 참으로 순진하기 이를 데 없는, 이를테면 철없는 애들이나 내놓을 법한 발상에 지나지 않는다. 경선 불복이란 한번이든 두번이든 대의가 어떤 것이냐 하는 게 중요하지 그 숫자가 중요한 게 아니다. 만일 이인제가 여기서 주저않는다면 그것은 결국 그 스스로가 지난 날 한나라당 경선 결과 불복이 대의에 어긋난 일이었음을 자인하는 것일 뿐이다. 그것은 평생 그에게 멍에를 지울 것이고 그로 인해 그는 영원한 패자로 머물 수밖에 없다. 정치인 이인제는 그걸로 끝인 것이다. 그러므로 현 상황에서 이인제가 빼들 수 있는 카드는 하나 뿐이다. 가장 적절한 시기를 골라 전격적으로 경선 후보를 사퇴하는 것이다. 그렇게 이인제는 차라리 지금 여기서 끝을 보는 것이 좋다. 그것만이 정치인 이인제가 사는 길이다. 그런 경우 이인제가 빼들 수 있는 카드는 많아진다. 당장 노무현에게 끌려다니는 둘러리 상황(음모론 운운하고 있는 것 부터가 이미 대세에서 밀리고 있다는 의미이고 구차함을 스스로 드러내고 있는 것 아니겠는가?)에서 벗어날 수 있고 나아가 자신의 노력 여하에 따라 새롭게 진행될 정계 개편에서 그것을 주도할 수도 있는 일이다. 대체 무엇을 위해 경선의 둘러리를 계속해야 한다는 말인가? 이인제는 솔직해질 필요가 있다. 대외적으로야 어떤 말로 자신을 변호하든 적어도 자기 스스로에게만큼은 솔직할 필요가 있다. 이인제는 한번 배신을 했고 그리고 한번 배신을 당했다. 그러면 그것은 이제 비긴 거다. 거기에 매어서는 안된다. 이제까지는 덤으로 살아온 정치인 인생이었다. 이인제로서는 지금부터가 진짜다. 이제 자신을 자기 스스로 세워가야 할 때다. 그런데 그 절호의 기로에서 이인제는 지금 헤매고 있다. 그가 얼마나 오랫동안 지금처럼 헤매고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헤매고 있는 시간이 길면 길수록 그의 정치 인생은 그만큼 마이너스 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측근들의 이야기를 들어 결정한다고 했는데 어리석은 이야기이다. 측근들은 이인제가 아니라 자신들의 안위와 자신들의 명예만을 생각할 뿐이다. 그 또한 이인제로서는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하여튼, 이인제가 얼마나 큰 인물인지는 이번에 그가 내리는 결단을 보면 알 수 있다. 경선을 계속한다면 그는 적절한 시기에 박정희를 적당히 이미지 메이킹하는 데 성공한 기회주의적 소인배에 지나지 않는 것일테고 그가 이 위기를 기회로 삼아 더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역량을 보여준다면 적어도 한번 지켜봄직한 인물일 터이다. 이인제의 선택에 관심이 가는 이유이다. http://www.newstow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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