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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에게 묻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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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11-28 |
| 노무현 대통령에게 묻는다 궁색한 특검거부 이유 … 먼저 손 내밀어야 노 대통령님. 저는 며칠 전 특검법 수용 여부로 친구와 내기를 했습니다. 당당히 정면 돌파를 택하는 대통령의 스타일을 알기에 저는 당연히 수용 쪽에 걸었습니다. 측근 비리 문제로 재신임까지 물었는데 국회 3분의 2가 발의한 특검법을 설마 거부할까 싶었습니다. 더구나 예산과 1200여개의 법안, 굵직한 국정 현안을 처리할 국회와 정면 대결하시지 않을 것으로 믿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지고 말았습니다. 거부하신 이유를 찬찬히 살펴보았습니다. 검찰권을 보호한다는 명분 외에 별 이유가 없었습니다. 궁색했습니다. 지난 대선에서 측근 비리에 대해 특검을 상설화하겠다고 주장하신 분은 바로 대통령 자신이십니다. 역대 정권 중 집권 1년도 안 되어 대통령의 최측근 부패가 줄줄이 터진 적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그것도 취임도 하기 전에 최소 10억원 이상을 받아 챙긴 사건입니다. 검찰의 수사가 아무리 철저해도 대통령을 수사의 대상으로 삼을 수 있겠습니까? 그 결과를 국민들이 믿겠습니까? 노 대통령을 당선시켰을 때 국민들의 기대는 우선 깨끗한 대통령이었습니다. 다음은 국민통합을 이뤄달라는 것이었습니다. 호남 몰표를 받은 영남 출신 대통령에 거는 당연한 기대였습니다. 그리고 젊은 대통령으로서 나라를 제대로 개혁해달라는 것이었습니다. 노 대통령에게서 클린턴이나 토니 블레어를 연상한 것은 자연스런 일이었습니다. 이런 기대들로 대통령을 선출했기 때문에 우리 국민들은 세 가지 질문을 던질 권리가 있습니다. “깨끗한 대통령이 되셨습니까?”, “국민통합을 이루는 정치를 하셨습니까?”, “미래지향적 개혁을 수행하셨습니까?” 30% 대의 국정 지지도는 국민의 기대가 무너지는 소리입니다. 이것이 야당의 국정 발목잡기와 일부 언론의 책동 때문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제 짧은 소견으론 그것이 본질은 아닌 듯합니다. 대통령의 진정한 역할은 국가의 비전을 뚜렷이 하고, 사회의 각 주체가 ‘한번 해보자!”고 걷어붙이고 나서게 하는 데 있습니다. 이런 리더십을 발휘했다고 생각하십니까? 요즘 우리 조국 대한민국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나라 걱정을 합니다. “이대로 가다가 나라가 주저앉는 것 아닌가?” 대통령께 정말 묻고 싶은 질문은 이것입니다. “지금 나라가 바로 가고 있습니까?” 오늘 한국은 대란(大亂)과 소란(騷亂)의 ‘문제 공화국’입니다. 기업 탈출, 가계 부채, 수능 혼란, 정치 부패, 이공계 회피, 부안 사태, 농민 문제, 분권 갈등 등이 줄지어 있습니다. 미래를 위해 투자하지 않는 경제도 문제지만, 성장에 관계없이 모든 세대에 확산되는 삶의 위기가 선진 한국의 꿈을 가로막습니다. 그런데 대통령의 관심은 온통 총선에 가 있는 듯합니다. 열린우리당의 출마자들을 잇달아 불러 격려하는가 하면, 그 당을 ‘최초의 자발적 대중 정당’으로 격찬합니다. 국정 혼란의 주된 원인이 집권당 분당에 있다는 사실은 애써 무시하십니다. 그나마 무당적 대통령으로 초당적 국정 운영을 기대했던 사람들은 대통령이 야당 비판의 선봉에 서는 데 좌절하고 있습니다. ‘개혁과 민생을 운반하는 정치’보다는 ‘총선을 운반하는 정치’에 고개를 저을 뿐입니다. 나라가 이렇게 된 책임에서 대통령이 어찌 자유로울 수 있겠습니까? 누가 더 나쁘고 누가 더 망가지는가를 보여주는 게임은 이제 끝내야 합니다. 재신임 문제도 그냥 넘어갈 수는 없고, 특검도 그냥 넘어갈 수 없습니다. 큰 대화가 필요합니다. 국민들이 절망이 아니라 희망을 볼 수 있게 하려면 대통령이 먼저 손을 내미는 정치력을 보이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대통령이 큰 포용력을 보여야 눈에 핏발이 잔뜩 선 온 사회의 분위기도 누그러지고 그래야 국민통합도 가능하지 않겠습니까? 박형준 (동아대 사회학 교수) 출처 - 조선일보 2003. 11. 28 시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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