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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A와 우물안 한국 국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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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12-05 |
| FTA와 우물안 한국 국회 한·칠레 FTA(자유무역협정) 비준안이 지난 11월 10일 국회 통상외교통일위원회를 어렵사리 통과한 뒤 한 달이 다 되도록 본회의에서 통과되지 못하고 있다. 그러한 가운데 칠레와의 FTA 비준을 부결시키기 위한 농업계의 반대운동도 가열되고 있다. 개방과 개혁과정에는 이익을 보는 집단과 손실을 보는 집단이 발생하게 마련이다. 개방과정에서 발생하는 이해집단 간의 갈등을 조정하기 위해 대책을 수립하고 관철하는 것은 정치권의 몫이다. 한·칠레 FTA만 해도 그렇다. FTA 자체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정치권뿐만 아니라 농업계도 인정하고 있으나, 눈앞의 정치적인 고려 때문에 1년 전에 타결한 협정이 아직도 발효되지 못하고 있다. 정치권 일부에서는 내년 총선 이후 한·칠레 FTA를 비준할 것을 제안하고 있으나, 이는 시시각각으로 변화하고 있는 국제통상환경을 외면하는 처사일 뿐만 아니라 우리 경제를 나락의 함정으로 몰고 갈 수도 있다. FTA 상대국에 대해 외교적인 결례 또한 이루 말할 수 없다. 칠레도 역시 우리나라와의 FTA로 인한 국내 정치적인 어려움이 있다. 무엇보다 칠레가 원했던 만큼 우리나라의 농업개방이 당초 계획보다 훨씬 축소되었고, 개방의 이행기간도 길어졌다. 그리고 우리나라 공산품에 대한 칠레 제조업계의 반발도 대단히 컸다. 그러나 칠레의 정치권은 국내경제를 효율화하는 차원에서 결단을 내렸고, 칠레 하원은 한·칠레 FTA를 통과시켰다. 경제발전은 끊임없는 변화와 구조조정의 과정이다. 농업개방 문제는 도하개발아젠다(DDA)와 같은 다자간 무역자유화 협상에서도 꾸준히 추진되고 있고, 미국·중국 등 주요 교역국이 높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야이다. 수출촉진이 절실한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국제 무역질서 형성에 참가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 농업계는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FTA를 정부가 무리하게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세계 각국의 인식은 전혀 그렇지 않다. 칠레에서는 지난해 발효된 EU와의 FTA로 독일·프랑스 등 유럽산 자동차가 무관세로 수입됨에 따라 우리나라 자동차와 전자제품은 시장을 급격하게 잃어가고 있다. 한국 상품의 수출 적신호 현상은 멕시코·미국·유럽·동남아 등에서도 나타나고 있으며, 시간이 흐름에 따라 피해가 증가할 것이다. 정부는 칠레와 타결한 FTA협상에서 최대한의 농업보호망을 유지하였다. 칠레에 대한 농업분야 관세양허안을 보면, 쌀·사과·배 등 400여개 품목이 자유화의 대상으로부터 완전 제외되었고, 포도는 우리나라에서 생산되지 않는 계절(12월부터 4월까지)에 한해 관세를 단계적으로 철폐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여기에다가 1조원의 기금을 조성하여 농촌에 발생할 수 있는 피해를 보상하고, 농업의 구조조정을 지원하기로 하였다. 농림부의 자료에 의하면, 칠레와의 FTA로 직접적인 경쟁관계에 놓일 수 있는 품목은 천도복숭아 한 개 품목뿐인 것으로 되어 있다. 이러한 상황을 반영한 듯, 과수단체 등에서는 칠레와의 FTA 조기 발효를 요청하고 있다. 국회 상임위원회의 심의에 앞서 대통령도 한·칠레 FTA의 조기 발효를 공식적으로 요청하였다. 하지만 그동안 다수 국회의원들은 FTA 비준의 필요성을 인식하면서도 내년 총선에 미칠 영향을 고려, 반대편에 서 있는 형편이다. 세계 모든 나라가 빠른 속도로 FTA 짝짓기로 나아가고 있는데, 유독 우리나라만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어 안타깝기 그지없다. 행정부가 타결한 FTA 비준안을 국회가 부결한 사례는 세계 어디에도 없다. 여야를 초월한 우리 정치권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 안충영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원장) 출처 - 조선일보 2003. 12. 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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