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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을 더 깊이 생각할 때
2002-08-09
중국을 더 깊이 생각할 때 2년 전 7월 한.중 마늘협상에서 한국 정부가 중국산 마늘에 대한 세이프가드를 올해 말 이후로는 연장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던 사실이 최근에야 드러나며 우리나라의 통상정책의 여러 문제점이 다시 지적됐으나 정작 대(對)중국 통상전략 부재라는 가장 큰 문제점은 간과되고 있는 듯하다. 중국 농촌의 절박한 현실 정부는 1999년 11월 중국산 마늘에 대해 2백85%의 긴급관세(세이프가드)를 잠정 도입하고 2000년 6월 초에 이를 2003년 5월 말까지 유지하기로 확정했고, 중국은 보복조치로 한국산 폴리에틸렌 및 휴대전화기의 수입을 즉각 금지시켰다. 이것은 양측의 수출피해금액을 비교해볼 때 50배에까지 이를 정도의 초강경 보복조치였다. 한국 정부는 이것을 반드시 철회시켜야 했고 이를 위해 세이프가드를 2002년 말까지만 유지하고, 또 그때까지 99년도 수준의 중국산 마늘 수입을 보장해주기로 한 것이다. 당시 중국의 이러한 초강경보복은 국제무역규범상 매우 경악스러운 처사였는데 중국은 한국의 세이프가드 조치 자체가 국제규범에 비추어 설득력이 약하다는 사실에서 빌미를 잡고 있었다. 사실 무역위원회의 산업피해 긍정 판정은 그 논리적 근거가 취약했다. 위원회는 99년의 마늘가격 폭락에 마늘 수입의 증가가 실질적으로 기여했다는 분석이었는데 이렇게 보기에는 실제 마늘의 수입량과 그 증가율이 너무 작은 편이었다. 같은해 국내 마늘 생산은 23% 증가한 반면 중국산 마늘 수입은 3.5% 증가에 그쳤고, 결국 마늘 수입은 국내 총공급의 7%에 머물렀다. 따라서 중국 정부는 한국 정부의 조치가 부당하다고 확신하고 '과감한' 보복을 감행했던 것이다. 중국 농촌경제의 절박한 현실은 중국 정부의 강경대응을 부추겼다. 농촌인구 9억 중 잉여인구가 1.5억이고 농촌경제가 매우 궁핍하다. 게다가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으로 농산물시장이 개방되며 농업구조조정 압력이 심각해 사회적.정치적 안정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 따라서 채소.과일 등 그들이 경쟁력을 갖고 있는 작물들을 위한 수출시장을 확보하는 것이 초미의 과제 중 하나다. 이래서 중국 정부는 한국내 마늘시장에 대한 개방공세에 초강경수를 마다하지 않은 것이다. 또 쌍무적 통상관계에서 중국의 협상력이 한국의 협상력을 압도한다. 중국은 이미 우리의 제2대 시장으로 자리잡았고 우리의 대중국 무역수지는 수출이 수입을 크게 능가함에 따라 큰 폭의 구조적 흑자를 보이고 있다. 중국은 앞으로 한국의 가장 큰 시장이 되며 한국의 경제성장과 산업고도화를 견인해줄 전망이다. 그러나 중국에 대한 이같은 높은 의존도가 협상력의 불균형을 초래하고 중국의 '과감한' 행동을 부추기는 것이다. 중국과는 앞으로도 통상위기가 빈번할 것이다. 그 초점은 농산물에 있을 것이며 한.중간의 무역불균형은 이를 조장할 것이다. 농산물에 관한 한 중국은 한국에 대해 계속 강력한 시장개방 공세를 취할 것인데, 한국은 이를 막고자 마늘의 경우처럼 작물별로 그리고 사후적으로 섣불리 대응해 '혹 떼러 갔다가 혹 붙이고 오는' 일을 반복할까 우려된다. 분규 예방에 협상 초점을 마늘문제의 씨앗은 이미 우루과이 라운드 때 뿌려졌던 것이다. 이때 정부는 생마늘에 대해 4백%의 높은 기본관세율을 양허했으나 당시 수입물량이 없던 냉동마늘과 초산조제마늘에 대해서는 30%의 저율을 양허했다. 지금 문제되고 있는 중국산 마늘이 이들 저관세품목들인바 이들의 수입급증은 그때부터 예견됐어야 했다. 대중국 통상전략의 핵심은 통상분규의 예방에 두어야 한다. 이를 위해 통상정책 방향과 각종 시책이 WTO라는 국제무역기구의 정신과 규정에 투철해야 한다. 농업전략으로는 사전적이고 장기적이며 농업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종합적 구조조정 촉진 대책을 강구해 효과적으로 집행해 나가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문제는 이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구하는 일이 정치적으로 어려워 당과 당, 부처와 부처, 그리고 전문가와 전문가가 각기 서로에게 그 책임을 전가하고자 함에 있다. 결과적으로 통상분규가 발생하고 골탕은 농민이 먹게 된다. 양수길 (한국무역협회 객원연구원) 출처 - 중앙일보 2002. 8. 9 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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