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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여성 割當制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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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9-13 |
| 장애인-여성 割當制 나는 경제학자다. 따라서 할당제 또는 배급제를 기본적으로 반대할 수밖에 없다. 경제학의 기본원리는 공정한 자유경쟁이 가장 나은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즉 할당이나 배급 같은 외부 개입없이 가만히 내버려두면 모두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 노력하고, 그 결과 최상의 상태에 도달하게 된다. 소비자는 가장 좋은 품질의 상품을 가장 싼 값에 누릴 수 있게 되고, 열심히 노력하는 공급자는 도태되지 않고 충분한 이윤을 누리게 되니 좋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런저런 이유로 품질이 떨어지거나 가격이 비싼데도 특정 상품(사람)을 쓰게 하는 할당·배급제를 도입해야 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앞서 말한 경제원리가 순식간에 무너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한건 잡으면 노력하지 않고도 큰 이익이 생기는 판국에 누가 노력할까. 흔히 할당·배급제의 문제로 제기되는 형평성 또는 역차별 문제는 경제학자의 눈에는 차라리 사소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오히려 이 같은 제도로 인한 눈먼 돈(기회)을 손에 넣기 위해 벌어지는 일들이 더욱 심각한 문제다. 혈연·지연·학연의 동원은 물론이고 각종 비리·부정행위가 넘쳐나게 된다. 즉 정상적 경쟁을 통하지 않고 여러 형태의 비정상적 방법을 통해 자신의 이득을 추구하게 되는 것이 할당·배급제의 더 큰 문제인 것이다. 우리나라도 명시 또는 묵시적으로 할당·배급제가 공공연히 존재하고 있다. 크게는 국정을 담당하는 장관들마저도 출신지역과 출신학교가 고려된다. 많은 고위직급 관료들의 임명도 지역·학교 안배가 행해지게 마련이다. 개개인의 능력이 무시된 안배 위주의 할당제 인사가 국정운영에 해가 됨은 물론이다. 그러나 이같이 해로운 할당·배급제가 예외적으로 필요한 곳이 있다. 즉 어떤 이유에 의해서 특정집단이 경쟁에 참여하기 어렵거나 배제될 경우 할당제가 필요해진다. 경제학 용어를 빌리면 자유로운 진입과 퇴출이 어려울 때다. 이 경우 할당제를 통해 이들 특정집단에 특별한 고려가 주어질 수 있다. 가장 먼저 떠올릴 수 있는 예가 장애인들이다. 태생적으로 또는 사고로 인해 자유로운 경쟁에 참여하기란 애초부터 불리한 사람들이다. 이들에게 일반인과 똑같이 경쟁하라는 것은 공평치 못한 일이다. 따라서 장애인에 대한 할당제는 경제정의 차원에서 고려할 만하다. 더욱이 우리 인구의 절반을 차지하는 여성들의 문제는 더 심각하다. 남녀 모두 초등학교부터 대학까지 많은 돈을 들여 교육투자를 하지만 정작 그 대가를 거두려 할 때 여성들은 배제되는 것이 우리 현실이다. 이는 경제적으로 엄청난 낭비가 아닐 수 없다. 뿐만 아니라 이는 공정경쟁이라는 차원에서도 부당하다. 이 점에서 본다면 여성할당제는 정당화할 수 있다. 육체적 노동이 요구되던 산업화시대에는 여성을 배제할 이유가 조금이나마 있었다. 육체적으로 고된 노동을 연약한 여성들이 감당하기가 어렵기 때문이었다. 물론 이 같은 논리도 획일적으로 적용하기는 곤란하다. 힘센 여성도 있고 유약한 남성도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정보화시대다. 근력에 의하기보다는 지력(智力)에 의한 노동이 대우받는 시대다. 그러나 이 같은 정보화시대에도 우리나라 여성전문인력은 차별 받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취업·승진 모든 면에서 부당하게 배제되고 차별 받는다. 그 결과 여성전문인력은 처음부터 취업을 포기하거나 중도에 꿈을 접게 마련이다. 대졸 이상 여성인력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OECD국가 평균의 절반밖에 안 되고 출산 후 재취업을 포기하는 일이 속출한다는 사실이 문제의 심각성을 잘 보여준다. 이제는 우리 사회발전과 경제발전을 위해 여성전문인력을 적극 활용할 때다. 최소한 공공부문에서라도 일정비율 여성을 채용하고 승진시키는 적극적 행동(affirmative action)을 시작할 때인 것이다. 오성환 (서울대 교수·경제학) 출처 - 조선일보 2002. 9. 13 아침마당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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