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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세체계 보완해야
2002-09-19
소득세체계 보완해야 지난 8월말 북유럽의 아름다운 도시 노르웨이 오슬로에서는 세계적인 세법학회의 연차총회와 함께 국민작가 입센을 기념하는 ‘입센 페스티벌 2002’가 열리고 있었다. 여성 해방의 전위적 작품으로 평가되는 그의 ‘인형의 집’은 주인공 노라 부인의 가출로 끝난다. 당시 비평가들은 가출한 노라 부인의 행방에 대해 소설에서 언급하지 않은 작가의 사회적 무책임에 대해 많은 비판을 가했다고 한다. 그러나 입센은 그 후 어느 자리에서 자신은 문학 작품을 쓴 것이지 사회를 위하여 문제를 제기하고 사회에 대신하여 그 해답을 제시한 것이 아니라고 술회했다고 한다. 세법에서도 노라 부인의 가출을 여성 인력의 사회 진출에 비유하고 이에 장애가 되는 세제를 가리켜 ‘인형의 집’효과를 갖는 세제라고 한다. 입센이 살아 있다면 이에 대해 어떤 얼굴을 보여줄까. 2002년 세법개정요강이 발표될 때만 해도 세간의 주목을 받을 만한 내용이 포함되지 않아 조용히 국회를 통과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의 부부간 자산소득 합산과세 규정에 대한 위헌결정과 부동산 투기 대책을 위한 세법 수정안이 나오면서 당초의 예상에서 벗어나고 있다. 그러면 오늘의 주제인 봉급생활자의 근소세 부담 가중에 대한 문제는 예정된 세번째 고개인가. 전국의 주요 언론들이 차례로 기사로 보도하고 있는 봉급생활자 근소세 부담이 과중하다는 지적은 오늘에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근소세는 500만명에 달하는 많은 납세 인구를 가지고 있고 이를 가구원 수로 계산하면 어림하여 1000만이라는 표의 향배가 숨어 있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정부는 근소세액을 결정하는 소득공제 항목과 세율을 해마다 조정해 왔고, 특히 선거가 있는 해이면 정치권의 여야 모두가 특별한 관심을 보여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의 지적이 아니라도 잉여세액인 세계잉여(歲計剩餘)가 가장 많이 발생한다고 하여 근로소득세 과세체계의 합리성에 의문이 끊이지 않았다. 나라 살림살이에 들어갈 재원의 확보를 언제나 걱정해야 하는 정부의 입장에서 보면 가장 안정적이고 확실한 세원인 근소세에 집착하는 것을 그리 나무랄 일은 아니다. 그러나 언론들이 근로자의 상대적 박탈감과 중산층의 보호라는 메시지를 담은 일련의 기사를 내보내는 것은 유념할 일인 것 같다. 자산소득자의 세부담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이야기, 월 1000만원 이상의 고액 이자소득자가 수천명에 달한다는 기사, 그리고 부동산 투기의 만연과 상속·증여세의 실질적 부담이 형평에 어긋난다는 지적 등은 마치 수십년 전의 기사를 복사한 것 같다. 정부와 국회는 비록 언론의 메시지에 덜 세련된 점이 있다고 하더라도 지금 같은 저금리 시대에 월 1000만원 이상의 고액 이자소득은 20억원 이상을 예금해야 받을 수 있다는 지적을 겸허하게 수용하자. 우선, 단기적으로 현안인 소득세의 3대 축인 근로소득과 자산소득, 그리고 자영사업자 소득 간의 형평을 담보하기 위한 정책의 보완 노력을 해보자. 소득세제를 제로베이스는 아니더라도 이를 통해 국민소득 설계의 기본 패러다임을 바꾸려는 노력을 더 해보자. 장기적으로는 근로소득세의 소득 항목에 국민의 기본적 생존 배려라는 헌법 정신을 투영해 국가의 이념을 담아 보려는 노력을 해보자. 그리고 근로소득세를 한푼도 내지 않는 최저한이라는 의미의 면세점은 사회적 안전망의 구축 방안과 연계해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 보자. 한편 국세청은 최근 내놓은 2002년 상반기 주요 업무 자체 평가 결과에서, 공평 과세 기반의 내실화를 위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과세 기반의 지속적인 확충, 자영업자의 과세 정상화를 위한 노력, 음성 탈루 소득 등에 대한 관리 강화와 성실신고 수준 제고를 위한 신고 관리의 강화 등을 위해 보다 많은 세정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근로소득세에 대한 논쟁이 국회로 들어가서 어떻게 전개될지, 그리고 금년 하반기에 세법개정안을 둘러싼 스무고개 같은 논쟁은 몇 고개 쯤에서 마감될지는 자못 궁금하다. 끝으로, 오늘도 가족을 위해 가출(?)한 근로자들에게 하고 싶은 한 마디. “근로소득세, 영원히 논의가 끝나지 않을 이야기입니다.” 옥무석 (이화여대 법학 교수) 출처 - 문화일보 2002. 9. 18 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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