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先핵포기' 선언부터 | |
2002-12-17 | |
北 '先핵포기' 선언부터 북한이 핵동결 해제 발표와 봉인 제거 요구로 세계의 이목이 온통 북미의 다음 조치에 쏠리고 있다. 북한이 실제로 핵시설을 재가동해 핵무기를 만들어 낼 것인지, 미국의 대(對)북한 핵시설 파괴 시나리오가 되살아나는 것인지 하는 우려를 갖게 한다. 그러나 북한의 태도는 지난 빌 클린턴 미 행정부 당시 무조건 밀어붙이던 '벼랑끝 전술'과는 다른 점이 엿보인다. 북한의 핵동결 해제 성명에서 무조건 밀어붙이겠다는 의도는 찾아볼 수 없다. 물론 그렇게 할 수 없다는 것을 북한은 잘 알고 있다. 북한이 원하는 것은 핵무기 개발을 추진하는 것보다 미국과 직접 대화를 통해 체제유지 보장을 받아내고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가 12월부터 중단키로 한 중유를 재공급받는 것이다. 북한은 성명에서 이 부분을 충분히 설명하고 있고 영변 핵시설 봉인과 감시카메라 제거문제도 일방적인 행동을 취하지 않았다. 핵 문제에 대한 북한의 대미 전략은 처음부터 꼬였다.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온 농축우라늄 핵무기 개발계획 시인을 근거도 터무니도 없는 미국의 주장으로 떠넘기고 미국과 협상을 통해 해결하겠다는 태도로 이미 엎질러진 물을 쓸어담기에 바빴다. 미국은 우라늄 농축시설 폐기는 협상의 대상이 아니라는 강경 입장을 늦추지 않는 가운데 급기야 KEDO 집행이사회는 12월분 중유공급 중단은 물론 경수로 일정 재검토라는 강한 제재조치를 내렸다. 한편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과 핵 포기때 과감한 지원 및 관계개선을 약속하는 '당근'도 제시했다. 북한이 핵동결 해제를 전격 발표한 것은 이미 예상된 북한의 마지막 카드였다. 북한은 이라크와 북한, 두 전쟁을 원치 않는 미국이 대화를 통한 핵문제 해결로 전략을 전환하고 남북과 한미관계를 악화시켜 한국에서의 반미감정을 격화시킴으로써 미국을 압박하겠다는 것이다. 식량과 에너지난에시달리고있는북한이전력 생산을위한핵시설재가동은불가피한것으로,세계인들에게서동정을얻어북미대화재개를위한압력과인도주의적지원을호소하는효과도얻어보자는것이다. 이제 공은 미국으로 넘어갔다. 그러나 핵문제에 대한 원칙적인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는 미국은 서두를 이유가 없다. 이라크와 이란 문제가 걸려 있고, 특히 이라크와의 전쟁 개시 시점, 전쟁 지속 기간, 남한의 새정부 출범 그리고 반미감정의 향배 등 두고 봐야 할 일들이 많다. 북한도 대북 강경 일변도인 부시 정부에 대해 맞불을 놓은 것은 무모한 짓이며, 그렇지 않아도 이라크 다음의 전쟁 목표가 될 것을 걱정하고 있는 판에 구실을 미리 만들어 줄 필요도 없다. 이런 맥락에서 북핵 문제는 앞으로 한동안 해결의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밀고 당기는 형국이 될 전망이다. 북핵 해결은 북미 당사간의 문제만이 아니고 주변 모든 국가들이 함께 해결해야 할 공동과제이다. 북미는 각기 상대방의 입장을 올바르게 이해하도록 해야 하며 이 일은 한-중-일-러-UN-EU 등이 담당해야 할 몫이다. 미국은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개발과 관련된 체제유지 문제들을 올바로 이해하도록 하고 북한은 핵문제에 대한 미국의 확고한 입장을 이해하도록 한국을 비롯한 주변국가들이 중재 역할을 해야 한다. 결국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북-미간의 대화는 재개돼야 하며, 북한은 농축우라늄 시설 폐기를 선언하고 양국은 제네바 합의의 미비점을 수정보완하는 제2의 핵합의를 만들어내야 할 것이다. 이와 동시에 미국은 부시 대통령이 밝힌 과감한 대북지원과 관계개선을 하도록 하는 수순을 밟아야 할 것이다. 柳錫烈 (외교안보연구원 교수) 출처 - 세계일보 2002. 12. 17 시론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