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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약 처방식 부동산 대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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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9-08 |
| 극약 처방식 부동산 대책 단기적으론 억제 효과 … 중장기적 공급증대 정책을 가히 핵 폭탄에 견줄 만한 부동산 대책이 쏟아지고 있다. 9월 1일에는 부동산보유과세 개편방안 그리고 9월 5일에는 재건축 투기대책이 발표되었다. 며칠 사이 연속으로 발표된 부동산 대책은 몇 가지 특징을 지니고 있다. 첫째, 건국 이래 부동산 대책 중 가장 강화된 대책 중 하나다. 정부안대로라면 서울 강남의 재산세가 60% 이상 오르며 강북은 최소 20% 이상 내리게 된다. 얼마 전 정부는 거래세인 양도소득세를 대폭 인상하였고, 이번에는 보유세를 강화하여 거래세와 보유세 둘 다 대폭 인상하게 된다. 둘째, 시행 중인 종합토지세 이외에 토지를 많이 소유한 자를 대상으로 종합부동산세를 신설한다. 셋째, 서울 강남을 겨냥한 재건축 투기대책은 중소형 아파트 건설을 의무화하고 조합원 분양권 전매를 제한하고자 한다. 강남 재건축 대상 아파트는 부동산 투기의 주범으로 지목됐다. 지난 8월 한 달 매매가격이 1억원 이상 오른 아파트의 대부분이 강남권 아파트들이었다. 집값이 단기간 내 이렇게 폭등하는 경우는 세계적으로 유래가 드문 일이며, 시장 원리로도 설명이 어려울 지경이다. 정부가 발표한 대책은 조세 불공평을 해소하고 투기억제에 영향력이 강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정부의 극약 처방식 조치들에는 무리한 발상이 노정되고 있다. 종합부동산세를 제대로 시행하자면 선행되어야 할 작업이 적지 않다. 종합토지세를 이미 도입, 만일 종합부동산세와 종합토지세를 병행 실시한다면 이중과세라는 비난을 면하기 힘들다. 그리고 과거 일정 규모 이상의 토지 소유자에게 토지초과이득세를 부과했다가 위헌 판정을 받고 세금을 되돌려 준 경험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이번 재건축 아파트 분양권 전매 제한도 위헌 소지가 있다. 재건축 조합원 지위 양도를 엄격히 금지할 경우 사유재산권 침해 논란이 예상된다. 급등하는 주택가격을 안정시키고 부동산 투기를 잠재우는 정책 목적에 반하여 오히려 반사이익을 향유하는 경우도 발생할 것이다. 서울 강남은 소형 재건축아파트 확대로 대형아파트 공급이 줄어들면 기존 대형아파트는 상대적으로 가격상승이라는 반사이익을 가져올 것이다. 대형아파트는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미 사업승인을 신청했거나 승인을 받은 재개발 아파트는 규제대상에서 제외돼, 엄청난 프리미엄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재건축 투자의 상당수가 전매차익을 노린 투기라는 점에서 분양권 전매 제한 조치는 단기적으로 효과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재건축 아파트에 중소형 의무비율 조치도 주택공급 확대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런 극약 처방식의 정부 대책이 과다 상용하는 항생제처럼 약효가 떨어지는 상황이 염려된다. 정부대책은 사전 예방적 차원이 아닌 대증적 요법을 줄곧 취해오고 있다. 진정한 주택가격 안정책과 투기대책은 시장기능이 원활히 작동할 수 있게 하는 일부터 출발해야 한다. 이를 위해 단기적으로는 불공정한 거래와 불로 소득을 차단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중·장기적으로는 주택공급 시스템을 전면적으로 개편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일례로 투기와 가격상승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거주 기능에 초점을 둔 ‘협동(조합)주택제도’ 도입을 고려해볼 만하다. 서민을 위한 공공주택 공급을 늘려 시장조정 기능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국민의 80% 이상이 공공주택에 거주하는 싱가포르가 대표적인 예다. 단기적 투기대책에만 집착할 것이 아니라 저금리 시대 부동자금의 물꼬를 트고, 교육 환경개선 등도 동시에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하성규 (중앙대 사회개발대학원장) 출처 - 조선일보 2003. 9. 8. 시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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