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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투자 더 부추겨야
2003-12-12
기업 투자 더 부추겨야 수출 늘어도 경기는 제자리 … 정부는 간섭 아닌 서비스를 한국경제는 ‘천수답(天水畓) 경제’였다. 자신의 힘으로는 회복하기 어렵고 그저 외국의 경기가 좋아지기만을 기대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은 외국의 경기가 좋아져도 한국경제는 별로 좋아지는 기색이 없다. 한국경제는 이제 그토록 기다리던 비가 와도 더 이상 농사가 되지 않는 척박한 땅이 돼버렸는가? 세계경제의 회복기세가 완연하다. 특히 세계경제의 견인차역할을 담당하는 미국경제는 3분기에 8% 이상 고성장했고, 세계의 공장인 중국경제도 여전히 활기차다. 잃어버린 10년의 일본경제도 회복기미를 보이고 있다. 지난 경험에 의하면 세계경제 호조는 우리 기업들의 수출증대와 투자증대로 연결되고, 이는 다시 일자리 창출과 소비증가의 선(善)순환 요인으로 작용하였다. 그런데 지금은 우리의 수출은 증대되고 있지만, 나머지 연결고리들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고 있다. 수출이 증가하여도 국내투자는 증가하지 않고 일자리도 늘어나지 않고 소비도 늘어나지 않는다. 수출과 국내경기가 따로 노는 이유는 수출과 국내투자의 상관관계가 약해졌기 때문이다. 왜 수출증대가 국내의 투자증대로 연결되지 않을까? 먼저, 수출이 증가해도 이익이 별로 남지 않기 때문일 가능성이 있다. 외형적인 수출액이 증가하여도 여전히 핵심부품과 기술은 외국에 의존하고 있다면 수출증가는 수익성 측면에서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하다. 이 경우에는 투자를 원해도 쉽지 않다. 한편, 국내에서 생산된 원재료가 우리 기업의 해외공장으로 반출되는 양이 늘어나기 때문에 수출이 증가할 수도 있다. 이 경우 수출증가가 국내투자 증가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근본적인 이유는 우리 기업인들이 더 이상 국내에서 투자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더 많은 생산량이 필요하면 국내 공장에서는 가동률을 늘리고, 새로운 투자의 대부분은 해외에서 실행한다. 한국이라는 경제는 기업들에 더 이상 매력적인 투자처가 아닌 것이다. 흔히 우리나라에는 ‘교도소 담장 위를 걷는’ 두 종류의 사람들이 있다고 한다. 하나는 정치인이며, 또 하나는 기업인이다. 기업인들을 옥죄고 있는 수많은 규제와 자의적인 정책판단으로 인해 적지 않은 기업인들이 범죄자 또는 잠재적 범죄자가 되었다. 기업인들은 또 교도소 담장 위를 같이 걸어가는 정치인들과도 친해야 한다. 그래야만 교도소 안쪽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줄어든다. 국내 노동시장도 외국에 비해 매력적이지 못하다. 한국 기업에 한국 근로자들의 가장 큰 경쟁력은 한국말을 자유롭게 할 수 있다는 것뿐이다. 그 외에는 다른 국가의 근로자에 비하여 특별히 가지고 있는 경쟁력은 별로 없어 보인다. 그런데 주어진 일을 규칙대로 수행할 수 있을 정도의 일반적인 인력은 바로 옆나라에 가면 국내 비용의 10분의 1 가격으로 얼마든지 구할 수 있다. 비싼 돈을 들여 국내인력을 쓸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향후 수출이 증대되어 기업들의 투자수요가 증가할 수 있다. 그러나 기업환경이나 노동시장 상황으로 판단할 때 국내에서 투자를 크게 증대시킬 이유가 별로 없어 보인다. 지금은 수출과 국내투자의 끊어진 고리를 복원하는 데 주력해야 할 시기다. 이를 위해 국내외 기업들이 국내투자를 늘릴 수 있도록 하는 획기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정책 불확실성과 당국자의 언행 비일관성을 없애야 한다. 불필요한 규제를 없애야 한다. 이윤을 우선적으로 추구하는 기업인들을 욕하지 말아야 한다. 국내 인력과 노동시장의 국제적인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 말하고 간섭하는 정부보다 실천하고 서비스하는 정부가 되어야 한다. 자기 이익 때문에 개와 고양이의 싸움을 하더라도 경제만은 볼모로 삼지 않는 정치가 필요하다. 기업인들도 위기와 불확실성을 또 다른 큰 수익의 기회로 삼는 기업가 정신이 필요하다. 자, 그만큼 외쳤으면 당국자들도 이제 이해하고 실천할 때가 되지 않았을까. 강석훈 (성신여대 경제학 교수) 출처 - 조선일보 2003. 12. 12 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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