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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석학들 좌담] "언론은 다양한 목소리 전해 갈등 해결해야"
	2002-07-18
[석학들 좌담] "언론은 다양한 목소리 전해 갈등 해결해야" 19일까지 서울서 열리고 있는 제52회 세계언론학대회(ICA·International Communication Association)의 주제는 ‘커뮤니케이션을 통한 화해(Reconciliation Through Communication)’이다. 9·11테러로 대표되는 문명과 종교의 충돌은 물론, 인종·민족간의 배타적 대립은 인류 평화를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 게다가 테크놀로지의 발달은 ‘디지털 계급화’로 불리는 새로운 계급 갈등을 만들어내고 있다. 한국언론학회장인 김학수(金學銖) 교수와 재미한인커뮤니케이션학회장인 민응준(閔應俊) 교수가 미국의 언론 석학인 조지프 카펠라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교수와 클리포드 크리스천스 미국 일리노이대 교수를 만나 이 주제에 대한 대담을 나눴다. 사회는 민응준 교수가 맡았다. (편집자) ▲민응준 =우선 이번 대회 주제인 ‘커뮤니케이션을 통한 화해’를 어떤 관점에서 바라보시는지 말씀해주시죠. ▲클리포트 크리스천스 =커뮤니케이션은 화해의 기본 조건입니다. 커뮤니케이션의 기본 조건은 언어이고요. 우선 언어와 언어소통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이뤄져야 합니다. ▲조지프 카펠라 =커뮤니케이션은 동전의 양면같은 것이죠. 화합을 이끌어낼 수도 있지만, 갈등을 심화시키기도 합니다. 연인들을 생각해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지요. 문제를 해결하려고 커뮤니케이션을 하다가 오히려 관계를 악화시키기도 하잖습니까. ▲김학수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일단 다른 사람의 의견을 알고 이해해야 합니다. 결국 커뮤니케이션이란, 다른 의견에 동조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다른 의견이 있는지 알아보는데서 출발합니다. ▲크리스천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갈등이 멈추지 않는 것은 자신과 다른 의견을 이해하려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해결방법을 찾지 못하는 것이죠. ▲카펠라 =매스미디어는 한쪽으로 치우치지 말고 여러가지 가능성을 제시해야 합니다. 뉴스의 목적은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니까, 넓고 다양한 관점을 제공하고 결정은 시청자와 독자가 하도록 이끌어야 합니다. 미디어가 미리 수용자의 입장을 결론지어버리면 안된다는 것이죠. 1994년쯤 미국의 의료보험 개혁이 실패함으로써 약 4000만명이 혜택에서 제외됐습니다. 이때 언론이 여러가지 대안들을 제시하지 않고 한쪽 입장만을 주입한 탓이 컸어요. ▲민 =교수님의 말씀은 언론의 의제설정(Agenda-Setting) 기능에 반대되는 것 아닌가요. ▲카펠라 =언론은 세상에 나와있는 여러가지 문제들을 전달하는 역할을 맡습니다. 동의하지 않는다고 보도하지 않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최소한 반대 의견을 직접 듣고 결정할 기회는 주어야 합니다. ▲크리스천스 =그렇지만 언론이 실제로 세상의 모든 측면을 대변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종교에 기반한 의견이나 너무 소수의 의견까지 모두 대변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카펠라 =이를테면 한국언론은 게이나 레즈비언에 대해서 호의적이지 않잖습니까. 그런 의미에서 “모든 사람의 목소리를 반영해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김 =이번 대회의 장점 역시 다양한 학자들의 새로운 의견을 들어봄으로써 현재 세계를 지금까지와는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게 된 것입니다. ▲민 =인터넷과 같은 뉴미디어의 발달로 대중들은 이전과 달리 자기 의견을 발표할 수 있는 힘을 가지게 됐습니다. 이것은 중대한 변화인데요. ▲김 =뉴미디어의 발달로 한국 사회는 무척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지난 6월의 총선에서도 새로운 테크놀로지나 미디어의 영향력을 실감했습니다. 한국은 정치권을 비롯한 사회 전반에서 뉴미디어의 힘을 잘 수용하고 있다고 봅니다. ▲카펠라 =인터넷으로 사람들은 더 쉽게 결속하고, 더 쉽게 분산됩니다. 인터넷 채팅으로 쉽게 사랑에 빠지지만, 또 쉽게 증오하고 헤어지잖습니까. 이런 점을 잘 활용하면 새로운 사회운동을 시작할 수 있다고 봅니다. 이번 월드컵에서 인터넷을 잘 활용한 한국의 ‘붉은 악마’가 그 좋은 예입니다. 문제는 이런 온라인상의 자유를 규제하지 않으면서 효율적으로 조절할 수 있느냐입니다. ▲김 =가상 공간 속에 리더십이 필요하게 된 것입니다. 각 커뮤니티마다 사람들의 생각을 융합하고 수용할 수 있는 리더가 필요합니다. 온라인이 범죄와 사회악을 만드는 소굴이 되지 않도록 스스로 규제토록 유도해야 하는 것이죠. ▲카펠라 =많은 사람들이 인터넷을 쓰기 때문에 올바른 교육이 필요합니다. 인터넷에서는 멀쩡한 사람이 ‘개’가 되곤 합니다. 