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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화는 구조조정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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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7-16 |
| 국제화는 구조조정이다 모든 성취는 꿈에서 시작한다. 그러나 모든 꿈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어떤 개인의 삶도, 나라의 역사도 이루어진 꿈과 무산된 꿈들로 점철되어 있다. 운(運)도 따라야 하나 의지와 실천계획의 적합성이 이 둘을 가른다. 지금 우리는 동북아 비즈니스 중심국가라는 꿈을 키우고 있다. 13억 인구를 가지고 무서운 속도로 세계의 제조업 기지화해 가는 나라가 바로 이웃에 있으며, 또 다른 이웃은 이미 세계 2위의 경제와 최고의 제조업을 구축한 지 오래다. 한국이 향후 10년간 중국과 어떤 보완적인 경제관계를 설정해 나가며, 세계화라는 추세에 대응해 어떤 입지를 마련해 나가는가가 이 나라 장래를 결정하는 관건이 될 것임이 분명하다. 동북아 지역의 물동량은 이미 전 세계 물동량의 약 30％를 차지하고 있으며 향후 이 지역의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역내 교역의 비중은 더욱 확대될 것이다. 우리가 이 꿈을 이룰 수 있으면 10년 후 반드시 번영할 것이다. 지금 우리는 이 꿈을 이룰 충분한 의지와 최적의 실천계획을 가지고 있는가. 정부는 이를 추진하기 위한 의욕적인 계획들을 내놓았다. 5개 경제특구를 설정하고 입주 외국기업과 외국인 임직원에 대한 세제특혜에 이어 교육·의료시설까지 포함해 상당히 획기적인 방안들을 담고 있다. 부산, 광양, 송도 신도시, 영종도의 국제물류와 관광산업중심지 개발에 이어 김포매립지를 국제금융센터로 개발하겠다는 발표도 나왔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막대한 인프라 투자가 요구될 것이므로 계획의 현실성과 적합성에 대해서는 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동아시아 각국이 입지의 선점을 위해 경쟁적 투자를 하고 있어 어중간한 계획은 자칫하다가는 막대한 예산의 낭비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오늘날 국제금융과 국내금융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세계적 금융기관들의 아시아 지역본부가 한국에 들어온다면 증권거래소가 있고 국내금융의 중심지인 서울이 아닌 김포매립지를 택하리라는 것은 쉽게 상상하기 힘들다. 해외금융기관 유치를 위한 세제특혜도 OECD가 금지하고 있는 현실에서 말이다. 국제고등학교도 경제특구에만 제한할 필요가 있겠는가. 우리나라와 같이 땅덩어리가 좁고 서울에 경제가 집중되어 있으며 이미 자본시장이 거의 완전 개방된 곳에서는 전반적인 규제완화와 환경개선이 가장 유효한 방법이 될 것이다. 정부가 말한 대로 동북아 비즈니스 중심전략은 현 정부의 임기를 떠나서, 선거를 떠나서 시급히 추진해야 하는 과제라고 믿는다면 정치적으로 민감한 문제들을 피하지 말고 전략의 핵심이 되는 문제부터 풀어 나가야 할 것이다. 충분한 검토와 토론으로 여과되지 않은 조치들의 발표로 정부가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생각해서는 안 될 것이다. 우리 경제의 전반적인 국제화 없이는 동북아 비즈니스 중심지화는 한낱 꿈에 그칠 수밖에 없다. 국제화의 핵심은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국내제도와 시장관행을 국제규준(global standards)에 맞추어 나가는 것이다. 국제규준을 명실상부하게 시장관행으로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우리 경제의 현실이 이를 따라주어야 하며 그러한 현실을 이루는 것은 바로 근본적인 구조조정이다. 우리 금융기관이나 기업들이 국제기준의 회계와 금융감독을 투명하게 적용하더라도 별 문제 없을 정도의 건전성을 회복해야 비로소 동북아 비즈니스, 금융센터가 가능해진다. 노동질서도 국제적 관행에서 벗어나지 않아야 한다. 경제특구도 좋지만 지금 쌓여있는 과제들을 제대로 처리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구조조정이 미흡하다 보니 제값을 받을 수 없고 헐값에 팔려니 비판이 두려워 지난 몇 년간 외국투자자를 찾지 못하고 방치되어 있는 부실기업과 금융기관들이 한둘이 아니지 않은가. 세계화와 동북아 전략의 핵심도 결국은 경제개혁과 구조조정의 진전에 있다. 조윤제 (서강대 교수·경제학) 출처 - 조선일보 2002. 7. 16 시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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