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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공계열 기피의 원인과 전망
2002-03-21
이과의 위기, 이공계열 기피, 등등으로 대변되는 최근 대학 입시의 경향에서 나타난 문제들이 세인의 관심을 이끌고 있다. 이 문제의 근원을 많은 전문가들이 추적한 결과로 과학기술자에 대한 사회적 지위가 유지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일반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결론을 한번 새겨보면, 과거(수년 전)에는 마치 이공계 기술자들이 상당한 지위를 향유하였던 것으로 국민이 착각할 우려가 있다. 과거와 현재의 기술분야에 대한 수험생들의 선호도의 차이는 세계적인 경기침체나 금융위기 등으로 단지 산업성장이 퇴보하여 온데 따른 진출로가 급격히 악화되고 협소해짐으로써 발생된 것뿐이다. 산업현장의 설비가 가동되지 않는데 기술자가 설자리는 없다. 선배들이 갈 곳을 잃었는데 후배들이 같은 길을 선택할 이유가 없다. 다만, 전문가들의 지적대로 기술인력에 대한 처우를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것, 이것은 자질이 있는 젊은이의 발길을 최대한 이공계통으로 돌리게 할 유인이 될 수는 있다. 그러나 처우가 현재에 머물더라도 더 많은 기술자들이 일할 수 있는 일자리가 창출되는 것만 같을 수는 없다. 이는 마치 현재 노출된 문제를 계기로 자신이 확보한 지위와 사회적 위치를 더욱 공고히하며, 이 기회를 이용하여 자신과 같은 기득권층의 처우증대까지 보장받으려는 음모로 보이기도 한다. 많은 전문가들은 앞에서 말한 대로 기술자(쟁이, 또는 장이) 천시풍조가 여전히 이 사회를 지배하고 있다는 논조를 강조한다. 일부 수긍이 가기도 한다. 다만, 이러한 경향의 바탕에는 사회학분야의 관리자들에게 현혹되어 있는 경영자나 지도층 인사들의 무지, 또는 이 분야 출신인 지도층 인사들의 농간이 이공계열의 종사자에게서 대부분의 의욕을 빼앗아 갔다는 사실도 우리는 알아야 한다. 건설교통부나 정보통신부 등의 기술정책을 다루는 관서에서조차 관련기술분야의 직렬인 전문직 공무원들이 국장급이상으로 발돋움하기가 용이하지 않다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심지어는 이러한 경향이 전문기술과 관련한 정부산하의 많은 전문기관, 연구기관에 있어서까지 사회학 전공자들에 의하여 절대적인 지배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구체적인 현상을 이해하지도 못한 채, 주변에서 쏟아지는 국내외의 "설"을 기반으로 전문성을 왜곡하여가며 기술인력들에게 무리를 강요하기도 하고, 이들의 생사여탈을 좌우하기도 한다. 실제로 인문사회계열의 고급유휴인력(쏟아지는 박사급 실업자)이 사회문제로 대두되어 왔다시피, 기술 배경의 전문기관에 이들의 설자리가 극히 협소할 수밖에 없어야 함에도 미사여구를 앞세우며, 책임을 회피하는데 귀재들인 이들 악화는 곳곳의 기술전문기관의 세를 장악하며 끊임 없이 양화를 구축해 온 것이다. 공공적 성격의 전문기관, 연구기관 등 국민이 주인(소유주체와 책임이 명확치 않은)이라 할 수 있는 조직의 현재를 살펴보면 결과는 자명할 것이다. 이공계 전문직은 왜 현장을 떠나고 있는가? 후진들은 왜 이 길을 기피하게 되었는가? 경제침체로 인한 시기에 직업인으로서의 위기가 특히 이들 기술집단에서 기술인력에게 더욱 직접적이고도, 증폭된 채로 전가되었음을 본 우리의 후진들은 기술자 직장인으로서의 길을 잽싸게 포기할 만치 그만큼 눈치가 빠른 점은 그나마 다행이다. 현대는 정보화사회라고 한다. 지식정보사회라고도 한다. 하루가 다르게 세상이 변하고 그 변하는 세상을 모든 학문이 민활하게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이 경우에 인문사회계열에서는 정보기술로 제공하는 정보를 유효하게 이용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그러나 자연과학계열에서는 하루가 다르게 변모하고 발전하는 정보기술을 자신의 학문에 신속히 접목할 수 있어야 한다. 만일에 내가 인문계열의 학자(대학교수)라면, 수십년 지니고 있는 강의노트에 인터넷을 통하여 남의 견해를 일부 컨닝하는 정도로도 부지런한 선생으로 인정받을 만큼 매일 새로운 강의를 학생들에게 전할 수 있다. 대표적인 정보기술의 수혜자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자연과학계통의 학자라면 하루가 다른 정보기술을 자신의 전문영역에 접목할 수 있도록 항시 긴장하지 않는다면 도태되기 십상이다. 