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安 鍾 範 (성균관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1. 국민연금 곧 파산한다는데 국민연금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생각은 곧 파산하게 되어 평생 납부한 보험료를 한푼도 되돌려 받지도 못한다는 것이다. 국민 개개인의 기본적인 노후생활을 보장해주는 국가적으로 중요한 장치가 국민연금이라는 생각은 사라진지 오래다. 최근에는 준비 안된 의약분업의 무리한 시행으로 건강보험 또한 재정파탄에 이르러서 우리의 4대 사회보험 중 국민연금과 건강보험에 대한 신뢰는 완전히 무너져 버린 셈이다. 의약분업 실시로 1년도 안되어서 건강보험이 파탄지경에 이른 것처럼 건강보험의 문제는 금방 곪아 터져서 나타나서 그나마 다행이다. 그런데 국민연금은 문제가 계속 쌓여가다가 핵폭탄과 같은 위력으로 폭발하게 되어 사회적 위기가 도래할 가능성도 있을 정도로 심각하다. 재정파탄 규모도 건강보험 4조보다 50배 클 정도로 그 위력도 엄청나다. 문제는 국민연금에 국한되는 것도 아니다. 국민연금뿐만 아니라 군인연금, 공무원 연금, 사학연금 모두 심각한 재정위기가 우려되고 있다. 군인연금의 경우는 1963년에 시작된 이후 불과 14년만인 1977년부터 재정이 고갈되어 일반회계로 매년 8천억 내외를 보전하고 있는 실정이다. 공무원 연금의 경우도 이미 1993년 적자가 발생한 이후 99년부터 재정이 고갈되어 일반회계로 연간 1조원 내외의 보전이 이루어지고 있다. 사학연금 역시, 다른 연금에 비해 현 시점에서 상대적으로 재정이 건전한 상태이지만, 현행체계를 유지할 경우, 2016년경에 적립기금이 고갈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지난해 연금채무를 국가채무에 포함해야하느니 마느니 열띤 논쟁을 벌린 적도 있는데 과연 우리가 제대로 된 해결책을 모색하는데 최선을 다했는가? 현 정부는 국가채무논쟁당시 국민연금의 채무는 1998년에 개정된 법에 의해 5년마다 재정재계산을 해서 보험료율을 조정하면 연금채무가 발생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연금채무를 국가채무에 포함시켜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사실 재정재계산을 하면 연금파산을 막을 수 있다. 그런데 이 재정재계산해서 연금채무가 국가채무로 돌아오지 않게 하려면 보험료율을 2025경까지 현재 9%에서 18-19%로 인상해야 한다. 다시 말해서 현재 30대 이하 세대들이 보험료의 부담을 그 이전세대보다 두배 이상 지게 된다는 것이다. 또한, 우리의 국민연금은 본격적으로 연금급부가 개시되는 시점까지는 보험료를 거두어서 적립하는 이른바 적립방식을 택하고 있다. 그래서 매년 연금보험료 수입이 통합재정수지의 흑자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2000년 당시 그동안 통합재정수지 적자가 흑자로 전환되었다고 기뻐했을 때도 약 6조원의 국민연금 보험료수입 덕분이었다. 따라서 정부가 연금채무가 국가채무가 아니라고 책임 있게 말하려면 국민연금보험료 수입은 통합재정에서 제외시켜야 마땅하다. 2. 국민연금 왜 이렇게 되었나? 원인 1: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령화의 속도 이처럼 우리의 국민연금이 파산에 이를 수밖에 없게 된 첫째 이유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고령화의 속도가 제일 빠르기 때문이다. 우리의 인구추이를 보면 65세 이상 노인인구 비율이 현재 7% 수준에서 14%로 되는데 걸리는 기간은 20년밖에 되지 않는다. ‘고령화사회 (Aging Society)’로 진입했다고 할 수 있는 7%수준은 2001년에 도달했고 심각한 ‘고령사회(Aged Society)’가 된다는 14% 수준은 2019년이면 이르게 된다. 고령화사회에서 고령사회로 이르는 기간이 선진국은 대부분 50년 이상이다. 특히 프랑스 경우는 115년이 소요될 정도로 고령화의 진행속도가 느리다. 우리의 앞으로 1년은 프랑스의 5년에 해당하는 셈이다. 다시 말해서 프랑스와 같은 선진국이 고령사회에 대비해 5년동안 추진하던 각종 대비책을 우리는 지금부터 1년마다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고령화는 단순히 인구구조의 변화가 아니라 경제,사회 구조의 변화를 초래하는 중대한 변화인데, 고령화의 파급효과를 완화하기 위해서는 장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고령화가 급속히 진전될 경우에는 충분히 대비하기 어렵다. 선진국들은 그동안 고령화에 대비한 수없이 많은 대비책 중에서 연금개혁에 초점을 맞추어 왔다. 