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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주주의 머슴돼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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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6-14 |
| CEO,주주의 머슴돼라 배에는 선주와 선장이 있다. 선주는 배를 소유하는 사람이고 선장은 배를 목적지까지 운항을 책임지는 사람이다. 나룻배나 모터보트라면 선주가 선장 역할을 하겠지만 대형 유조선이나 호화 유람선에서는 선 주가 전문적인 능력을 필요로 하는 선장직을 맡지도 않고, 맡을 수도 없다. 기업에도 선주에 해당하는 주주와 선장에 해당하는 최고경영자(CEO) 가 있다. 주주는 기업을 소유하는 사람이고, CEO는 기업을 원하는 방 향으로 움직여 나가는 책임을 진 사람이다. 흔히 CEO를 사장이라고 부르지만 엄밀한 의미에서 CEO는 책임의 성격을 나타내는 직책이고 사장은 조직에서의 계급, 즉 직급이다. 어느 사람이 명함에 공장장 겸 부사장이라고 쓰는 경우 공장장은 직 책이고, 부사장은 직급이다. 일반적으로 CEO는 사장 회장의 직급을 갖지만 전무 상무가 CEO가 될 수도 있고, CEO가 아닌 사장도 있다. 배나 마찬가지로 나룻배에 해당하는 중소기업이라면 주주 중에서 제 일 지분을 많이 가지고 있는 지배주주가 사장직을 맡겠지만 대형 유 조선에 해당하는 대기업에서는 전문경영자를 CEO로 임명해 기업경영 책임을 맡기는 것이 선진국의 관행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소위 개발연대라고 불리는 60년대 초반부터 9 0년대 중반까지는 대기업에서도 지배주주가 직접 CEO를 맡아서 운영 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경영능력이 부족한 지배주주가 전문경영 자보다 더 높은 경영성과를 내는 경우도 비일비재했다. 이런 역설적 인 현상이 나타났던 이유는 무엇인가. 기업이 매출액, 이익 등에서 높은 경영성과를 내는 데에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기업 내부에 경쟁 기업보다 더 나은 능력이 있 어서 이를 가지고 경영성과를 내는 것으로, 이를 내부 효과(Internal Effect)라고 부른다. 효율적인 생산시스템을 가지고 경쟁 기업보다 1 원이라도 싸게 제품을 생산하든가, 새로운 발상으로 시장을 개척해 경쟁 기업보다 한 개라도 제품을 더 팔 수 있는 유통망을 구축하면 되는 것이다. 또 하나의 방법은 기업 외부에 존재하는 특수한 조건에 의해 성과를 올리는 것으로, 이를 외부 효과(External Effect)라고 부른다. 정부 에서 인ㆍ허가권을 받아서 시장을 독점하는 기업이나 은행에서 시장 금리보다 낮은 정책금융을 제공받는 기업은 독점이익, 또는 정부지원 만큼 높은 경영성과를 올릴 수 있는 것이다. 내부 효과와 외부 효과 중 보다 손쉽고, 효과 크기가 큰 쪽은 외부 효과이다. 따라서 외부 효과가 존재하는 시장에서는 내부 효과보다 외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사람이 CEO로서 기업을 이끌어가는 것 이 더 효율적이다. 그런데 외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능력은 전 문경영자가 아니라 도박같이 과감한 승부수를 던지는 지배주주가 가 지는 것이 보통이다. 따라서 외부 효과가 도처에 존재하던 개발연대 에는 지배주주들이 CEO직을 맡았던 것이다. 한국이 95년 세계무역기구(WTO)에, 96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하면서 기업이 누려왔던 외부 효과는 급격하게 사라졌다. 그 결 과 외부 효과에만 의존해 왔던 한국기업들이 줄줄이 무너지는 97년 경제위기가 발생했고, 살아남은 기업들은 내부 효과를 올릴 수 있는 전문경영자를 CEO로 영입하기 시작했다. 경제위기가 발생한 후 지난 4년 동안 전문경영자로서 CEO가 된 사람 중에서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는 경영자가 하나 둘 나타났다. 구시대 의 유물인 지배주주의 머슴이 아니라 지도자 역할을 하는 CEO 시장이 서서히 형성되기 시작한 것이다. 국민은행의 김정태 행장, 이스텔시스템즈의 서두칠 사장, 농업기반공 사의 문동신 사장처럼 능력있는 CEO는 부실기업을 건전한 기업으로 탈바꿈시키고, 사양산업에서 성장산업을 찾아내며, 첨단기술을 첨단 산업으로 구체화해 부가가치를 올림으로써 해당 기업의 국가경쟁력을 강화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들은 전통적인 경영지표인 성장성 수익성뿐 아니라 새로운 시대에 필요한 재무 건전성, 투명성, 지배구조의 공정성과 같은 첨단적 경영 분야에서 탁월한 능력을 발휘해 궁극적으로 CEO 역할을 수행하게 된 다. 이제 특정 지배주주의 재산을 지키는 머슴이 아니라 모든 주주의 재 산을 지키는 머슴으로 기업의 마지막 보루 역할을 하는 전문경영자 C EO 시대가 열렸다. 우리도 전문경영자가 기업의 CEO로서 국가 경제를 이끌고 가는 선진국으로의 첫 발을 내디딘 것이다. 조동성 (서울대 경영대학 학장) 출처 - 매일경제 2002. 6. 14 테마진단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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