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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서 바꿔야 교육이 바뀐다
2003-06-30
교과서 바꿔야 교육이 바뀐다 해외로 나가는 우리 유학생과 교육 이민의 수가 갈수록 늘고 있다. 작년 교육부 국정 감사 자료에 따르면 유학생 규모가 1999∼2001년 사이 매년 2배 이상씩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있다. 현행 규정은 중학 이상의 졸업자에게 해외 자비 유학을 인정하고 있어, 매년 수천 명에 달하는 초중생들이 편법 유학을 떠나는 실정이다. 이들까지 합치면 유학생 수는 더욱 많아진다. 과열된 유학 열기의 부작용도 많다. 조기 유학으로 인한 이산가족화 현상은 잘 알려진 비극이다. 그밖에 피해의 사례도 많다. 최근 중국 베이징(北京)에 유학중인 한국 유학생 178명이 수업료로 납부한 돈을 국내 유학원에 의해 착복당한 사건도 있다. 캐나다가 작년에 이민법을 강화, 개정하여 캐나다 이민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큰 피해를 보고 있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사례이다. 유학 열기는 국내 공교육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되었다. 한국의 근대 공교육은 일제 강점기에 식민지화의 수단으로 시작되어서 치명적인 단점을 안고 있다. 중앙집권적 관리 위주의 교육으로 개성 존중의 개발 교육이 희생된 점이다. 식민지화 정책을 충실하게 수행한 당시 문교부가 범한 이 오류를 역대 정권은 청산하지 못했다. 학생을 관리의 대상으로 보려는 교육부의 잘못된 발상은 ‘교육인적자원부’란 명칭에도 스며 있다. 인간을 산업자원처럼 관리의 대상으로 보는 지극히 비교육적 의도가 이 말에 담겨 있다. 이것이 바로 조선총독부의 유산인 관리 위주의 교육적 오류가 아직도 청산되지 않고 있는 분명한 예이다. 교육부가 관리 위주의 발상에서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을 도입한 것도 이에 속하는 대표적인 예이다. 이 때문에 NEIS 폐지론이나 교육부 무용론이 설득력을 지니고 있다. 이 오류로 인하여 지금도 학생들은 창의적 자아 개발 교육이나, 진로 지도나 직업 교육을 제대로 받아보지 못하고, 새벽별을 보고 등교하는 ‘0교시 수업’이나 ‘야자’로 강요되고 있는 입시 지옥에서, 오로지 점수의 노예가 되어 암기 위주의 문제 풀기 공부에 시달리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민주당 대통령 후보 시절에 “학벌에서 실력으로, 획일성에서 다양성으로, 타율성에서 자율성으로” 교육의 질을 개선하는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분명히 강조했다. 또 구체적인 정책으로 교육재정을 국내총생산(GDP)의 6% 수준 확보, 평준화의 문제점을 보완, 교육 여건 개선, 유아 무상 교육을 실시, 저소득층에 교육비 지원 등을 공약했다. 현행 교육의 치명적 단점은 암기식 입시 교육이다. 이를 개혁하기 위해 대입 문제가 주관식으로 바뀌어야 한다. 논술고사가 암기식으로 편법 운영되지 않도록 작문 교육이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 작문 교육의 토대 위에서 논술고사는 암기식 교육을 청산할 수 있다. 주입식 암기 학습의 교육 풍토를 개선하여 학생 중심의 토론 수업과 글쓰기 실기 훈련을 통해 논리적 사고력과 창의력을 키울 수 있다. 교육 개혁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그 내용을 결정하는 교과서가 변해야 한다. 우리 교과서는 해방 이후 일곱 번이나 개정됐지만, 그 책임 소재가 분명하지 않은 채, 출판사 중심으로 이뤄졌다. 출판사는 ‘교육과정’과 ‘교과서 집필상의 유의점’에만 맞추다 보니, 학습자의 요구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 따라서 지금까지의 개정은 행정상의 개정이었지, 교육 개혁을 유도하는 진정한 개정은 한 번도 없었다. 예를 들어, 국어과 교과서에 실린 글들은 학생들의 정서와 수준에 적합하지 않는 것이 대부분이다. 문학 교과서가 학생들이 문학에 흥미를 느끼도록 유도하지 못하고, 오히려 문학에 염증을 느끼게 하는 악영향을 주고 있다. 현행 교과서는 학생들에게 꼭 ‘필요한 교과서’가 아니라, 당국의 강요하는 ‘당위적 교과서’일 뿐이다. 학생을 위한 학생들의 감각과 수준에 맞는 교과서가 교육부의 간섭 없이 다양하게 제작돼야 한다. 또 전국적으로 똑같게 제작할 것이 아니라, 지역 특성에 맞도록 다양하게 만들어야 한다. 특히 문학이나 역사 교과서는 지역성을 반영해야 마땅하다. 교과서 제작의 지방화는 지역문화 시대를 열어 가는 지름길이다. 교육부는 교과서 제작권은 출판사에, 교과서 선택권은 교사에게, 그 감독권은 학부모에게 돌려주어야 한다. 민병기 (창원대 국문학 교수) 출처 - 문화일보 2003. 6. 28 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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