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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이 비리감시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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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6-15 |
| 주민들이 비리감시를 월드컵 기간 중에 치러진 지방선거는 역시 예상대로 아주 낮은 투표 참여율을 보였다. 선진국에 비하면 아직도 높은 참여율을 보여주고 있지만, 지방자치가 최근에 부활하였다는 점을 생각하면 우려되는 수준이다. 지난 세 차례의 대통령선거 평균 투표율이 83.9%, 네 번의 국회의원선거 평균 투표율이 67.2%인 점을 고려하면, 지방정치가 생활정치이고 실생활과 직결되는 측면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관심이 낮아지고 있어 지방자치제의 앞날이 밝지만은 않다. 이번 선거는 또 민심의 이동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민주당과 자민련에 대한 지지의 대폭 감소와 한나라당의 부상이 특징적이다. 이상의 사실을 보면 이번 지방선거는 다음과 같은 우려를 낳게 한다. 첫째, 우리나라의 시민 역량(citizen competence)에 대해서 회의를 갖게 한다. 시민이 민주적 역량을 생성하지 않는 한 민주주의의 공고화는 더디게 진행될 수밖에 없다. 시민이 투표에 참여하지도 않고, 지방이슈에 관심이 없고, 투표장에서 누구를 선택할 것인가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가지고 합리적인 투표를 진행하지 않는다면, 그러한 시민들 위에서 민주주의의 꽃이 피지 않을 것이다. 특히 20-30대의 기권현상은 일반적인 현상이라고 하더라도, 이 세대들이 인구 중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아주 큰 현실임을 감안할 때 각성이 촉구되어야 할 것이다. 두 번째는 지방선거는 나름대로 지방의 고유한 문제를 개선하는 데 필요한 지방정치 엘리트를 선출하는 과정인데, 이번 선거는 과거 어떤 선거에 비하여 지방이슈보다는 대선의 전초전이며 국정 후반기 평가 측면이 강했다. 언론에서도 지역 쟁점을 살리려 하기보다는 대선에 초점을 둔 것도 문제다. 그리고 대부분 지역에서 나온 공약은 그야말로 선거용으로 급조된 양상이었고, 후보자간의 유사한 공약은 자연히 인물대결이나 정당대결로 선거를 치닫게 한 요인이 되었다. 이것은 당선자들이 지역을 발전시키겠다는 명확한 비전이 없으며 전략은 더욱더 결핍되었다는 점을 말하는 것이다. 이번 선거가 민주당으로서는 하나의 폭풍의 씨앗이 될 것 같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물론 어느 나라, 어떤 선거이든 간에 선거 이전에 진행된 통치 성과를 평가하는 측면이 없지는 않다. 그러나 이번 선거는 바로 대선 예비전의 성격을 너무나 강하게 띠어서 진정한 지방선거라기보다는 비리정국의 청산이라고 하는 측면이 더 강하게 부각되었다. 다만 일부 지역에서 무소속이 진출하고 민주노동당이 정당으로서의 기반을 강화한 측면은 지방정치가 중앙정치에 새로운 피를 진출시키는 통로로서의 기능을 제대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강조되어야 할 부분이다. 아울러 선거에 과도한 비용이 소요되고 있어 지방의 단체장이나 의원들이 소임을 다하는 데 장애물로 등장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다. 지난 4년간에 광역단체장 중에서 5명, 기초단체장의 경우 약 20%가 입건되거나 기소될 정도로 임기 중의 비리문제가 심각하다. 그런데 선거경쟁이 치열한 지역일수록 비리에 관여되는 비율이 높아지고 있는 현상을 볼 때 과도한 선거가 불행의 씨앗임이 점점 분명해지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 비용이 많이 들어간 지역에 대한 주민들의 철저한 감시가 앞으로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방의 효율적 발전과 공정한 기관 경영에는 비리로부터의 탈출이 필요함은 물론이고 심도 있게 분석된 지역정책이 필요하므로, 전문가를 총동원하여 표심잡기용으로 만들었던 공약을 재개발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이달곤 (서울대교수.정책학) 출처 - 세계일보 2002. 6. 15 시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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