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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조급증 가계빚 불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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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11-13 |
| 정부 조급증 가계빚 불렸다 의약분업정책의 졸속시행으로 국민들 불만이 하늘을 찌르고 있다. 단계적으로 여건을 보아 가며 시행키로 했던 정책이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급하게 밀어붙이다가 결국 순수한 장점조차도 살려내지 못한 채 골칫거리로 전락하고 말았다. 불편함과 가격인상은 물론 의료공급체계의 왜곡이 앞날을 어둡게 하고 있다. 문제는 그렇다고 과거로 되돌아갈 수도 없고 뾰족한 대안도 없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시장의 실패를 보완하기 위해 정부가 개입할 때는 순기능이 매우 크다. 그러나 정부의 정책이 실패했을 때는 실패한 정책에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해 파급효과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커지기 때문에 이를 다시 바로잡기가 대단히 어렵고 정책대안의 폭이 매우 좁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가계대출이 바로 그렇다. IMF 외환위기 이후 천문학적 공적자금이 투입된 기업 및 금융 구조조정으로 인해 단기적 성과에 조급해진 정부는 일단 경기부양과 금융회사의 수익성 창출을 위해 인위적으로 초저금리를 유지했고, 금융기업들은 총여신의 60% 이상을 개인대출로 하는 마케팅전략을 폈다. 은행문턱이 낮아지고 이자도 싸고 수도권 일대의 부동산값도 뛰니까 개인들도 유혹을 뿌리치기 어려웠다. 더욱이 서민들이나 심지어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마구잡이 신용카드를 발행하고 현금서비스 한도 확대를 통해 외상지출을 장려했다. 그 결과 10월 말 현재 가계대출 잔액이 212조5000억원, 그 중 올해 들어 10개월 동안 이뤄진 가계대출만 57조원 이상이 됐다. 신용카드사용액도 3.4분기 사용액이 전년 동기 대비 30%이상 증가했으며 비은행 금융권의 경우도 최근의 대출증가세가 가파르기는 마찬가지다. 이미 금감위원장이 현 추세로 볼 때 올해 말쯤 GDP(국내총생산) 대비 가계대출 비중이 미국(76%)과 비슷한 73∼75%까지 갈 가능성이 크다고 신용거품을 공식적으로 경고했다. 기본적으로 소비중심사회인 미국과 비슷한 것도 문제이지만 그보다 더 위험한 것은 비제도권 사금융규모가 GDP의 10%가 넘는 우리나라를 단순히 미국과 비교하는 것이다. 따라서 사금융까지 포함해서 현재 우리의 가계부채는 이미 GDP대비 80%를 넘어 위험수위에 도달했다고 보여진다. 사실상 여기까지 온 데에는 정부의 조급증과 손쉬운 정책수단의 결합이라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정부는 2000년 총선을 앞두고 두자릿수의 성장률과 IMF 조기졸업을 자랑하며 성장의 질보다는 외형에 치중하는 선전을 하느라고 경제원리의 기본을 망각했다. 사실상 수출이 부진했을 때 내수를 진작시키기 위해 금리를 낮추고 소비를 장려할 수는 있다. 그러나 그 소비가 투자와 연결되고 순기능적 후방연쇄효과가 큰 것이어야 하는데 우리 정부는 손쉬운, 그러나 부작용이 가장 큰 부동산값 올리는 정책으로 일관했었다. 사실상 올초에 일부 대기업들이 사상 최대의 흑자를 내고 부동산시장이 요동치기 시작했을 때 거시금융적 예방책으로 금리를 소폭이나마 한번쯤 올렸어야 했다. 그러나 항상 높은 성장률에 목말라하는 정치권과 정부, 그리고 순종적인 한국은행은 예방이나 선제적 조치보다는 질질 끌다가 마침내 실기했다. 이제는 대외경제여건이 전보다 더욱 나빠졌다. 미국이 금리를 크게 내릴 수밖에 없는 여건에서 우리만 올릴 수도 없게 되었다. 이제는 미시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는데 문제는 우리 경제구조가 양극화돼서 약효가 별로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우리 경제의 양극화된 구조를 잘 파악해 당분간 지속될지도 모르는 불황의 기조하에서 가계대출의 리스크를 질적인 측면에서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통합적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권영준(경희대 경영학 교수) 출처 - 세계일보 2002. 11. 13 시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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