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사회시민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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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보의 恒心을 보라
	2002-12-10
후보의 恒心을 보라 대통령 선거가 열흘도 남지 않았다. 후보들은 저마다 온갖 수단을 동원해 유권자의 귀와 눈을 잡으려고 한다. 좀처럼 마음을 드러내지 않고 있는 그들에게 자극적이고 강한 신호를 보낸다. 신경마디에 불을 지피고, 귀속감에 호소하고, 이해관계를 약속한다. 당신은 어떤 선택을 준비하고 있는가? 이미 결심한 사람은 그것을 바꿀 이유를 쉽게 찾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다시 한 번만 더 생각해 보라. 과연 무엇으로 당신을 아름다운 유권자로 만들 수 있는가를. 그대가 아직도 마음을 정하지 못했다면 어떤 기준을 먼저 떠올려 보라. 그중에서 아름다운 것, 그것을 찾아보라고 권하고 싶다. 많은 사람들이 비전을 말한다. 현실성이 없는 장밋빛이다, 너무 추상적이다, 아니면 아예 비전이 없다 등등 말도 많다. 정책이 너무 많이 쏟아져 나와 어느 것이 더 중요한가를 파악하기조차 힘들게 되었다. 그리고 실제 지켜진 약속보다는 잊혀진 것이 더 많은 경험을 가지고 있지 않은가? 공약을 잊을수록 더 좋은 통치를 할 수 있다는 말도 나돌고 있으니 어떻게 공약에만 기댈 수 있을 것인가? 그러나 이런 혼돈 속에서도 당신이 나름대로 상정하는 아름다움을 갖춘 후보는 발견될 수 있다. 그것은 당신이 감성과 이성의 균형을 찾는 과정에서 나타날 것이다. 후보들은 당신을 현혹시키고 있다. 믿을 만한 이해관계로 이성을 혼란시키고, 환상적인 자극으로 감성을 흔들고 있다. 당신은 여기서 균형을 찾아야 한다. 발레리나가 기를 펴면서 한 발로 서서 두 손을 아름답게 벌린 그 자세로 균형을 찾듯이. 앞으로 남은 9일을 종전보다 약간 더 논리적으로 이 사태를 보자. 미래를 볼 때 이성보다 더 믿을 것은 없다. 정서의 나라 한국의 아름다운 미래는 이성을 보다 가미한 곳에서 나올 것이기 때문이다. 한번 후보의 과거를 보라. 그리고 그를 둘러싸고 있는 사람을 보라. 그가 조화롭게 서 있는지 어색하게 서 있는지를 보라. 그러면 그가 5년 뒤에 어떤 일을 하고 있을지는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오늘 저녁 TV토론을 한번 보라. 그중에서 시사문제나 재치퀴즈에서는 약간 뒤지더라도, 항심(恒心)이 느껴지는 후보가 있는지를 살펴보라. 어차피 공약은 변하게 마련이다. 다가올 현실이 옥죄고 마음이 변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뱉은 말에 매달릴 사람이 아름다운 사람이다. 그런데 아무리 공약(公約)이 빈 공약(空約)이 된다고 하더라도, 후보들이 가려고 하는 방향은 상당히 다르다. 그들이 약속하는 공약 중에는 뿌리에 해당하는 것이 있고, 줄기에 해당하는 것이 있으며, 가지에 불과한 것이 있다. 몸통과는 이질적으로 낱개로 나오는 공약은 크게 믿지 않는 게 좋다. 그것은 대부분 이익집단의 요구이거나, 어떤 지역의표를 의식해 생짜로 만들어낸 표몰이용일 가능성이 높다. 그대를 표몰이의 대상으로 취급하는 후보는 분명 아름답지 못한 후보다. 21세기 초반 국민소득 1만달러대에 진입한 우리로선 앞서간 나라들을 보지 않을 수 없다. 그들이 1만달러를 통과한 다음 2만달러로 진입하는 데 10년 정도의 세월이 걸렸다. 1만달러대에서는 그리도 고질적인 문제들이 2만달러에 도착하면서 상당 부분 해소되었고, 그래도 남은 문제는 보다 여유있게 치유할 수 있었다. 2만달러 노정(路程)이 길어서는 안 된다. 그들의 경험을 따르면, 그 길에는 무엇보다도 위대한 정치지도자가 필요하다. 그를 둘러싼 엘리트 집단의 헌신도 중요하다. 그들이 정제된 대중과 손을 잡고 과학기술과 인재양성을 통해 묵묵히 정진하면서 결과는 그들 것이었다. 우리에겐 과제가 하나 더 추가될 뿐이다. 그것은 남북한이 실질적인 통일 문턱에 서 있는 상황에서 적절한 통일관리를 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는 것이다. 그것은 이념의 대결이 아니고 이념의 거리를 좁히는 것에서 생겨난다. 국론의 분열로 이러한 기회를 놓친 나라가 한두 나라가 아니다. 그만큼 2만달러 등정은 고난 그 자체이다. 작은 불만을 참고, 인내하고, 이해하며 걷지 않으면 불가능한 길이다. 유권자가 아름다운 국민이 되고, 대통령으로 당선된 사람이 2만달러대를 향한 아름다운 지도자가 되는 길은 그가 지향하는 바와 그가 제시하는 수단이 단기 인기몰이인지, 아니면 고난도 마지않는 2만달러대를 향한 길잡이인지를 선별하는 것이다. 이념, 정책, 토론하는 모습이 아름답게 보이는 이를 선택하라. 그것이 아름다운 선택이리라. 이달곤 (서울대 정책학 교수) 출처 - 조선일보 2002. 12. 10 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