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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카드사의 제살깍기
2002-10-24
신용카드사의 제살깍기 올 상반기만 해도 주요 카드사의 영업이익이 반기별 실적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으나 3·4분기에 들어와서는 그 실적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금년 들어 카드사용액은 전년대비 40∼50% 늘었으나 당기순이익은 오히려 감소하고 있는 것이다. 올 3·4분기 당기순익은 2·4분기 대비, 국민카드가 57.8% 줄었고, 외환카드는 2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으며, LG카드도 마이너스 성장으로 돌아설 가능성이 짙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새롭게 발급된 신용카드의 수도 크게 줄어 비씨·LG·삼성·국민·외환 등 5개 주요 카드사의 지난 3·4분기중 신규카드 발급 수도 2·4분기중의 신규카드 발급 수에 비해 26.7% 줄었다. 이렇게 카드사의 실적이 갑자기 나빠진 원인을 찾자면 그동안 카드사들의 무모한 시장확장 정책과, 이에 대한 정부의 과도한 규제강화 정책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신용카드 시장의 급팽창에 맞서 정부는 눈만 뜨면 신용카드 산업에 대한 규제책을 내놓았다. 카드사들의 실적 악화는 바로 그러한 정부 정책의 효과가 이제 서서히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사실 정부는 그동안 카드사들이 지나치게 많은 수익을 올리고 있는 데 대해 크게 부담을 느껴왔는데, 이제 신용카드사들의 실적 부진은 그러한 정부의 우려를 말끔히 씻어 줄 것이다. 카드사들의 수익성이 악화된 직접적인 원인은 대손충당금의 증가, 마케팅 비용의 증가, 대출수수료 및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 신규 회원 모집 비용 증가 등으로 여겨진다. 대손충당금의 증가는 다시 카드사들의 연체율 급등에 기인한 것이다. 연체율은 최근 거의 월 1%씩 올랐는데, 이는 무분별한 카드 발급으로 불량 회원을 양산한 카드회사에 1차적인 책임이 있다. 하지만 연체의 기준을 강화하고 카드사의 현금 서비스 사용한도 축소와 더불어 대출 정보를 공유하도록 하여 카드 이용자들의 총현금서비스 한도를 규제한 정부에도 2차적인 책임이 있다. 최근에는 정부가 주도하고 있는 개인워크아웃제도(개인신용 회복지원 제도)가 각 개인의 모럴 해저드를 촉발시켜 연체율 증가의 한 원인이 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정부 정책은 신용카드사들의 체질을 강화하고 불의의 신용 불량자들을 구제, 신용사회를 정착시키고자 하는 것이므로 이를 비난할 수는 없는 일이다. 정부가 2004년까지 신용카드회사의 주수익원인 현금서비스 이자율을 최고 20% 미만으로 낮추도록 한 것과, 업종별로 카드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 요구가 잇달아, 카드사들이 손익을 맞추지 못하는 것도 수익성을 악화시키는 원인이다. 신규 카드사들의 시장 진입을 허용, 무한경쟁을 허용하면서 마케팅 비용이 상승한 것도 수익성 악화의 원인으로 꼽힌다. 사실 신규 진입을 허용한 정부의 의도는 경쟁을 통해 카드사들의 이자 및 수수료율을 낮추려는 것이었으나, 결과는 엉뚱하게도 카드사들의 ‘사은행사’ 등 비가격 경쟁으로 번지고 있다. 이처럼 카드사들 간의 출혈경쟁이 심화된 데는 ‘현금서비스+카드론’과 신용판매액(일시불+할부)의 비율을 1 대 1로 맞추라는 정부의 무리한 요구도 크게 작용했다. 카드사들은 주어진 제약조건 아래서 당장은 손해를 볼지라도 신용판매액을 늘리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가두 회원모집을 금지하고 카드 발급시 소득증명서를 회원으로부터 받게 하여 신규 회원 모집 비용이 상승한 것도 수익성 악화에 일조했다. 과거 큰 수익을 내던 신용카드 산업이 시간이 흐름에 따라 그 수익이 감소, 겨우 손익을 맞추게 되는 것은 다른 산업에서도 그 성숙 과정에서 나타나는 자연스런 현상이다. 카드사들의 수익성 악화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누구보다도 카드사 스스로의 노력이 절실하다. 내실있는 경영을 통해 비용을 최소화하고, 연체에 따른 문제점을 해결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연체 회원이나 연체할 가능성이 있는 고객을 선별해 카드사용 한도액을 미리 축소하거나 연체자들을 철저히 관리, 채권 회수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카드 발급 심사를 보다 철저히 해야 함은 더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과거처럼 무분별한 카드 발급을 통한 시장 확대는 더 이상 꿈꾸지 말아야 한다. 정부도 이제는 카드사들이 제 발로 설 수 있도록 더 이상의 무리한 간섭은 삼가야 할 것이다. 지나친 정부의 규제는 시장원리를 훼손하여 시장의 발전을 막기 때문이다. 박상수 (경희대 경영학 교수) 출처 - 문화일보 2002. 10. 24 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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