항상 새로운 정보기술을 입수하여 새로운 기술로 자기 분야를 무장하여 제공하여야 하는 공급자의 입장으로써, 모든 자연과학분야의 기술자들이 처한 현실이 이와 같다. 이러한 기술(전문)인의 입장에서 경력자의 강점이었던 종전의 숙련성과 노련미란 경험치는 그리 유용하지 않다. 따라서 직장인으로써의 수명도 지극히 짧아지게 되었다. 이와 상대적으로 같은 직장내의 인문사회계열 종사자들은 여전히 입만 가지고도 그 역할을 충분히 발휘하고 있다. 알마 전에 본 중국의 고사가 생각 난다. 왕실 화가에게 왕이 묻기를 가장 그리기 쉬운 것과 어려운 것은 무엇이냐고 하였더니 전자는 귀신이요, 후자는 개라 하였단다. 이른 바 쟁이들은 본 것에 대해서 그대로 그리기를 고집하여 타협이 쉽지 않기 때문에 그 손쉬운 귀신그림도 그릴 엄두를 못 낸다. 그러나 이들에게 자신들도 본 바가 없는 개의 귀신을 그리라고 무작정 강요할 수 있는 정치학, 사회학 경영관리자들의 만용이 허용되며, 오히려 빛을 발하는 사회요, 현재의 우리 현실임을 볼때, 여러분이라면 여러분의 자식들에게 어떤 길을 권유할 것인가? 내게는 두 조카가 있다. 그리고 나는 자식 하나를 갖고 있다. 두 조카들 중 큰아이는 그 아버지의 직업인 건축가의 길을 선택하였으며, 나머지 작은 놈은 가장 발전적인 학문으로 인정되는 정보통신분야를 선택하였다. 작은 놈의 진로선택에 삼촌인 나의 직업(정보통신)이 고려되었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그러나 나와 미리 상의하였다면 그의 진로가 달라졌을 지는 모르겠다. 정작 내 아이는 인문계통(외국문학)을 선택하였다. 직업은 취미가 아니다. 그러나 취미처럼 직업에 종사할 수 있다면 가장 행복할 것이다. 정보통신분야는 발전되고 있는 분야이기 때문에 빠르게 성취할 수 있기도 하다. 그러나 그 만족은 잠시일 뿐이라는 것이 내 생각이다. 수십년에 이르게 될 직업전선에서 한창 혈기로 가능할 수 있는 학문적, 기술적 도전 이외에도 항시 집단내의 정치세력(인문사회계통)으로부터 숱한 견제와 술수와 대면해야 한다는 것은 일단 접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남에게 이를 권하고 싶지 않으리라. 나는 내 아이에게 즐길 수 있는 인생을 예감하고 있다. 그러나 이공계통의 후학들에게서는 그러한 여유를 읽어낼 자신이 없다. 이러한 생각이 비단 나 혼자만의 독단일까? 그러나 현실(실용)보다 말이 앞서는 사회가 지속되며 이 사회에서 말이 앞선 부류가 많은 것을 선점하고 독점하는 것이 받아들여지는 한 이제 이공분야의 위기는 쉽게 극복되기 어렵지 않을까? 다음은 이 문제에 대한 전문가(?)의 진단을 소개해 본다. <2002.2., 산업계 일간지 보도> =============================================== 이과(理科)의 위기, 이대로 좋은가(김정덕 한국과학재단이사장) 이 나라의 과학기술이 위험하다. 현재 전개되고 있는 지식기반 사회에서는 과학기술이 경제·사회의 주도적 역할을 하고, 그 원동력은 고급 과학기술 인적자원이 될 것이다. 그런데 대입 수능 응시자 중 자연계 학생의 비율이 1995년 43%에서 올해 27%로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게다가 대부분의 상위성적 학생들이 의·치대, 한의대 등 의학계열을 지망해 이공계에 지망하는 학생들의 질이 저하되고 있다는 점은 수의 감소보다 더 걱정스러운 일이다. 이 문제는 비단 우리나라에서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이웃 일본의 경우 ...(중략) 심각한 이과 기피 현상이 우리보다 10년 앞서 나타났던 것이다. 뉴질랜드와 호주, 유럽 .....(중략) 이과 기피 현상, 서로 약간의 차이는 있었지만 같은 경향이라는 점을 알게 됐다. 왜 이러한 사태가 일어나고 있는가. 그 첫번째 이유는 과학기술자에 대한 사회적인 대우문제와 직장의 안정성 문제를 들 수 있다. 두번째는 신세대의 가치관이다. 직장이 평생 보장되지 않고 박봉에 푸대접받는데 왜 고생을 자원해 과학기술자가 되느냐는 것이다. 평생 과학기술계에 종사해온 필자로서는 당혹스러움을 금치 못하며 스스로 자문자답하지 않을 수 없다. 왜 공학을 전공했는가. 자연현상을 이해함으로써 호기심을 채우고 인간에게 유용한 도구의 개발에 성공했을 때 크게 만족감을 느낄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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