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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00억 발언’ 짚고 넘어가야
	2003-12-22
‘400억 발언’ 짚고 넘어가야 노무현 대통령은 작년 대선자금 규모와 관련, “(대선후 중앙선관위에) 신고한 것이 260억∼280억원인가 되는데, 합법이냐 불법이냐 꼬리가 붙어 있어서 그렇지 총액을 가지고 350억∼400억원은 넘지 않는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다”고 했다. 제16대 대통령선거에서 당선된 지 1주년이 되는 날인 12월 19일의 일이다. 지난 몇 달 동안 계속돼 온 불법 대선자금 정국 속에서 나온 이 발언의 본의는, “이 정도 쓰고 당선됐다 하면 다들 놀란다”고 한 노 대통령의 말처럼, 역대 어느 대통령선거 때보다, 그리고 상대편 후보와 비교하더라도 저비용의 정치를 했음을 자찬하는 말의 성찬일 수 있다. 정치개혁을 원점에서부터 새롭게 할 수 있는 당사자로서의 적격성을 가지고 있음을 은연중 내비친 것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그러나 대통령의 이 말 한마디는, 그렇잖아도 어수선한 공동체에 법적으로나 정치적으로 어려움을 주고 있어 정리해야 할 부분이 많다. 법적으로, 이는 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공직선거법) 제263조에 규정된 “선거 비용의 초과 지출로 인한 당선무효”의 사유에 해당한다. 즉,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공고된 선거비용 제한액의 200분의 1 이상을 초과 지출한 이유로 선거사무장 또는 선거사무소의 회계책임자가 징역형의 선고를 받은 때에는 그 후보자의 당선은 무효로 한다고 돼 있다. 따라서, 지난 대선에서의 선거비용 제한액은 341억8000만원이었으므로 공직선거법상 당선 무효가 되는 금액은 여기에 200분의 1인 1억7000만원을 더한 343억5000만원부터이다. 노 대통령이 언급한 350억∼400억원은 이미 이를 초과한 것이다. 다만, 공직선거법 제263조에 따르면, 이에 따른 죄의 공소시효는 당해 선거일 후 6월을 경과함으로써 완성한다고 규정고 있다. 그러므로 노 대통령의 당선이 현실적으로 무효로 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노 대통령은 스스로 자신의 범죄 사실을 밝혔으므로 대통령직을 물러나야”한다는 한나라당의 주장이 정치적 공세에 그칠 수밖에 없으니, 노 대통령으로서는 법적으로 밑지는 장사는 하지 않은 셈이다. 그런 점에서, 청와대 대변인이 노 대통령의 350억∼400억원 발언에는 선거자금과는 별개로 이미 신고된 합법적인 81억원의 정당활동 비용이 포함돼 있고, 대통령이 이에 대한 명확한 기억이 없는 상태에서 포괄적으로 얘기한 것이라고 한 해명은 오히려 군색하다. 나아가 합법자금은 274억원에 81억원을 더해 355억원이며 불법자금은 최대 45억원을 넘지 않으므로 “불법자금 규모를 76억~126억원으로 해석하는 언론사에 대해서는 법적 대응을 할 것”이라고 한 점은, 오히려 대통령의 발언보다 더 문제일 수 있다. 우리와 같은 대통령제 정부 형태의 헌정 현실에서, 제도의 핵이 되는 대통령의 발언은 공동체의 각 분야에 미치는 바 그 파장이 법적으로나 정치적으로 적지 않다. 따라서, 대통령의 말은 그 본의와 ‘정반대로’ 해석할 수 있으며 이는 그를 뽑아 준 국민의 주권자로서의 당연한 권한에 속한다는 점을 새롭게 인식했으면 한다. 대통령은 이렇게도 저렇게도 해석될 수 있는 말들을 자유롭게 할 수 있다고 하면서, 거기에 대해서 주권자인 국민을 대신하여 말해 주는 언론에 대해서는 다른 말을 할 수 없도록 처음부터 족쇄를 채우려고 하는 일이야말로 반헌법적인 것이다. 언로(言路)의 다양성이 민주주의의 기초를 이룬다는 사실을, 이번 400억 발언을 통해 청와대는 인식했으면 한다. 대선자금 관련 측근 비리로 국정 수행에 적지 않은 장애에 직면해 있는 노 대통령의 이번 400억 발언은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검찰의 중립성을 해칠 수 있게 됐다. 이런 점에서 검찰은 하루 속히 수사를 진행, 중간의 성과라도 정리할 것은 정리하고 넘어가야 한다. 죄가 확실히 밝혀진 부분에 대해서는 사법적 처리를 하고 다음으로 넘어가야지, 이를 일괄하여 한 몫으로 처리하려고 하다가는 힘이 부칠 수 있다. 검찰이 정치권을 향해 먼저 소도(小盜)를 잡고 대도(大盜)를 쉼 없이 향해 나아간다는 메시지를 확실히 줄 때, 정치권은 자중하고 대선자금 전모를 스스로 공개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 점이 이번 400억 발언의 정치적 결산서가 될 수 있겠다. 강경근 (숭실대 헌법학 교수) 출처 - 문화일보 2003. 12. 22 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