이미 고령사회에 진입해서도 안정된 연금수급을 보장하기 위해 연금구조를 개혁했던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그들보다 더 심각한 고령화 문제에 대해 어떤 노력을 했는가 반성해야 한다. 원인 2: 정치적 선심결과로서 ‘조금 내고 많이 주기’식 연금구조 사실 국민연금은 1988년 태어날 때부터 지금의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었다. 국민연금제도는 가입자가 평생동안 납부한 보험료보다 퇴직 후 받게 되는 연금수급액이 평균적으로 두 배 이상(공무원연금은 4배, 군인연금은 8배)에 달하는 치명적인 문제를 갖고 출발하였기 때문에 파산이 당연한 구조로 되어 있다. 우리나라의 국민연금 급여산식이 균등부분과 소득비례부분의 합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재분배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그러나 국민연금제도의 구조상 보험료에 비해 급여수준이 너무 높다는 것이 문제의 출발점이 된다. 40년 가입한 평균소득자의 경우 국민연금급여의 소득대체율은 60%로서, 대부분의 서구복지국가의 급여수준(미국 41.4%, 일본 49.7%, 캐나다 40%, 프랑스 50%, 독일 60% 등)을 상회할 정도로 급여수준이 상대적으로 높게 책정되어 있다. 국민연금이 만들어질 당시 국회에서는 보험료율은 줄이고 연금급부는 늘이는 노력을 했다. 이와 같은 정치인들의 선심경쟁에는 여와 야가 따로 없었다. 제도가 도입되어도 재정문제가 발생하는 시점은 40-50년 후이기 때문에 정치적 부담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만들 당시만 이와 같은 정치인의 행태가 있던 것도 아니었다. 그 이후 국민연금의 문제가 더 심각하게 거론되었을 때도 고치고자 노력도 않는 것은 대부분 정치인이나 공무원들이 지속적으로 취하고 있는 자세이다. 재정파탄이 문제가 되려면 아직도 20년 이상 남아있는 상황에서, ‘더 내고 덜 받자’고 말하는 용기 있는 정치인이나 공무원이 없다는데 문제가 있다. 3. 그동안의 법개정한 것은 허사였던가? 그동안 전혀 노력을 하지 않은 것만은 아니었다. 몇 차례 국민연금법의 개정이 시도되긴 했었다. 그러나 우리 국민연금이 안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인 저부담 고급여의 연금구조는 제대로 고쳐지지 못했다. 그나마 제대로 된 문제해결의 노력을 보인 것은 1997년 12월에는 국민연금제도개선기획단에서 전 국민 대상 국민연금 확대적용에 대비한 국민연금제도 개선방안이 제시될 때었다. 전문가와 이해당사자 그리고 공무원 등으로 구성된 기획단에서 연구하고 논의하고 합의를 도출하여 정부에 건의했던 안의 주요 골자는 저부담 고급여의 해결책이었다. 연금 급여수준을 40년 가입 기준으로 당시 70%인 것을 40%로 인하하는 안을 제안하였던 것이다.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더 이상 인상하지 않는 대신, 연금급여수준을 인하하자는 안이 이해당사자들 그리고 전문가 사이에 합의하에 만들어 졌다. 이러한 기획단의 제안이 정부로 가서는 급여수준의 인하가 50%로 조정되고 다시 국회에 가서는 60%로 되어 결국 1998년 국민연급법개정은 기획단의 원래의도와는 달리 저부담 고급여를 시정하는데 실패했다. 이는 정치적 선심성이 다시 한번 작동했던 것이다. 연금구조의 개선을 통해 연금재정위기를 방지할 수 있는 기회를 다시 한번 잃은 셈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가 발생 한 것은 1999년 4월부터 국민연금제도가 도시지역 자영자에게까지 확대되면서부터이다. 문제의 출발점은 준비부족으로 부작용이 우려되었던 국민연금의 자영업자 확대를 강행한데 있다. 정부는 제도시행 연기에 따른 정치적 부담을 줄이고자 1999년 4월 시행을 강행하였다. 연금의 위기를 극복하는 노력보다는 오히려 이를 부추긴 측면이 강하다. 현 정부는 국민연금제도를 소득파악장치를 마련하지 않은 상태에서 자영자에게까지 확대함으로써 연금기금고갈시점을 약 5년 정도 앞당겼을 뿐만 아니라 근로자에게 상당한 부담을 떠넘겼다. 재분배기능이 강한 우리의 국민연금제도하에서는 자영업자들이 하향 신고한 소득은 결국 기존가입자인 근로자의 부담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4. 국민연금 제도 이제 어떻게 해야하나? 이제 어떻게 할 것인가? 파산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우리의 국민연금제도를 중단하고 그동안 적립했던 국민연금기금을 가입자한테 나누어주자는 끝내 버리자는 극단적인 주장이 나올 수도 있다. 그러나 지구상 어느 국가도 정부가 공적연금제도를 도입했다가 중간에 포기한 사례는 없다. 더구나 그럴 수도 없다. 공적연금이라는 노후소득보장의 기본 축은 한 사회를 안정적으로 지탱하는 힘이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떤 대안을 만들고 시행해야 할 것인가? 