자유로운 환경 속에서 스스로를 통제할 수 있는 사회적 훈련이 필요합니다. ▲김 =인터넷 전문가와 학자들, 기존 미디어까지도 인터넷으로 인한 정체성 혼란을 막기 위한 교육과 장치들을 제공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인터넷은 자신과 다른 생각들을 자유롭게 접하는 창의적 공간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입니다. ▲민 =정부가 온라인활동을 규제하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카펠라 =네티즌들은 아무리 규제가 강화돼도 이를 피할 방법을 생각해냅니다. 온라인상의 자유는 규제할 수 없다고 봅니다. 문제는 책임을 질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죠. 사실 자유라는 것은 무서운 것입니다. 책임을 수반하니까요. 그래서 교육이 필요한 것입니다. 책임의식은 법이 아니라 교육에서 생겨나는 것입니다. ▲크리스천스 =그러기 위해서는 초등교육이 중요합니다. 그때부터 단순한 지식전달보다 인성교육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 것이죠. ▲김 =인터넷을 적극 활용하는 거대기업들이 청소년들로 하여금 해로운 정보까지 받아들이도록 조장하는 것은 아닐까요.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 말이죠. 이를 기업윤리적 시각에서 봐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카펠라 =절제할 능력이 없는 청소년이라면 가족이 있잖습니까. 가족의 틀 안에서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자녀의 인터넷 사용을 방치한 상태에서 기업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길 수는 없는 것이지요. ▲민 =다른 주제를 이야기해보지요. 작년 9월 미국에서 벌어진 테러 이후 긴장과 갈등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이런 갈등을 완화하기 위한 미디어의 역할은 무엇이 있을까요. 미국은 동맹국들을 설득하고 아랍권엔 압력을 행사했는데, 제국주의적인 면이 있는 것은 아닌가요. ▲카펠라 =정치적 현실과 미디어에 비친 내용은 다른 것입니다. 미디어는 큰 그림에 치중하죠. 9·11 테러 당시엔 미국 국민들을 안심시키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본토가 공격받으면서 미국 정부는 강한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내부 안정을 꾀했습니다. 또 잠재적 위협에 대한 경고도 병행됐지요. 물론 이런 미국 정부의 모습에 반감을 가진 나라들도 많았겠지만요. ▲민 =그런 반감은 미국과 다른 나라들 사이의 상호 이해가 적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상적인 해결책은 무엇일까요. ▲크리스천스 =아마도 9·11 테러를 미국만의 사건으로 만들었기 때문 아닐까요. 부시가 서부영화의 카우보이나 마초맨같은 표현을 많이 쓴 건 사실이지만, 이것은 적들에 대한 언어였을 뿐입니다. 그것은 서로 다른 종교를 가진 사람들이 상대방에게 강한 반감과 표현을 하는 것과 비슷한 것입니다. ▲카펠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쟁은 양쪽 모두 비극적인 사태입니다. 언론이 다루기도 무척 힘든 과제이죠. 분명한 건 어느 한쪽 편만 들어서는 안되고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것입니다. 미국에는 줄곧 이스라엘 편만 드는 라디오 방송도 있습니다. 이것은 대중에게 올바른 사실을 알 권리가 있다는 것을 망각한 것이죠. ▲민 =남북한의 긴장 관계도 비슷한 맥락에서 놓고 볼 수 있을까요. ▲김 =상호간의 이해가 매우 중요하겠죠. 먼저 대화가 오가야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것이고, 그러려면 언어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그렇지만 북한은 남한에 대해 늘 ‘괴뢰도당’, ‘원수’ 같은 표현을 씁니다. 그런 언어로는 상호 이해가 불가능합니다. 남북 관계를 보도하는 언론도 언어의 종류와 톤에 아주 조심해야 합니다. ▲민 =특정 언론매체에 대해 냉소적인 대중들이 있습니다. 인터넷은 이들에게 결속력을 주기도 합니다. 언론이 이런 대중에게서 다시 믿음을 얻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카펠라 =언론매체가 한번 믿음을 잃으면 회복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사적 이익보다 공중의 이익을 먼저 생각하는 것이고, 지속적으로 오랜 기간동안 노력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다른 기사들과 목소리들을 함께 보도해야 합니다. 국민의 신뢰를 잃었던 미국 언론도 9·11 테러를 계기로 믿음을 회복했습니다. 국가적인 큰 일 앞에서 공중의 이익을 위해 열심히 보도하면 대중들은 돌아옵니다. ▲크리스천스 =중대한 사건이 있을 때 언론이 철저히 봉사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언론에 대한 냉소적 시각은 한 단계 발전했을 때 ‘힘’으로 작용합니다. ▲민 =언론에 대한 냉소주의를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도 있겠군요. ▲김 =세계에는 무척 다양한 갈등이 존재합니다. 이럴 때 언론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익명의 네티즌들과는 달리 언론은 진정한 프로페셔널이 돼야 합니다. 냉소주의 앞에서도 프로 정신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결국 언론이 긍정적이고 적극적으로 커뮤니케이션을 이끌어야 화해의 실마리를 찾게 됩니다. (정리=韓賢祐기자 hwhan@chosun.com ) 출처 - 2002. 7. 18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