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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토론 1대 1 맞붙어야
2002-12-07
TV토론 1대 1 맞붙어야 본격적인 미디어 선거 시대가 열렸다. 21세기 들어 처음으로 대통령을 뽑는 중요한 선거를 불과 열흘 남짓 남겨놓은 지금, 3차에 걸친 주요 후보들의 TV 합동토론회 가운데 첫번째 토론회를 마치고 이제 두 번이 남았다. 1차 토론회의 모양새는 일단 두 사람의 후보가 날카롭게 대립하는 가운데 제3의 후보는 자기 할 말만 하는 형국이었다. 후보 간 질문을 하는 시간에도 이른바 ‘2강’이라고 불리는 대립하는 두 후보가 서로 상대의 약점을 온 국민에게 드러내 보일 수 있는 질문을 하기 위해 머리를 짜내는 듯한 인상을 주었다. 그러다 보니 질문 시간 1분이 거의 다 지나가 제3의 후보에게는 질문마저 못하고 넘어간 적이 많았다. 또한, 공격을 받은 후보는 방어를 하는 한편으로 상대방의 약점을 들춰 내려고 안간힘을 썼고, 질문을 받지 못한 제3의 후보는 그냥 또 자기 하고 싶은 말만 하게 되었다. 나중에는 후보 자신이 질문하는 시간인지 대답하는 시간인지를 혼동하기도 했다. 앞으로 TV토론을 미디어 선거의 중요한 절차로서 잘 정착시키기 위해 몇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이 있다. 우선, 일정 퍼센트 이상의 지지율을 확보한 후보들만을 TV토론 대상으로 삼은 기준은 타당하다고 본다. 어차피 선거에서는 한 사람만이 당선되고, 유권자들의 입장에서는 지지율이 어느 정도 검증되어 유력한 사람들 간의 차이를 면밀하게 비교할 수 있는 기회가 있어야 더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로, 각 당에서 모두 거부하지 않는 인물을 엄선하여 중립적인 인물을 사회자로 선정한 것도 좋은 절차라고 본다. 특정 후보에게 편파적이거나 차별적으로 대할 수 있는 사람을 원천적으로 제외함으로써 공정성 시비를 사전에 없애자는 것이다. 셋째로, 지금처럼 발언 시간을 엄격히 제한하여 자칫 인신 공격과 감정적 난타전으로 갈 수 있는 토론을 방지한 것도 바람직하다고 본다. 후보자의 입장에서는 할 말이 많겠지만, 발언 시간을 제한하는 것은 ‘꼭 필요한 말만’ 선택해서 할 수 있는 기회를 후보자에게 부여하는 것이다. 후보자는 이 과정에서 무엇이 중요하고 무엇이 덜 중요한지를 가려서, 핵심이 되는 부분만을 잘 설파할 수 있어야 한다. 시간 내에 필요한 말을 선별하는 것도 능력 중의 하나다. TV라는 매체의 대중성과 영향력을 고려할 때, 현행 TV토론 방식의 몇 가지 단점을 보완한다면 올바른 미디어 선거를 이끄는 중요한 역할을 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우선, 두 사람씩 토론할 수 있는 기회가 필요하다고 본다. 두 사람 간의 직접 토론은 유권자로 하여금 양자를 더 명확히 비교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이것은 미국의 대통령 선거에서 보수·진보 두 당의 후보가 맞대결하는 토론과 유사한 형태일 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얼마 전 후보 단일화를 위해 실시했던 양자 간 토론회와 유사한 양상이 될 것이다. 이 방법이 유권자들에게 더 명쾌하게 다가오지만, 단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양자 간 대결을 벌일 경우 감정 대립이 더 격화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감정을 억제하며 이성적으로 정책 대결을 할 수 있는 후보들의 역량까지 시험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리라 본다. 또 한 가지, 질문과 응답의 내용이 상당히 추상적이고, 교과서적인 답변만이 나올 수 있는 토론회는 무의미하다. 구체적인 정책의 토론, 어떤 점이 좋지 않다면 그에 대한 ‘대안’은 무엇인지를 제시할 수 있는 질문과 답변이 필요하다. 우리는 향후 몇년 간 우리 나라의 장래를 내맡길 수 있는 대통령을 뽑는 것이지, 사회시험 정답을 잘 맞히는 사람을 뽑는 것이 아니다. 토론회를 보면서 후보자들의 장단점 비교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구체적인 답변이 나올 수 있는 질문을 하고, 그에 대해 후보자들도 질문과 직접 관련되는 구체적인 답변을 해야 한다. 사실 이번 1차 토론회의 경우, 사전 질문의 선택에는 상당히 고심한 흔적이 보였으나 그에 대한 후보자들의 답변은 원론적·추상적이거나 질문과 관련없는 상대방 약점잡기에 그친 측면이 많았다. 끝으로, 지식을 많이 가진 사람이 아니더라도 TV토론을 보면서 정책의 장단점을 비교할 수 있도록, 토론중에 지식인 위주의 용어들을 남용하는 것도 자제해야 한다. 대통령은 온 국민이 뽑는 것이지, 지식인만이 뽑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TV토론은 이를 구성하는 전문가와 실무자뿐만 아니라 거기에 등장하는 후보들과 그들을 지켜보는 유권자가 모두 함께 만들어 가는 것이다. 나은영 (서강대 신문방송학 교수) 출처 - 문화일보 2002. 12. 6 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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