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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거리 정치' 언제까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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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10-11 |
| '패거리 정치' 언제까지 2002년 12월 실시될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정치인들간의 합종연횡 시도가 빈번해졌다. 아이들간의 세 싸움에서 불리한 측은 선생님이 "헤쳐 모여"라고 말하기를 학수고대한다. 정치권에서는 그렇지 못하니 선수 스스로가 "헤쳐 모이자"고 목소리를 높인다. 물론 "헤쳐 모이자"는 것에 대한 비판도 정치적이다. 자신이 한 것이냐, 남이 한 것이냐에 따라 찬반입장이 달라지는 것이다. 우리의 경우 선거결과에 미치는 선거판의 중요성은 매우 크다. 선거 몇 개월 전의 지지도와는 다른 선거결과가 나오기도 한다. 이는 결선투표가 없는 선거제도에 기인하는 면도 있지만, 바람몰이와 세 싸움이라는 정치문화에도 기인하는 것이다. 정치를 분열과 연합의 과학이라고 정의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 분열과 연합이 정치체계에 순기능으로 작용해야 한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정파내 분열과 정파간 연대가 과연 순기능으로 작용하는지 회의적이다. 선거를 앞두고 이루어지는 정치인의 이합집산은 선거 직후에 이루어지는 것보다는 덜 나쁘지만 그렇게 바람직하지도 않다. 선거 직후의 당적변경이 선거구민과의 약속 위반으로 비판받듯이, 선거 직전의 당적변경은 동료 정치인과의 약속 위반이기 때문에 약속의 존중이라는 민주주의 정신을 훼손하는 것이다. 당내 경선을 통해 선출된 후보들이 당내에서 흔들림당하고 있는 것은 민주정당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당내 경선 불복은 민주주의체제에 역기능을 하는 것이다. 4자, 5자, 6자 연대니 하는 것은 사실 특정인을 배제한다는 점 말고는 연대 대상들간에 공통점을 찾기가 어렵다. 정책적 공통점을 찾기 힘든 정파간의 연대는 정치체계에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DJP연합이 그 연대에 참여한 정치인들에게 큰 전리품을 주었는지는 몰라도 집권 이후의 대한민국에는 역기능이 많았다. 선거판에서 연대 대상 정치인들의 지분에 대해서도 의심스럽다. 거론되고 있는 상당수가 부패한 인물이다. 마치 주식회사의 대주주간 합종연횡처럼 논의되고 있는데, 과연 그러한 인물들이 대주주의 도덕적 자격뿐만 아니라 실제 영향력이 있는지도 의심스럽다. 유권자가 주식을 소유한 주주로서가 아니라, 주식처럼 소유 대상에 불과한 것으로 취급되는 것이 개탄스럽다. 물론 극소수 유권자는 특정 정치인에게 무조건적인 지지를 보내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유권자는 그렇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그 정치인의 부속물로 여겨지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연대니 규합이니 하면서 모이는 정치인 또는 자칭 전문가라는 사람들의 행태는 어떻게 보면 먹이를 찾아 헤매는 하이에나와 같다. 스스로를 공(公)당이라고 부르지 않고 차라리 정치패거리라고 하면 나름대로 이해할 수 있겠지만, 그런 사람일수록 대의명분과 공공이익을 내세운다. 하여튼 우리의 정치인들은 탈당, 입당, 창당, 분당, 합당 등의 일에 너무 주저함이 없다. 이삿짐을 따로 싸지 않고 돈만 있으면 간편히 이사할 수 있는 포장이사처럼, 당적변경에 드는 이사비용을 전혀 느끼지 않는다. 이대로 가다간 당사 이사, 의석 배석 변화, 선거구민 항의 등도 없이 사이버상에서 클릭 한번으로 당적변경이 쉽게 될 뿐만 아니라 자신의 당적이동을 경매에 올릴까 걱정이다. 선진 민주정치에서는 정치인들이 탈당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당적변경이 선거에서 치명적인 흠결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金哉翰 (한림대 정치학 교수) 출처 - 세계일보 2002. 10. 11 시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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