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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과잉반응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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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1-18 |
| 벌써 과잉반응인가 최근 언론보도를 둘러싸고 일부 신문들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간의 공방이 벌어지고 있는 듯하다. 이에 대해 언론의 공익적 성격에 비추어 비판적 언론 보도에 인수위가 재갈을 물리려고 한다는 비판도 있으며 언론의 잘못된 보도관행은 비판받아 마땅하며 더 나아가 언론개혁의 재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여기서 필자는 이러한 공방에 있어 시시비비를 가리기보다는 저널리즘의 원칙적인 측면에서 공방의 문제점을 제기해 보려고 한다. 무엇보다 앞으로 40여일 뒤면 대통령에 취임할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의 정권 인수를 담당하는 비록 한시적이지만 가장 영향력을 가지는 공공기관이 주체가 되어 언론의 보도가 잘못되었다는 이유로 너무 예민하게 반응을 할 필요가 있는가 하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특히 언론개혁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언론시장 정상화를 위한 공정거래법의 실시라는 측면과 언론의 내용에 대한 규제라는 것은 본질적으로 다른 차원의 것이라는 점을 말하고 싶다. 물론 언론의 보도는 그것이 개인에 대한 것이고 언론매체의 영향력이 클수록 신중해야 한다. 왜냐하면 잘못된 보도로 인하여 발생한 명예훼손 등의 피해는 어떠한 방법으로도 원상복구하는 것이 힘들기 때문이다. 반면에 국가기관에 대한 언론의 보도는 천편일률적이어서는 안 된다. 비록 악의적인 내용이 어느 정도 포함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완전히 허위적인 보도가 아닌 이상 이를 막아서는 안 된다. 이는 사회의 공적 기관으로서 언론이 존재할 수 있는 유일한 이유를 빼앗아 버리는 셈이 되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 1923년에 있었던 시카고시대(對) 시카고 트리뷴지(紙) 사건(City of Chicago v. Tribune Co.) 이래로 공공기관에 대해서는 비록 악의적인 비난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는 명예훼손이 성립되지 않는다고 인식하고 있다. 이 사건에서 일리노이주 대법원은 공공기관의 신뢰가 아무리 실추된다고 하더라도 정부의 부패나 비능률을 비판하는 사람들이 처벌이나 제소당하는 것을 두려워하여 공공기관을 비판하지 못하도록 하여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였다. 현재는 인수위의 조치가 단지 몇몇 언론사를 대상으로 하고 있지만, 이것이 확대되는 경우 전체 언론계에 바람직하지 못한 결과를 미칠 수 있다. 노무현 당선자는 지난해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과정에서 언론에 부당한 압력도 가하지 않으며 굽실거리지도 않겠다는 소신을 피력한 바 있다. 그의 소신대로 국가기관은 언론에 대해서 불필요한 소송을 제기하는 등의 방법으로 언론에 대해 위축적인 위협(chilling threat)을 낳을 필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노 당선자의‘토론 공화국 건설’이나 언론개혁의 본질에 부합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만일 어둡고 바람이 심하게 불고 비가 쏟아지는 거리를 주의해서 운전을 하고 있을 때 아무리 주의를 기울인다고 해도 갑작스럽게 출몰한 동물이나 사람으로 인해 발생한 피해에 대해서 어떠한 방식으로든 책임을 져야 한다. 마찬가지로 언론이 보도를 하는 데 있어 소위 게이트키핑(gatekeeping) 과정을 거치면서 사안을 절대적으로 진실되게 전달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래서 어떠한 경우에는 명예훼손이나 사생활 침해 등의 폐해를 낳기도 하며 이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러나 만일 언론이 매일 같이 공공기관에 대한 보도내용 때문에 소송에 시달린다면 언론은 그 본질적인 기능인 국민의 알 권리 충족을 다할 수 없는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언론시장 정상화를 위해서 정부기관에서 취할 수 있는 법적인 조치를 가한다고 하더라도 언론의 내용에 대해서 공공기관이 법적으로 대처하는 것은 본질적인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이미 칼자루는 정부에서 쥐고 있는 이상 좀더 여유를 가지고 언론을 탄압하거나 길들인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는 과잉반응은 삼갈 필요가 있을 것이다. 李在鎭 (한양대 언론학 교수) 출처 - 조선일보 2003. 1. 17 시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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