답은 간단하다. 저부담 고급여 구조를 과거 기획단 안처럼 저부담 저급여로 바꾸는 것이다. 고부담 고급여로 바꾸는 것도 파산을 막을 수는 있다. 그런데 지금의 급여수준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보험료율을 배로 올려야 하기 때문에 국민이 감당하기 힘들다. 국민연금보험료로 소득의 18%정도를 내게 된다면 세금부담 그리고 나머지 사회보험료를 다 합해서 소득의 약 40%가 공제된다. 이제 저부담 저급여라는 해답을 갖고 과연 우리 정부와 정치인들이 솔직히 국민 앞에 설 수 있는가가 관건이다. 그런데 이제는 더 이상 늦출 수는 없다. 왜냐하면 내년부터는 55세에 퇴직할 경우 지급되는 조기퇴직급여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많은 가입자가 재정위기가 본격화되기 전에 하루라도 빨리 연금급여를 받겠다고 조기 퇴직연금을 신청하게 된다면 그때는 연금개혁을 시작하기엔 더더욱 힘들어 진다. 그래서 올해는 지방자치단체선거와 대통령선거가 있는 해라는 점에서 정치인과 공무원이 솔직히 국민 앞에 서서 국민연금의 문제를 바로잡겠다고 이야기하기가 부담스러울 것이다. 그래도 우리에게는 남은 시간이 별로 없기에 정치인의 개인적 부담을 염려할 여유가 이제는 없다. 국민연금을 바로잡기 위한 노력의 출발점은 결국 우리 정치인의 자세를 바로잡는 것이다. 솔직하고 책임지는 자세로 연금개혁을 주도해야 한다. 급여수준을 인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솔직히 국민에게 알리고 급여수준 인하를 전제로 한 상태에서 50년 이후를 내대보는 연금개혁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를 위해 우선 과거 국민연금개선기획단이 마련한 연금개혁권고안을 기초로 삼는 것이 바람직하다. 당시 권고안을 살펴보면 급여수준을 40%수준으로 인하하자는 안과 함께 국민연금제도를 균등부분과 소득비례부분으로 이원화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균등부분은 노후의 최저생계비수준을 보장하는 기초연금의 역할을 하는 것으로서 재분배기능을 갖게 하고 소득비례부분은 말 그래도 낸 것에 비례하여 받도록 하는 것이다. 이는 세계은행이 노령화 시대를 맞이하여 각국의 연금개혁 방향을 제시한 것과도 상통하는 것이다. 특히, 균등부문은 기초연금화하여 18세 이상 전 국민이 가입하도록 함으로써 1인 1연금 체제를 만들고, 소득비례 연금은 별도의 소득이 있는 자만이 가입하도록 하는 것이다. 기초보장 및 소득재분배 기능을 담당하는 기초연금은 최저노후생활보장을 하도록 하고 그 이상의 소득비례연금은 개인의 능력과 의사를 존중하자는 것이다. 이러한 연금의 이원화를 통해 4대 공적연금을 기초연금을 중심으로 통합할 수 있을 것이며 아울러 추가적인 보장인 소득비례연금은 기존 연금제도의 틀을 계속 이용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러한 연금개혁은 기초연금을 남북한 통합 초기에 북한주민에게 지급할 수 있는 제도적 틀을 만든다는 점에서 통일에 대한 대비이기도 하다. 97년 국민연금개선기획단안이 최선은 분명 아닐 것이다. 그러나 이 안은 적어도 안정적인 재정구조하에서 노후소득보장을 최대한 살릴 수 있도록 이해집단과 전문가들이 수개월 함께 논의하여 마련된 안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국민연금을 기초연금과 소득비례연금으로 이원화하면 공적연금-기업연금-개인연금이라는 이른바 삼층보장체제의 역할도 개선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공적연금은 재분배기능을 담당하도록 하고 저축기능은 기업연금 혹은 개인연금이 맡도록 하자는 것이 세계은행의 주요 권고내용이기도 하다. 따라서 현재 공적연금이 포함하고 있는 재분배기능과 저축기능 중에서 저축기능을 분리하여 기업연금이나 개인연금이 담당하도록 하는 방안을 이제 검토해야 한다. 국민연금제도에서 분리된 소득비례부분은 적용제외(contract-out)를 통하여 기업연금이나 개인연금에 포함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시 말해서 가입자 입장에서 저축기능이 상대적으로 약한 공적연금에서의 소득비례부분보다는 기업연금이나 개인연금제도에 추가 가입하는 것이 저축이나 보험의 두 측면에서 유리할 수도 있기 때문에 공적연금의 소득비례부분대신 기업연금이나 개인연금에 추가 가입하는 것을 허용하는 것이 사회후생증진에 도움이 될 것이다. 우리의 경우, 기업연금제도가 도입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적용제외방안을 논의하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공적연금, 특히 국민연금제도의 소득비례부분을 균등부분에서 분리시킨 뒤 퇴직금제도(향후 기업연금제도)와 개인연금제도에 포함시키는 것을 허용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할 것이다. 6. 