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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미 완벽한 北核공조 기대
	2002-10-29
한·미 완벽한 北核공조 기대 한동안 잠잠했던 북한의 핵 문제가 또다시 세인의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 지난 6월 서해교전 사태로 방북이 연기됐던 미국의 제임스 켈리 특사가 평양을 다녀오면서 불거진 ‘북한핵 개발 시인설’이 진원지다. 북한의 핵은 이제 국내 문제를 떠나 세계적인 이슈가 되고 있다. 북한 당국은 최근 ‘핵 선(先)포기’를 거부하고 미국에 불가침조약을 제안하는 담화를 발표함으로써 사실상 핵개발과 체제 보장을 맞바꾸는 빅딜을 하자는 제안을 내놓았다. 물론, 미국은 이에 대해 백악관의 성명 등을 통해 거부 의사를 분명히 했다. 때 마침 멕시코에서 열리고 있는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중인 한·미·일 3국 정상은 27일 회담에서 북한 핵 문제와 관련, ‘신속하고 검증 가능한’ 방법으로 핵을 폐기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일반 국민은 한동안 거론됐던 ‘2003년 위기설’이 새삼스럽게 다가오고 있지나 않은지 일말의 불안감을 떨쳐 버릴 수 없다. 2003년은 북한과 미국이 제네바에서 북한 핵문제를 타결지으면서 핵개발 의혹이 있는 흑연감속 원자로 대신 경수로를 공급하기로 한 시한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2003년이 ‘목표 시한’이기 때문에 법적인 책임이 없다는 입장이고 북한은 내년부터 당장 100만kW의 전력 손실이 예상되므로 그에 대한 보상을 받아야겠다는 주장으로 맞서고 있다. 바야흐로 남북관계에는 2개의 서로 다른 ‘이솝 우화’가 작동하고 있는 것 같다. 그 하나는 남한의 ‘햇볕정책’이다. 다른 말로는 정부의 대북 포용정책을 말하는 것인데, 그 핵심은 “나그네의 옷을 벗기는 것은 결국 바람이 아니라 햇볕”이라는 것이다. 즉, 강제와 타율보다는 자율성을 존중하자는 것이다. 이 때문에 한 때 북한은 남한 정부의 대북정책을 불신하기도 했으나 현정부의 일관된 포용정책으로 나중에는 남북정상회담까지 개최하는 화답을 보이기도 했다. 다른 하나는 역시 ‘이솝우화’를 연상시키는 북한의 ‘벼랑 끝 전략’이다. 필자는 이를 ‘늑대 소년’의 불신과 자기 모순에 빠지는 불행을 자초하는 전략이라고 보고 싶다. 북한은 자신의 핵개발 문제가 국제사회에서 공식 거론되기 시작한 1989년 이래 그 동안 많은 ‘당근’을 주어 왔다. 대표적인 것이 1994년 10월의 ‘북·미 핵 기본 합의’이다. 무엇보다 영변의 핵시설 가동을 중단하는 대가로 100만kW짜리 경수 원자로 2기의 건설 지원과 함께 연간 중유 50만t의 대체에너지 공급을 확약 받았던 것이다. 그 후 1998년에는 금창리 지하 핵의혹 시설을 빌미로 미국과 담판하여 식량 60만t을 얻어냈다. 당시에는 연이은 가뭄으로 인해 북한의 식량난이 극심한 상황이었기에 효용성 또한 그 만큼 높았다. 이제 북한은 더 큰 모험을 하고 있다. 미국의 제임스 켈리 대북특사가 회담에서 농축 우라늄을 이용한 북한의 핵개발 의혹을 제기하자 강석주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은 이를 사실상 시인하며 협상의 여운을 남긴 것이다. 북한이 원하는 ‘당근’이 원자력발전소와 에너지(중유)에서 식량(쌀)을 거쳐 북한체제(정권)의 안전보장으로 격상된 것이다. 북한의 핵무기 개발은 91년의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은 물론, 94년 북·미 제네바합의 정신을 정면으로 위배하는 행태이며 6·15 공동선언의 취지에도 부합되지 않는 것으로, 어떠한 변명으로도 그것은 정당화될 수 없다. 북한 당국은 현 부시행정부보다 친화적이었던 미국의 클린턴행정부 아래에서도 2000년 북·미 미사일회담에서 북측의 미사일 수출 중단에 대한 현금 보상을 미국이 단호히 거절했던 일을 상기해야 할 것이다. 비록 미국 행정부가 민주당에서 공화당으로 주인이 바뀌었어도 대외관계에 있어서 원칙을 중시하는 미국의 정책은 일관되게 지켜질 것이고 하물며 보수·강성의 현 공화당 부시행정부 아래에서는 두말할 나위도 없다. 이런 관점에서 최근의 신의주 행정특구 양빈장관 임명을 둘러싼 해프닝과 함께 이번 강석주 부상의 ‘핵개발시인설’ 파문은 그 여파가 어디까지 미칠지에 대한 사려 깊은 대응은 아니었다고 본다. 끝으로, 이와 같은 일련의 북핵파동은 한·미의 대북정책 조율에 미흡한 점은 없었는지 되돌아보는 자성의 계기도 제공한다. 다시 말해 정부의 ‘지나친 대북 포용’과 미국의 ‘지나친 대북 강성(정책)’이 빚은 양국간 정책 조율 부조화의 자화상은 아닌지 진지하게 반성하는 자세도 아울러 필요하다. 김경수 (명지대 국제정치학 교수) 출처 - 문화일보 2002. 10. 28 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