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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기비판 필요한 전교조
	2003-04-07
	[자료집]대우조선_토론회.pdf
	패널_최준선.pdf
자기비판 필요한 전교조 요즘 신문을 보고 있노라면 교육계가 더욱 경색되는 듯하여 마음이 영 개운치 않다. 최근, 교장 선생님 한 분이 전교조의 압력을 이겨내지 못하고 자살했다고 한다. 또,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과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소속 교사들은 학교 안에서 서로 식사 자리도 함께하지 않는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뿐만 아니라 이라크전쟁에 대하여 학교에 따라서는 1교시에는 찬성하고, 2교시에는 반대하는 수업이 전개되어 학생들이 혼란을 겪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참으로 슬픈 소식들이다. 그런데 이러한 일련의 현상들 한가운데에 전교조가 자리해 있다. 그래서 오늘은 전교조에 대하여 신소리를 하려 한다. 물론 교육계의 경색이 어제, 오늘의 일만은 아니다. 전교조가 그 설립 초기에 교육민주화운동을 할 때, 교육 당국은 전교조의 비판에는 귀를 닫고 법의 힘을 빌려 교단에서 내쫓기까지 하였다. 이 때도 교육계는 경색되어 있었다. 그리고 전교조 합법화 이후 오늘날 교단 경색의 책임이 전교조에만 있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교조의 최근 행태에 대해 비판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전교조는 이제 우리 교육계에서 더 이상 마이노리티가 아니다. 전직 교육부총리는 퇴임하는 자리에서 전교조의 거세어진 힘이 비판을 넘어 모든 일을 가로막았다고 토로했다. 이번 ‘국민참여정부’의 출범 때에는 전교조의 반대로 교육부총리의 인선이 번복되고 미뤄지기도 했다. 작년에는 ‘기초학력 진단 평가’라는 국가적 교육 사업이 전교조의 반대로 축소되기도 했다. 여기서 전교조를 비판하려는 것은 단지 전교조의 이러한 한도를 넘은 개입 때문만은 아니다.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가치 다원화’가 진전되고 있는 오늘의 사회에 필요한 교육을 감당할 자세가 되어 있는지 의문스럽기 때문이다. 세계화의 진전은 서로 다른 생활 양식과 가치관을 일상적으로 접하면서 생활하는 환경을 만들어낼 것이다. 그리하여 앞으로 더욱 다양하게 전개될 가치 다원 사회에서는 무엇보다도 타자에 대한 ‘관용’과 ‘존중’의 정신이 절실하게 요구된다. 그리고 자신도 ‘상대화’하여 볼 수 있는 다원적이고 개방적인 자세가 요청된다. 그동안 전교조는 우리의 교육 문제 등에 관하여 여러 가지 주장과 활동을 적극적으로 전개하여 왔다. 그 경우, 상대가 자신과 유사한 가치나 입장을 취했을 때에는 서로 조화를 이루고 협조할 수 있었다. 그러나 서로 가치나 이해가 다른 경우에는 경색된 태도를 보이기 일쑤였다. 자신과 다른 가치나 입장에 대하여 관용과 존중의 태도를 보인 적이 있는지, 또 그것과 전체적인 조화를 추구한 적이 있는지를 묻고 싶다. 이러한 비판에 대하여 우리 사회에서 다른 어떤 사회 단체나 집단도 그렇지 아니한데 왜 유독 ‘전교조’에만 그러한 것을 요구하느냐고 반문할는지 모른다. 나는 전교조는 교사 단체이기 때문에 ‘관용’과 ‘존중’의 태도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생각한다. 교단에 섰을 때 교사는 사인(私人)이 아니라 공인(公人)이 되며, 여러 가지 입장과 가능성을 가진 학생들을 두루 배려하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학생들에게 ‘관용’과 ‘존중’, 그리고 자신도 ‘상대화’하여 생각할 수 있도록 가르쳐야 하는 일을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전교조는 “기득권에 안주하지 않고 불합리한 교육정책을 바로잡으며, 학교의 운영을 민주적으로 바꾸어 나가는 것”을 스스로의 과제로 설정하고 있지 않은가. 또 새롭게 교직 사회에 참여하는 젊은 교사들에게도 이러한 이유로 동참을 권유하고 있지 않은가. 혹자는 교직 사회가 ‘교총’ ‘전교조’ ‘한교조’로 나뉘어 있는 것을 우려하기도 한다. 그러나 나는 한 가지 소리와 색깔을 가진 교직 사회보다는 다양한 목소리와 색깔이 서로 조화를 이룰 수 있기를 바란다. 다른 입장과 가치, 그리고 이해를 가진 사람들이 서로 반목하고 적대하는 살벌한 사회가 아니라 다양한 목소리와 색깔로 조화를 이루는 성숙한 사회를 만드는 데 전교조도 동참하기를 기대한다. 그리고 얼마 전에 ‘학부모 연대’가 전교조 주도의 ‘교육개혁시민연대’에서 탈퇴하면서 비판한 사실을 명심하길 기대한다. 이명희 (공주대 역사교육 교수) 출처 - 문화일보 2003. 4. 7 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