국민연금 기금운용 제대로 하려면? 국민연금이 파산할 우려가 있고 나아가 기금이 고갈될 우려가 있음에도 당분간 적립기금의 규모가 너무나 커서 이를 걱정해야 하는 것도 우리가 안고 있는 문제이다. 연금급부가 본격화되는 2008년 이전까지는 연금기금의 적립규모는 엄청나게 늘어가다가 지급이 본격화된 후부터는 급격히 감소하여 2033년경에 기금이 고갈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걱정해야 하는 것은 우리 금융시장에서 차지하는 국민연금기금의 비중이 너무나 커서 국민연금기금을 잘못 운용할 경우 금융시장에 미치는 부작용 나아가 우리 경제에 주는 충격은 클 수 있다는 점이다. 국민연금기금의 최고의사결정기구는 보건복지부장관이 위원장으로 있는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이다. 기금운용위원회가 의결한 기금운용지침에 따라 보건복지부장관이 기금운용계획을 수립, 시행하고 있으며, 국민연금관리공단이 기금운용본부를 설치하여 기금을 관리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기금운용은 계획-운용-평가 전 단계에 걸쳐서 전문성이 매우 부족하다. 특히 기금운용본부의 조직규모가 아직은 적정선 이하라고 보여진다. 그리고 전문성제고를 위해서는 외부 전문가를 받아들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체적으로 전문가를 양성하려는 의지가 필요하다. 아울러 기금운용 평가측면에서 국민연금기금의 중요성은 인식하고 있지만 국민연금 기금의 장기운용계획이 없다. 1년 단위의 단기적인 운영방향은 기금운용위원회에서 결정되지만 장기적으로 어떻게 운용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방향이 설정되어 있지 못하다. 국민연금은 일반적인 기금과 그 성격이 근본적으로 다르다. 단순히 공공기금이라는 성격이나 미래연금지급을 위한 준비금이라는 특징도 중요하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국민연금기금이 그 규모의 거대함으로 인하여 국민경제 특히 국내 자금시장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 이는 국민연금이 단순히 수익성이나 안정성을 위주로 한 일반기금의 운용원칙과는 달라야하는 이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국민연금 기금 운용은 근시안적 기금운용의 태도를 벗어나지 못하였다. 연금기금 주식투자를 ‘확대하자 말자’의 논의도 현재 주식시장의 여건을 기준으로 이루어 져서는 결코 안 된다. 이를 장기적인 기금운용계획의 수립의 내용에 포함시켜 보다 근본적으로 논의되고 검토되는 것이 마땅하다. 기금의 운용과정에 발생할 수 있는 도덕적 해이(moral hazard)를 색출하고 감시할 수 있는 체계가 제대로 확립되어 있지 못하다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현재 국민연금기금의 운용은 보건복지부의 책임 하에 국민연금관리공단의 기금운용본부에 의하여 이루어진다. 그런데 기금운용에 대한 평가는 1년에 1회 그것도 국민연금관리공단 산하의 국민연금운용센터와 단기간의 외부전문기관에 의한 평가가 이루어지고 이를 기금운용실무평가위원회가 심의하고 운영위원회가 최종적으로 추인 하는 형식으로 이루어진다. 이때 단기간에 1회에 걸쳐 이루어지는 외부전문기관에 의한 평가를 제외하면 나머지는 완전히 내부조직에 의하여 이루어진다. 한마디로 견제와 균형의 원칙(principle of check & balance)이 관철되지 못하고 있다. 기금의 안정성을 확보하고, 국민연금기금이 국민경제의 균형적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기금운용에 대한 ‘사회적 규제’가 필요하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금융시장이 불안한 경우 기금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기금운용에 대한 규제가 필수적이다. 기금운용에 대한 사회적 규제는 사회적 합의 하에 국가와 시민,노동사회가 기금운용의 방향 설정, 포트폴리오 구성, 기금투자의 결정과 사후평가 등 기금운용의 전 과정에 참여하는 것을 의미한다. 기금의 안정성 확보를 위해 단기적으로 강한 규제방식을 사용한다 하더라도 중장기적으로는 국가의 자본독점과 이로 인한 금융시장의 교란을 막기 위해 시장기능을 이용한 기금운용을 확대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특히 국민연금기금은 GDP의 100～200%에 이르는 막대한 기금이 축적되기 때문에 운용여하에 따라서는 채권시장, 주식시장 등 낙후된 우리나라의 금융시장의 활성화에 큰 기여를 할 수 있다. 