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마케팅 앞장설 때

지난해 세계경제가 전반적으로 침체하고 일부 산업분야의 구조조정이 지연되면서 국내경제는 안팎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올해 우리는 올림픽과 더불어 전세계인의 스포츠 축제로 자리잡은 월드컵을 일본과 공동으로 개최함으로써, 어려운 경제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맞고 있다. 월드컵은 단순한 스포츠 행사가 아니다. 그것은 정치, 경제, 문화 등 사회 전반에 걸쳐 무궁무진한 파급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 종합 이벤트다.

따라서 대회가 열리는 한달 동안 세계수준의 경기상황을 가까이에서 지켜보고 환호하는 데 만족해서는 안 된다. 각각의 산업분야마다 월드컵 대회를 국내경기 활성화로 연결하는 소중한 기회로 삼기 위한 다양한 계획과 실천이 어느 때보다도 절실한 시점이다.

월드컵 경기를 한번 개최하면 경기장 건설, 도로 확장, 입장권 판매, 방송권 판매, 문화행사, 관광수입 증가 등을 통해 다양한 수익이 창출된다. 그뿐이 아니다. 우리 기업이나 국가의 이미지를 제고시키는 무형의 자산들이 만들어지는 것도 월드컵을 통해서 가능하다.

1998년에 열린 프랑스 월드컵에서 프랑스는 약 30억달러의 관광수입을 올렸고, 94년 미국 월드컵은 약 40억달러 이상의 경제적 효과를 미국에 안겨다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2002년 월드컵을 통해 생산유발 총 16조8천억원, 고용창출 35만명에 달하는 경제적 효과를 거둘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월드컵이 단지 하나의 스포츠 행사라기보다는 국가적으로 막강한 부를 창출하는 대규모 이벤트라는 사실이 거듭 확인된 셈이다.

원래 월드컵 마케팅이란 국제축구연맹(FIFA)에 막대한 후원금을 주고 행사 전과정을 후원하는 업체가 후원에 따르는 권리를 자사의 광고, 홍보, 커뮤니케이션에 활용하는 것을 말한다. 공식 후원업체 외의 기업들도 월드컵 기간에 월드컵을 소재로 한 각종 광고와 판촉행사 등을 펼치는데, 이를 흔히 ‘앰부시(Ambush)’ 마케팅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국가경제 발전이라는 좀더 큰 틀에서 보자면 월드컵을 겨냥한 공식, 비공식적인 모든 마케팅 활동이 곧 월드컵 마케팅에 포함될 수 있다.

국내 각 광고회사들은 올해 월드컵과 관련된 각종 대형 이벤트를 집중 기획하면서 지난해 침체됐던 광고시장에 활기를 불어넣겠다는 계획을 마련하고 있다. 월드컵 행사와 직접 관련된 광고회사의 사업규모만 따지더라도 1천억원에 육박한다. 게다가 만일 월드컵을 소재로 한 광고의 제작과 집행을 감안한다면, 지난해 5조3천억대에 머물렀던 광고시장이 올해 6조원 규모로 늘어나리라는 낙관적인 전망이 지배적이다.

월드컵과 관련된 공식행사에는 월드컵 조 추첨식을 비롯해 전야제, 개막식 등이 꼽힌다. 이밖에 월드컵 축구경기를 개최하는 10개 도시에서는 개최 도시별 전야제, 경기 중 문화행사, 월드컵 프라자 등이 진행될 예정이다. 해외관광객 유치를 위한 홍보전시회 등도 준비되고 있다.

이 모든 행사들이 다 중요하지만, 나는 월드컵을 개최하는 국내 10개 도시의 행사가 특별히 여러 가지 의미를 갖는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그동안 재원마련과 홍보에 고심했던 지방자치단체들이 관광객, 선수단 및 훈련캠프 유치 이외에도 각종 문화행사를 통해 수익성을 창출할 뿐 아니라 기업체들의 관심을 지역경제로 끌어올 절호의 기회를 맞기 때문이다.

정부에게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월드컵의 성공적인 개최를 통해 그동안 실추되었던 국가 이미지를 바로 세우는 한편, 한국적인 참모습을 세계에 보여주어 앞으로도 꾸준히 관광객을 끌어들일 수 있는 계기로 반드시 삼아야 한다.

과거에는 제품수출을 통한 외화획득이 무엇보다도 중요했다. 하지만 이제는 국제행사의 개최를 통해 국가나 기업의 이미지를 제고하고 이를 경제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광고 커뮤니케이션 산업의 영역이 더욱 넓어져야 한다.

따라서 우리 광고업계는 월드컵을 통해 단순히 시장규모가 커진다는 점에만 만족해서는 안 된다. 전세계를 대상으로 우리나라와 기업의 이미지를 알린다는 자부심과 세계 최고의 광고시장으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가져야 한다. 이를 위해 광고업계는 조직위원회, 정부, 개최도시 그리고 기업들이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형태의 마케팅 전략을 적극적으로 제안하면서 월드컵 붐을 조성하는 데 앞장서야 할 것이다.  

글 이인호/ LG애드 대표이사

출처 - [Economy21 93호(2002년 04월 04일)] 리드칼럼

* 위 글의 내용은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 의 공식적인 견해와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