금융부문에 대한 효율적인 투자를 위해서는 기금운용에 있어서 전문성을 제고시키는 것이 시급히 요구된다. 전문성 제고의 방안으로서 기금운용전문가로 구성된 「국민연금기금투자위원회」를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 산하에 설치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즉, 투자위원회의 위원들 및 투자전문가에 대해서는 투자결정의 권한을 대폭 부여하되, 그 결정에 대하여 책임을 지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한편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에서는 투자위원회의 목표수익률을 정하도록 하여 적정한 위험을 감안한 목표수익률을 달성하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국민연금기금운용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투자위원회의 투자상의 자의성을 통제하기 위하여 국민연금기금운용체계에 계획(Plan)-운용(Do)-평가(See)-계획(Plan)의 환류시스템(feedback system)을 구축하여야 할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기금운용의 주체이므로 보건복지부를 중심으로 효과적인 기금운용이 이루어 질 수 있도록 하되, 계획은 국민연금기금투자위원회, 운용은 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 평가는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 산하에 기금운용을 상시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국민연금기금전문평가단을 설치하여 국민연금기금운용체계가 효율성의 전제 하에서 견제와 균형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7. 국민연금 관리운영체제 개선 국민연금의 자영자 확대실시에 따라 발생한 소득파악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 국민연금의 부과징수를 국세청이 담당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소득파악 또한, 복지인플라구축의 핵심이 되고 있다. 국민연금, 의료보험 그리고 국민기초생활보장에 이르기까지 소득파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서는 아무리 좋은 제도라도 지속되기는 힘들 기 때문이다. 복지제도의 인프라구축의 핵심과제로서 소득파악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소득파악에 대한 노력을 국세청으로 일원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궁극적으로는 국민연금과 의료보험과 같은 사회보험의 보험료 부과 및 징수를 국세청의 전문성과 행정력을 활용하는 것이 사회적 효율을 제고할 수 있다. 즉, 개별 사회보험의 소득파악 및 징수 기능을 통합하여 소득파악 기능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소득파악업무를 국세청이 담당하게 됨에 따라 국세청이 갖고 있는 소득파악에 있어서의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고 징수 및 급여행정의 효율성도 커질 수 있다. 결국 규모의 경제 및 재원의 집중을 통해, 면세점 이상 및 이하 자들에 대한 소득파악 기능을 국세청으로 일원화하고 강화함으로써 사회보험제도와 공적부조에 이르기까지 사회복지제도 전반에 대한 효율성과 형평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8. 결론 외환위기이후 적자로 운영되고 있는 국가재정과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는 국가채무를 감안할 때 연금재정의 안정화는 중차대한 국가과제로 부각된다는 점에서 재정위기극복을 위한 제도개선이 시급하다. 모든 정부정책이 중요하겠지만 연금제도와 관련된 정책은 그 효과가 적어도 50년 이상 지속된다는 점에서 보다 신중할 필요가 있다. 신중해야 한다고 제도개선 시기를 늦춰서도 안된다. 따라서 지금까지 거론된 공적연금제도의 개혁방안은 보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철저한 파급효과분석을 통해 시급히 검토되고 시행되어야 할 것이다. 국가재정 전체의 위기상황이 우려되는 현 시점에서 더 이상 연금재정이 추가적인 재정압박요인으로 작용하는 일 이 없도록 보다 냉철하게 연금개혁방안에 대해 논의할 필요가 있다. 더 이상 정치논리와 집단이기주의 그리고 부처이기주의에 의해 논의가 왜곡되는 사례는 없어야 함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